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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미 Nov 08. 2023

혼자 여행하고 싶은 딸에게

이쁜 딸아, 혼자 여행 가서 좋았어?

엄마는 솔직히 조금 서운했다.


어린이집에 다닐 때부터 초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 엄마가 직장에 다닌다는 이유로 너무 어린 나이부터 엄마와 떨어져 생활하는 시간에 적응해야 했기 때문이지. 그때는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요즘 들어 자꾸 뒤돌아보게 되면서 잘한 일인지 생각하게 된다.


엄마와 함께 퇴근하면서 뭐가 힘들었는지 한 시간씩 울면서 온몸으로 저항했던 그때를 생각하면 엄마가 참 독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토록 울면서 온 힘을 다해 표현하는데 그걸 버텨냈다. 엄마만큼이나 너도 힘들었을 텐데 엄마입장이 먼저였다는 생각이 들어. 그래서 미안해.


그래서일까, 성장하면서 재잘거리던 모습이 점점 줄어들고 흡사 무뚝뚝한 아들 같은 모습이 되어 는 너를 보면 많이 속상다. 집에서만 무뚝뚝하게 그러는지, 나가서도 같은 모습으로 생활하는지 걱정이 되기도 했어.


얼마 전에 휴가를 내고 여행을 다녀온 너를 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엄마랑 같이 갈래?' 물었을 때 선뜻 대답하지 않던 그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다. 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 들은 너의 대답은 사실 충격이었다. '혼자 가면 안돼?'라는 너의 말을 잘못 들은 건가 싶더라.


요즘, 여행하고 밥 먹고 영화 보고 하는 것을 혼자서 즐기는 사람이 많다고 하긴 하더라. 그저 남얘기로 들었는데 딸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생소하기도 했다.



결국, 너는 혼자 여행을 떠났다. 1박 2일 짧은 시간이었지만 혼자서 보고 듣고 먹고 즐기며 알차게 보낸 거 같아 좋아 보였. 야무지게 예약한 숙소에 짐을 풀고 혼자서 바다를 보고 공원을 산책하며 많은 것을 눈에 담았으리라 생각한다. 혼자서 뭘 먹을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회를 먹고 장어탕까지 먹을 거라고는 생각못했다. 엄마는 무엇을 걱정했으혼자 여행한다는 것에 왜 충격을 받은 걸까?


혼자서 여행하고 싶을 만큼 큰 딸인데 아직도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다. 엄마 나이 먹은 것만 생각했지, 이쁜 딸 나이는 생각하지 못했던 거 같아. 몸도 마음도 어느새 자라 어른이 되어있다는 것을.


자유롭게 혼자 여행하며 즐기는 너를 보니, 엄마도 혼자 떠나보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 언젠가 한번 도전해보고 싶어졌어. 혼자 여행하는 것도 좋지만, 그래도 다음에는 엄마랑도 함께 갔으면 좋겠다. 가족모두 떠나는 여행 말고 딸과 함께하는 여행다운 여행은 아직 못해봤잖아. 어릴 때는 함께하는 시간이 부족했지만 이젠 성인이 되었으니 친구처럼 재잘거리며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 이런 마음은 엄마의 욕심일까? 어디든 둘이 함께 떠나보자,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기대하고 있을게. @엄마가 이쁜 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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