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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미 Nov 29. 2023

딸을 시집보내는 친구에게

"마음이 허전하다."

"시집가서 잘 살 거야, 걱정 말 마음이나 챙겨."


딸 결혼식을 앞두고 나누었던 대화가 생각난다. 딸이 결혼하면 좋기만 할 줄 알았는데 마음 한편이 텅 빈 것처럼 이상하다 했지. 막상 보내려고 하니 이런저런 염려스러운 마음이기도 할거 같아. 친구처럼 지내던 딸이 내 곁을 떠난다는 생각을 하면 허전할 만도 하겠어.


결혼식 날짜가 다가오고 막상 딸을 시집보내려고 하니 마음이 허전하다는 너의 말을 모두 공감하기는 힘들지만, 어느 정도 이해 할 수 있을 거 같아. 아직 아들딸이 결혼하지 않은 내가 자식을 독립시키는 그 기분을 어찌 다 알겠니? 그저 짐작만 할 뿐이지.


아직도 어리게만 생각되는 예쁜 딸이 결혼하겠다고 남자를 데리고 오면 어떤 기분일까? 감히 상상이 되지 않는다. 아이들이 성인이 되고 결혼을 생각할 나이가 되니 아마도 곧 경험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결혼을 하지 않는 젊은이 많아서 부모의 바람대로 결혼을 해줄까 염려스럽기도 하더라.


그런 현실을 생각하면 걱정을 안겨주지 않고 이쁜 나이에 멋진 신랑감을 만나 결혼한 딸이 기특한 생각이 든다. 얼마나 큰일을 한 것인지 주변을 살펴보면 실감할 수 있을 거야. 가정마다 결혼하지 않은 나이 많은 자식이 한 둘은 있는 것이 현실이잖아.


지난 주말, 이쁘고 상냥하고 성격 좋은 너의 딸이 결혼식을 했지. 다시 한번 축하한다. 많은 결혼식을 다녀봤지만, 너의 딸 결혼식에 특별한 순서가 있어서 좋았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을까? 보는 내가 찡한 마음이 되더라.


신랑신부가 주인공이긴 하지만, 그전에 부모에 대한 배려심에서 특별한 순서를 만든 거 같더라. 부모의 결혼식을 재현하듯 신랑신부보다 부모가 먼저 행진하게 했지. 아주 오래전 신랑신부로 입장하던 그날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순간이라니, 정말 감동이더라. 30년 전의 신랑신부 이름이 불려지고 손잡고 함께 행진하는 모습은 함께 해온 부부의 시간을 오랫동안 돌아보게 할 거 같았어. 철없던 시절에 신랑신부가 되어 걷던 그 길을 다시 걸으며 너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만약, 내가 그 길을 다시 걷는다면 어떤 기분일까 상상해보기도 했다. 오랜 세월을 함께 하면서 좋은 일 힘든 일 겪으며 보낸 순간순간이 스쳐 지나갈 거 같아. 남편과 함께 입장하는 너의 모습을 보며 코끝이 찡해지며 생각이 많아졌다. 우리가 벌써 그런 나이가 되어 있더라. 아직도 마음은 아이들 키우며 동동거리며 보냈던 그 시절 같은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지. 흰머리는 염색을 해야 하고 몸은 여기저기 아프다고 아우성일 때가 많은, 좀 더 깊이 생각 속으로 빠지면 서글퍼지기도 하는 나이가 되어 있더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좋은 나이기도 하지. 너의 이쁜 딸이 시집가고 잠시 마음이 허전해질지 몰라도 어쩌면 자유를 얻게 된 것은 아닐까? 품 안에 자식이지, 시집갔으면 이제 한 걸음 떨어져서 바라봐주는 부모가 되어야 할 거 같다. 그런 면에서 자식의 독립으로 부모는 조금은 홀가분해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잘 사는 모습 지켜보며 이젠 우리의 삶을 살아가야 할 나이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친구야, 이쁜 딸이 새로운 삶을 시작했듯이 너도 멋진 삶을 시작하렴. 자식에게 보냈던 시선을 자신에게 돌려봐. 지금부터 또 다른 의미로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거잖아. 나보다 먼저 시작된 너의 새로운 삶을 지켜봐 줄게. 나중에 내가 너와 같은 마음이 될 때 경험자로서 조언을 부탁할게.


딸의 결혼을 축하하고, 더불어 너의 새로운 삶을 응원할게. @딸을 시집보내는 친구에게 친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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