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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미 Nov 15. 2023

낯설어 보이는 당신에게

어제는 좀 신경이 쓰였습니다. 평소에 잘 표현하지 않던 아프다는 말을 하면서 신경이 예민해진 모습을 보였거든요. 그동안 아프다는 말은 주로 내가 했고 그런 나를 지켜보며 도와주는 역할을 하던 당신이었잖아요. 




내 몸이 아프면 평소에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일도 예민하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좀처럼 볼 수 없던 모습이었기에 그 모습이 낯설기까지 하더군요. 그 모습을 보면서 뒤를 돌아보게 되기도 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쉼 없이 살아온 것은 나보다 당신이 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가정을 이루고 부부로 살아가는 동안 여자보다 남자의 어깨가 훨씬 무겁다는 것을 압니다. 겉으로 내색하지 않아도 가장의 무게를 무던하게 견디고 있다는 것도 알지요. 가장의 무게뿐이던가요? 자식의 무게는 또 어떤가요? 부모를 모시는 일도 자식을 돌보는 일도 부부가 함께 해야 하는 일이지만 받아들이는 부담감은 가장이 느끼는 부분이 훨씬 클 거라 생각합니다.


중년의 나이에 들어서고 60이란 숫자를 코앞에 마주하면서도 여유롭기보다 여전히 챙겨야 할 현실이 버겁게 다가온다는 것을 함께 느끼고 있습니다. 이제는 좀 가볍게 살고 싶지만, 그런 마음과는 전혀 다르게 버거운 현실을 마주하게 될 때 사는 것이 퍽퍽하다며 웃음 짓곤 했던 시간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산다는 것은, 날마다 예상하지 못한 일에 부딪히며 그것을 잘 견디고 이겨내는 과정인 거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주변을 살피느라 내 몸 살필 겨를 없이 살아오다가 문득, 아픈 몸을 확인하게 되었을 때 스스로도 낯선 내 모습을 견뎌야 했듯이. 또한, 절대 아플 거 같지 않은 당신이 아프다는 말을 입 밖으로 내뱉으며 예민한 모습을 보일 때 그 모습이 낯설게 다가오듯이. 원하지 않았지만 우리에게 다가온 일이기에 하나를 견디고 또 하나를 이겨내는, 삶은 그런 날의 연속인가 봅니다.


아주 사소한 일로 웃게 되었을 때 오히려 큰 즐거움을 얻게 되는 요즘입니다. 언제부터인지 무엇인가에 기대하는 마음이 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슬픈 일이지만 그것이 현실이기도 합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젊은 시절에 비해 여유로운 마음이었다가, 요즘 다시 조급해진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마음은 앞서가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는 것이 한몫하겠지요. 편치 않는 주변환경을 오롯이 우리가 감수해야 하는 현실에 지치고 힘이 빠지기도 한 탓이겠지요. 우리가 건강하게 잘 살아야 주변을 살피며 챙길 수 있다는 것을 되새겨봅니다. 문득, 여기저기 아프다는 말을 자주 하는 당신을 보며 우리가 적은 나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먹고 싶은 것이 많은 당신, 하지만 부실하게 먹는 저녁식사를 보며 미안해지기도 합니다. 잘 챙겨주지 못한 부실한 식사때문에 자꾸 아프게 되는 것은 아닌지 반성도 해봅니다. 부쩍 힘이 빠진 당신의 모습에 마음이 아프고 미안해집니다. 이런 마음을 어째야 할까요?


아프고 싶어 아픈 것은 아니지만, 나이 들어 아픈 사람이 되면 내가 아닌 주변사람에게 폐를 끼치는 일이 되고 맙니다. 어른들 병간호를 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눈 우리는 아프지 않도록 애쓰기로 했는데 그게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란 것을 다시 깨닫습니다. 벌써 여기저기 아픔이 찾아오고 있으니 말입니다. 




아픈 당신 낯설어 보입니다. 항상 꿋꿋하게 무던하게 주변을 살피고 가족을 위해 애쓰는 모습에 익숙해졌나 봅니다. 우리 아프지 말아요. 아프지 않게 내 몸 챙기며 살아요. 앞으로 살아갈 우리 삶도 소중하니까요. @당신의 아내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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