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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지엥 Sep 10. 2021

코로나 이후 다시 프랑스 -문화

향수의 본거지가 파리가 아니고 프로방스의 그라스Grasse라고?  -1부

   프랑스, 그중에서도 파리는 많은 여성들의 로망의 도시로 확고한 인기를 누리는 곳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들을 끌어모으는 프랑스지만 특이하게도 여성들에게 압도적으로 인기가 많은 나라이기도 하다.  또한 프랑스와 파리는 한국여성들이 가장 가고 싶은 나라를 꼽을 때 항상 1위에 선정됐던 나라와 도시이기도 하다. 왜 그럴까? 왜 프랑스와 파리는 전 세계 여성들에게 꼭 가보고 싶은 나라와 로망의 도시가 됐을까? 

   에펠탑과 개선문, 루브르 박물관과 샹젤리제로 이어지는 수많은 관광지와 유적들 그리고 보르도와 부르고뉴 와인을 비롯한 치즈, 바게트 등이 전 세계 관광객들과 여성들을 프랑스와 파리로 끌어들이고 있다. 그러나 이들 요소들 외에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한 가지를 더 추가한다면 파리가 밀라노와 더불어 세계 최고의 패션의 도시이자 화장품과 향수 등 명품 코스메틱으로 유명한 도시라는 것이다. 루이뷔통, 샤넬, 에르메스, 디오르 등 열거하기도 힘들만큼 많은 명품으로 유명한 화장품과 향수회사들은 거의 다 파리에 본점을 두고 있다는 사실만 봐도 파리가 얼마나 화장품과 향수 등 코스메틱으로 유명한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들어 한류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중국을 비롯한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에서 우리나라 화장품, 즉 K-뷰티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처럼 파리는 명품 화장품과 향수 등 코스메틱 분야에서 가장 앞선 도시인 것이다. 전 세계 화장품 매출에서 프랑스의 ‘로레알’ 계열 회사들이 무려 60%를 차지하고 나머지 회사들이 40%를 차지하는 것만 봐도 프랑스 코스메틱의 힘은 막강하다. 이들 코스메틱과 패션 등이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기 때문에 더욱 더 파리가 여성들에게 로망의 도시가 되고 있는 것이다. 

   파리에서도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은 거리가 있으니 프랑스의 모든 명품들 본점이 몰려있는 몽테뉴 거리(Avenue Momtaigne)가 바로 그곳이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대로라고 하는 샹젤리제(샹=들판, 엘리제=낙원, 즉 낙원의 들판이란 뜻) 거리에서 가까운 전형적인 파리 최고 부촌의 모습을 하고 있는 이 거리가 바로 프랑스 명품 코스메틱의 본산인 것이다. 이곳이 바로 우리가 알만한 최고 명품들의 본점들이 몰려있는 프랑스 최고의 명품샵 로드이다.

    화장품 중에서도 여성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고 가장 많은 판매를 기록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향수라고 한다. 이는 프랑스만 그런 것이 아니고 대부분의 나라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고 하는데 이를 통해 향수가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은 품목임을 알 수 있다. 파리에는 명품 향수들이 많은데 그렇다면 명품 코스메틱 회사들의 본점이 가장 많은 향수의 본고장이 당연히 파리일 것 같은데 정말 그럴까? 그러나 아쉽게도 명품 회사들의 본점이 가장 많음에도 불구하고 향수의 본고장은 파리가 아니다. 

