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크 라이프, 내일은 어떨까
얼마 전 SNS에서 '불륜 커플과 진짜 부부 구분하는 법'이라는 포스팅을 본 적이 있다. 업종별로 알바들이 불륜 커플을 알아보는 상황을 정리한 유머글이었다. 웃으며 넘기려는 차에, 몇 가지 불편한 항목들이 눈에 걸렸다. 중년 남녀임에도 여자가 남자를 '오빠'라고 부르고, 살가운 대화를 하고 있으면 불륜 커플이라는 것. 진짜 부부는 서로에게 무뚝뚝하고 아무 대화도 없다가 자식들 얘기가 나오면 열을 올리며 목소리를 높인다는 것.
우리 부부는 결혼한 지 7년이 다 되었지만, 여전히 아내는 나를 '오빠'라고 부르고 나는 아내의 이름을 부른다. 우리는 아이를 갖기 않기로 결심했으므로, 앞으로도 서로를 'OO엄마', 'OO아빠'로 부를 일은 없다. 아마 중년이 되어서도 지금처럼 서로를 부르겠지. 그렇다면 우리도 불륜 커플로 오해를 받게 될까? 그때도 우리는 자식 이야기 대신 우리에 대한 이야기를 살갑게 나누고 싶다. 그런 우리를 사람들은 진짜 부부가 아닐 거라고 짐작할까?
며칠 전에는 넷플릭스에서 '퍼펙트 케어'라는 영화를 보고도 묘하게 마음이 불편해졌다. 영화의 내용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돈 많은 은퇴 노인들을 등쳐먹는 주인공'의 이야기. 미국의 '후견인' 제도의 허점을 까발리는데, 노인들이 얼마나 쉽게, 그것도 합법적으로 모든 것을 빼앗길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영화에 등장하는 노인들은 아무 힘이 없었다. 그나마 주인공과 맞서는 힘 있는 노인은 힘 있는 아들을 가진 노인이었다. 내가 불편한 지점은 거기였다. 노인은 피부양자가 없으면 한없이 약하기만 한 존재인가? 우리는 자식이 없는 채 노부부가 될 텐데, 그럼 세상에서 가장 나약한 사람들이 되는 건가?
SNS 포스팅을 보고서, 영화를 보고서 동일하게 든 감정은 '불편함'이었다. 누군가는 그것이 '불안함'이 아니냐고 되물을 수도 있겠다. 불륜 커플로 보일까 봐, 의지할 데 없는 약자가 될까 봐, 불안하기 때문에 불편하다고 느끼는 게 아니냐고.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순서가 틀렸다. '불편함'이 '불안함'을 만든 것이다. 사회가 그런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불안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그 불안함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선택을 포기하고 만다.
딩크 부부로 사는 이야기를 써보려고 했던 건 이런 불편함에 맞서고 싶어서였다. 딩크뿐만 아니라 모든 소수, 그러니까 '평범한 가족'이라고 이름 붙여진 테두리를 벗어난 선택들이 인정받았으면 해서였다. 비혼족도, 동성커플과 부부도, 다문화 가족과 입양 가족도, 각기 상황은 다르지만 같은 시선과 싸우고 있을 테다. '부부는 이런 것이야'라는 고정관념, '가족은 이래야 해'라는 선입견. 그런 불편함들 사이에서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선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엊그제 한동안 연락하지 않고 지내던 친구에게 오랜만에 전화가 왔다. 반가운 마음으로 통화를 하다, 내가 아직도 아이를 낳지 않았다는 얘기에 친구는 갑자기 잔소리를 해대기 시작했다. 너네는 왜 아이를 안 가지냐고, 나중에 늙어서 어떡할 거냐고, 낳아보면 생각이 달라진다고. 지금까지는 나도 이런 말들에 '뭐 좀 더 생각해보려고'라는 말로 얼렁뚱땅 넘어갔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은 더 당당하게 맞서 보려 한다. 그런 불편한 시선과 말들이 당연해지기 시작하면, 영원히 '행복한 노부부를 위한 나라'는 없을 테니까.
나는 친구의 잔소리를 되받았다.
"야, 니가 우리 아빠야? 어디서 꼰대 같은 소리야! 난 알아서 행복하게 살 테니까 신경 쓰지 마. 바쁘니까 끊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