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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미 Dec 06. 2023

명품김치를 보내주신 엄마에게

"올해는 김치가 얼마나 필요하니?"

"한통만 주세요~"


"김치 한통으로 1년을 먹는다고?"

"하하~ 집에서 밥 먹는 시간이 많지 않아서 충분해요."


"그래.. 알았다. 나중에 더 필요하면 갖다 먹어라"

"예~"


엄마는 그렇게 통화 후 명품김치를 담아서 보내주셨다.




엄마, 매섭던 날씨가 누그러져서 일하는 시간이 조금 덜 힘들 거 같아요. 같은 일을 해도 추운 날씨가 더 힘들잖아요. 찬바람은 온몸을 움츠러들게 만들어 일이 끝나고 나면 동태가 된듯한 느낌이 들잖아요. 많은 일을 한 것은 아니지만 겨울철 시골에서 일하고 나면 그랬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농산물을 수확하는 가을이 지나면 좀 한가해질까 생각하지만, 김장을 해야 하는 계절이 돌아오지요. 새벽부터 저녁까지 엄마의 시간은 남들보다 두배로 주어지는 듯합니다.


씨를 뿌리고 싹이 자라고 벌레가 먹지 못하도록 관리하면서 애지중지 키운 배추를 거둘 때가 되면 오며 가며  얼마나 많은 발걸음을 했을지 압니다. 배추 속이 알차게 차고 있는지, 오늘보다 조금 더 자라길 바라고 내일은 더 꽉 차기를 기대하며 딸에게 맛있는 김치를 먹일 생각뿐이었겠지요.


엄마를 여든 넘긴 할머니라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요? 젊은 아낙보다 더 부지런하고 빠릿빠릿한 몸놀림으로 농사짓는 모습을 보면 감히 그런 생각을 못할 거예요. 대단한 우리 엄마, 감히 따라 할 수조차 없습니다.


지난주, 항암치료를 위해 병원에 다녀왔잖아요. 여름동안 바쁜 농사일로 무리했는지, 수치가 떨어져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제자리를 찾아 안정적이라는 소식이 반가웠습니다. 제발, 이제는 몸을 먼저 챙기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리 걱정하며 말려도 듣지 않고 고집대로 일이 우선이니, 날마다 걱정이 앞섭니다.


벌써 5년째 항암치료를 받으며 농사일을 해내시는 엄마를 보면 대단하다는 말로는 부족합니다. 어떤 의지로 그렇게 이겨낼 수 있는 것인지, 건강한 사람도 힘들다는 농사를 거뜬히 해내시니 감사 입니다. 하지만, 제발 이제는 조금만 내려놓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일을 하다 보면 몸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으니까요.


밥을 좋아하고 김치를 사랑하는 제가 김치 한통만 필요하다는 것은, 엄마의 사랑만 받고 싶은 마음입니다. 김치를 담그느라 힘든 노동으로 무리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제가 할 수 없으니 오롯이 엄마의 몫이잖아요. 이제 김치는 조금만, 아주 조금만 맛보며 엄마의 사랑으로 채울게요.


젓갈을 비롯해 김치 속 재료를 준비하는 과정을 함께하지 못해도 그 수고로움이 얼마나 큰지 압니다. 사랑과 정성이 버무려져 올해 김치도 모두가 좋아할 만큼 맛있습니다. 


엄마김치는 어디에 내놔도 명품김치로 통합니다. 동네 아낙들이 서로 받고 싶어 하는 김치잖아요. 맛있다는 친구들에게 한통씩 선물하면 감동하고 행복해하잖아요. 그야말로 명품김치입니다. 해마다 명품김치를 먹을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엄마의 정성이 담긴 명품김치를 먹고 싶어요.


오래오래 건강하게 곁에 함께 해주세요. @사랑하는 엄마에게 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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