반 고흐, 영혼의 편지

by 윤슬작가

"편지에 영혼을 담을 수 있을까?"


해바라기, 별이 빛나는 밤, 자화상으로 유명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화가 고흐를 만났다. 아니 고흐를 읽었다가 정확할 것 같다. 예술에 대한 고흐의 열정을 목격했고, 그림을 통해 자신의 삶을 증명하고 싶었던 고흐의 진실한 열정을 만났다. 가난했던 화가 고흐에게 평생의 동반자이자 후원자였던 남동생 테오가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테오의 끊임없는 지지와 사랑이 없었다면 고흐가 지금 우리 곁에 남을 수 있었을까.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테오는 고흐에게 절대적인 존재였다. 고흐가 삶의 지속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켜봐 준 유일한 인물이었다.


가난했던 고흐는 테오에게서 받은 돈으로 물감을 사고 캔버스를 사고 모델을 구해 그림을 그렸다. 돈이 떨어지면 다시 테오에게 연락을 했다. 돈을 보내줬으면 좋겠다고, 어느 때보다 열심히 하고 있으며,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으면 언젠가 동생에게 진 빚을 모두 갚을 수 있을 거라고, 편지에 적은 자신의 마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고흐는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린 10년의 시간 동안 879점의 작품을 완성한다. 자신의 모든 것을 받쳐 열렬하게 그림을 사랑한 고흐에게 조금만 더 빨리 성공이 찾아왔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의 영혼을 따듯하게 어루만져 줄 세상의 호의적인 평가가 조금만 더 빨리 그를 찾아갔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읽는 내내 아쉽고 안타까웠다.


<반 고흐, 영혼의 편지>는 동생 테오와 고흐가 주고받은 편지를 엮는 책이다. 실제 주고받은 편지는 668통인데, 이 책은 그중의 일부를 소개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궁금한 소식에 대한 정확한 대답이 없어 아쉬운 부분도 있었고, 중간에 스토리가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해바라기로, 별이 빛나는 밤, 자화상이라는 그림으로만 알고 있던 빈센트 반 고흐를 미술관이 아니라 나의 책상 앞에 모셔와주어 고마운 마음이 훨씬 더 크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나는 고흐라는 사람, 고흐의 예술에 대한 열정에 대해 절반도 모르고 지나쳤을 것이다. 옮긴이에 말에 나온 '해석되고 윤색된 신화보다 있는 그대로의 화가와 그림을 먼저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라는 문장에 깊은 감사를 보낸다. 그 생각이 아니었다면, 옮긴이는 고흐의 편지를 읽어보지 않았을 것이고, 나는 고흐의 진솔함과 절절함을 평생 모르고 살았을 것이다.


고흐는 타고난 천재라기보다 끝까지 고민하고 노력하는 화가였다. 자신의 세계를 그림으로 옮기기 위해 노력했고,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세상을 온전하게 그림에 담고 싶어 했다. 그는 하얀 캔버스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하얀 캔버스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사실에 영광스러움을 느꼈고, 자신의 모든 영혼을 담아 작품 하나, 하나를 완성했다. 또한 그는 꾸준하게 변화를 시도하는 화가였다. 정물화, 수채화, 유화까지. 고흐는 자신이 발견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세상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넘어질 때마다 자신의 야만성에 기대어 일어났고, 일어섰을 때는 그림을 그리는 것밖에 할 줄 아는 게 없는 사람처럼 깊숙하게 파고들었다. 그래서일까.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인데, 자꾸 고흐와 함께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착각이 나를 찾아왔다. 고흐의 영혼을 잠깐이라도 만나기라도 한 사람처럼.


글을 시작하면서 던졌던 질문에 답을 해보려고 한다.

편지에 영혼을 담을 수 있을까? 담을 수 있다. 모든 사람이 그렇게 할 수는 없겠지만 가능한 사람이 있었다. 고흐도 그중의 한 사람이었다.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날에 대한 기다림을 온전히 녹여냈고, 피곤해질 때까지 쉬지 않고 그림을 그린 흔적을 고스란히 옮겨 담았다. 삶을 통틀어 그림밖에 없었던 존재에 대한 연민과 존경을 이보다 더 깊고, 아프게 느끼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끝까지 동생에게 빚을 갚지 못한 것을 염려한 고흐, 그런 고흐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았던 테오, 그들의 형제애에 잊기 어려울 것 같다. 고통이 광기가 될 때까지, 그림을 향한 열정으로 끝까지 자신을 몰아붙인 고흐의 영혼이 하늘에서라도 평온하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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