   파리나 노르망디, 알프스, 지중해처럼 유명한 이름은 아니지만 프로방스 지역을 여행하는 관광객이라면 , 특히 여성이라면 반드시 들리는 곳이 있으니 바로 그라스(Grasse)라는 아주 조그만 마을이다. 파리에서도 엄청 멀리 떨어진 그라스는 아직도 중세시대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도시로 영화 <향수>의 배경이 됐던 곳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도 개봉해서 많은 여성들의 마음을 그라스로 향하게 했던 이 영화가 바로 향수의 본고장인 그라스에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무려 2,000만 부 가까이 팔려 나가며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소설 ‘향수’가 영화로도 제작됐는데 영화의 배경이 바로 그라스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평지도 아닌 고지대에 있는 작은 중세마을이 어떻게 향수의 본고장으로 유명해졌을까? 영화에서도 최고의 향수를 얻고 싶었던 주인공이 찾아가는 곳이 바로 그라스 지방이었는데 이곳은 프로방스 지방답게 천연향수의 원료가 되는 풍부한 향기를 뽐내는 각종 꽃들이 넘치는 곳이었다. 니스, 칸(칸 영화제의 고장), 망통 등 지중해의 유명한 도시들과 가깝고 풍부한 햇살과 연중 따뜻한 공기로 인해서 라벤더와 장미, 미모사와 오렌지 꽃 등 향수의 천연재료들이 풍부했던 것이다. 이런 모든 것들로 인해 그라스가 중세 이후부터 30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여전히 ‘모든 향기의 로마이자 수도’로 칭송받고 있는 것이다. 즉 그라스는 프랑스 향수 산업의 수도이자 메카로서 지금도 전 세계에서 많은 향수 전문가들이 이곳을 찾고 있으며, 향수 감별사인 조향사들을 키워내는 최고의 학교들을 통해 2000개의 다른 냄새를 선별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곳이기도 하다. 

  그라스는 비록 프로방스의 조그만 중세도시에 불과하지만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꽃들은 전 세계 향수의 원료가 되는 향료의 80%를 담당하고 있을 정도로 향수에 있어서는 가장 막강한 곳이고, 특히 명품의 대명사인 샤넬이 자사 대표 향수인 ‘샤넬 no 5'를 바로 이곳 그라스에서 생산하는 곳이기도 하다. 샤넬 향수의 향료가 바로 장미와 쟈스민 꽃에서 나오는데 참고로 가장 작은 크기인 30ml 향수 한 병에 들어가는 향료를 만들기 위해 그라스 지역에서 딴 최고 품질의 장미 100송이와 쟈스민이 무려 1,000송이가 들어간다고 한다. 

   지난 2016년 프랑스 철도청(sncf)에서 남불 지역의 상습적인 교통정체를 해소하기 위해 남불의 대표도시인 니스와 마르세유를 연결하는 고속철도를 8조원의 투자를 받아 건설하려고 했을 때 가장 극렬하게 반대했던 회사가 바로 샤넬이었다. 샤넬이 회사의 명운을 걸고 반대했던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철도가 그라스 지방을 지난다는 이유때문이었다. 과거 2009년 그라스 지방 근처에 건설 예정이던 쓰레기 집하장을 무산시켰던 것도 바로 샤넬이었는데 당시 반대 이유도 바로 그라스 지역의 꽃 생산에 차질이 생긴다는 이유였었다. 물론 당시 반대시위에는 샤넬은 물론, 우리가 아는 명품 화장품, 향수회사들이 동참했을만큼 프랑스 화장품과 향수에 있어서 그라스 지역은 독보적인 중요성을 가진 곳이다. 

   샤넬이 대표 브랜드인 향수를 지키기 위해서 국책사업을 하려는 정부당국과 힘겨루기를 불사할 정도로 그라스 지방과 그 지역에서 나오는 꽂은 향수 제조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이다. 당시 샤넬은 정부가 고속철도를 강행한다면 그라스 지역에서 완전 철수하고 문화예술을 후원하는 모든 것들을 중단하겠다고 하면서까지 강력하게 맞섰다. 그만큼 그라스 지방은 샤넬을 포함한 향수와 화장품 관련 명품회사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지역이었던 것이다. 특히 샤넬이 국책사업을 무산시키면서까지 이토록 그라스 지방을 사수하려고 하는 것은 그라스 지방이 샤넬 향수의 고향이자 샤넬 브랜드가 탄생한 곳이기 때문이었다.  

   1920년, 이 지역으로 휴가를 왔던 코코샤넬(Coco Chanel, 1883~1971, 원래 이름은 가브리엘 샤넬이었다) 이 우연히 유명 조향사였던 어네스트 보를 만나게 됐고, 곧 그에게 특별한 향수 제작을 의뢰했다. 코코 샤넬의 주문을 받은 어네스트 보는 그라스 지역에서만 나오는 향이 매우 진하고 우수한 장미와 쟈스민 꽃을 배합하고 추출해서 특별한 향을 가진 향수를 만들었고 곧바로 대박을 치게 됐다. 이 향수는 전 세계 최고의 향수가 되면서 샤넬을 대표하게 됐는데, 이 향수가 바로 샤넬을 상징하는 샤넬 넘버5 (Chanel no 5) 였던 것이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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