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손가락 문어
또 빨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마주한 딸은 손가락을, 아들은 아랫입술을 빨고 있는 모습이다. 비단 아침뿐만이 아니다. 엄마가 곁에 없을 때에도, 피곤하거나 졸릴 때에도, 불안할 때도 두 아이는 손가락과 입술을 빨고 있었다. 이러한 습관이 생긴 건 돌 무렵, 약 1년 전부터다. 처음에는 큰 문제로 여기지 않았다. 아이들의 빨기 욕구는 본능이며, 이를 통해 심리적 안정감을 얻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멈추리라 믿었다. 하지만 몇 달 전 치과 의사 선생님께서 두 아이가 이 습관으로 구강 구조에 변화가 생기고 있으니 이제 고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한 한다는 조언을 주셨고, 그때부터 생각이 달라졌다.
아이들의 습관을 고치기 위해 손가락에 붕대를 감아보기도 하고, 차근차근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매일 자다가도 빠는 소리가 들리면 벌떡 일어나 손과 입술을 떼주었다. 그러나 이런 시도는 오래가지 못했다. 나도 아이들도 깊은 잠을 잘 수 없었고, 이러한 과정은 모두에게 스트레스를 주었다. 매일 잠이 부족한 채로 출근하려니 죽을맛이었다.
“엄마의 정이 부족해서 그래.”
“불안해서 그러는 거야.”
친정엄마와 시어머니는 각자 한마디씩 덧붙였다. 실제로 일이 바빠 아이들이 깨어나기 전에 출근하고, 자는 동안에야 퇴근하는 날이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아이들은 애착인형과 함께 더욱더 손가락과 입술을 찾았다. 아이들의 지속적인 불안감과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는 행동으로 지칠만큼 지쳐갈 때 쯤, 결국 일을 그만두었다. 그 후로 서서히 아이들의 불안이 줄어들었고, 조금씩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는 지금, 다시 한 번 손가락과 입술 빨기 습관을 고칠 필요성을 느꼈다. 이번에는 엄마들 사이에서 습관 교정에 특효약이라고 소문난 '손가락 문어'라는 책을 활용해 보았다.
책 속 주인공은 초등학생이 될 때까지 손가락을 빠는 습관을 가진 아이였다. 손가락을 빠는 바람에 생긴 굳은살이 문어가 되어 아이에게 말을 걸기 시작한다.
"네가 실컷 빨아서 이만큼 자랐어. 앞으로도 손가락을 계속 빨아서 날 크게 키워 줘."
주인공은 엄지 손가락에 문어가 자랐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고, 손가락을 빨지 않기로 결심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문어는 점점 작아지다가, 어느 날 문어가 마지막으로 말한다.
"부탁이야. 이제 난 사라질 거야. 마지막으로 한 번만 빨아 줘."
문어가 가엾다고 생각한 주인공이 마지막으로 손가락을 빠는 순간, 문어는 다시 기괴한 웃음을 지으며 손가락에 커다랗게 나타난다.
이 장면은 책 속에서 공포스럽게 그려졌다. 아이들은 책을 읽는 내내 손가락 문어의 등장에 눈이 커졌고, 책을 덮고 나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날 밤, 아이들은 스스로 손가락과 입술을 빨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손가락 문어의 무서움에 눌린 듯했다. 나는 안도감에 마음이 벅차올랐다.
'습관을 고치는 게 이렇게 쉬울 줄이야?' 충격 요법이 습관 교정에 효과적일까 의아하면서도, 책 한 권으로 빠르게 고친 습관에 속이 후련했다.
그러나 후련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그 다음 날부터 아들이 어린이집에서 돌아올 때마다 떼를 쓰기 시작했다.
"집에 안 갈거야!!!"
"손가락 문어 나타나니까 손가락 빨 면 안 돼."
" 엄마, 입술 안 빨고 잤어요. 손가락 문어 없어지겠다."
손가락 문어가 등장하는 이야기를 수시로 하면서 집에 있기 싫어하고, 방에 혼자 있으면 갑자기 소리 지르며 거실로 뛰쳐나오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충격 요법의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공포를 자극하는 방식으로 습관을 고쳤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아이들의 습관을 고치려다 얻은 깨달음은 단순했다. 습관은 그렇게 쉽게 고쳐지는 것이 아니며, 무엇보다 충격 요법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그저 결심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마음을 다잡고 함께 나아가는 과정이 필요했다. 나도, 아이들도, 어른들도 결국 습관을 고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