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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미 Nov 22. 2023

글쓰기를 시작한 멋진 아들에게

"글 좀 써 볼래?"

"무슨 글?"


"그냥, 뭐든 글로 써봐"

"그럴까?"


무심하게 나누던 대화였지. 엄마가 글쓰기를 하면서 책을 출간하고 나니 글쓰기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거 같아서 글을 써보라고 권했잖아.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글 한편을 보내왔지. 반갑고 기뻤어.


글쓰기를 통해 마음을 다독이며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 좋아서 너에게 글쓰기를 해보라고 권했는데, 실제로 글쓰기에 관심을 가지고 글을 쓰기 시작했잖아. 엄마말을 무심히 넘기지 않고 따라줘서 고마웠고 글쓰기를 실천하는 모습이 대견해서 칭찬해주고 싶었어. 그리고 처음 받아본 글이 너무 잘 써서 놀라기도 했다.


어릴 때, 넌 말을 아주 이쁘게 잘하기도 했어. 조그만 입으로 똑 부러지게 말하는 모습이 예뻐서 자꾸 말을 시키면서 오래도록 말을 이어가고 싶을 때가 많았어. 오래전 일이라 어떤 말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4살짜리 머리에서 어떻게 저런 말이 나오지? 하면서 기특하고 재밌었던 기억이 난다. 그럴 때면 대화를 끝내고 싶지 않아서 아무 말이라도 계속하고 싶기도 했단다. 


그랬던 네가, 어른이 되어서도 조리 있게 말을 잘하더라. 나중에 알고 보니 대학시절, 그리고 군입대 중에도 많은 책을 읽었더구나. 아마도 말을 조리 있게 잘하고 글쓰기에 관심을 갖는 것이 책 읽기와 연관이 없지는 않겠다 생각되었다. 


어릴 때 다양한 체험을 하고 여러 분야의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았다. 돌아보면, 사는데 바빠서 공부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고 미안하기도 하다. 초중고등학교의 성적은 엄마의 정보력이 반은 차지한다고 하던데 일한다는 핑계로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다. 충분히 더 잘 될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엄마 탓인 거 같기도 해서 미안한 마음이 크다.


지난 세월 후회하면 뭐 하겠니? 지금 우리는 글을 쓰며 소통하는 시간을 갖고 있잖아. 무엇보다 소중하고 고마운 시간이라 생각한다. 네가 쓴 글을 읽으며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시간이 귀하고 소중해. 글과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하다.


얼마 전 너의 책이 세상에 나왔지. 1인출판사를 창업한 엄마 덕분에 책을 출간하게 되어 고맙다는 너의 말에 오히려 엄마가 고마웠다. 너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엄마가 아닌 조금 더 규모 있는 출판사에서 출간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글 쓰고 책 쓰는 일을 엄마와 함께 한다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지 않겠니? 


엄마의 글쓰기와 결이 조금 다르지만, 너의 결대로 쓴 글이 참 좋았다. 처음 쓰는 글인데도 아주 잘 썼어. 의미 있는 책 출간을 축하해.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이 전해졌으면 좋겠다. 그럴 거라 믿어.


글 쓰고 책 출간 경험을 바탕으로 정성스럽게 준비해서 브런치스토리 작가에 도전해 보렴. 브런치작가가 되어 브런치스토리에서 함께 글을 쓰는 엄마와 아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엄마와 아들이 함께하는 글쓰기, 멋지지 않니?


글쓰기를 시작했으니 앞으로도 꾸준히 쓰는 삶을 살기를 바란다. 엄마와 함께 그렇게 쓰는 삶을 살아가자. 너의 글 쓰는 삶을 응원할게. @멋진 아들에게 엄마가.



거칠거나 무디거나 | 권재현 - 교보문고 (kyobo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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