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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지엥 Sep 24. 2021

코로나 이후 다시 프랑스 -역사

단두대 (기요틴 guillotine)가 평등의 산물이라고? - 1부

  프랑스 역사에서 가장 드라마틱했던 사건 한 가지만 꼽으라고 한다면 여러분들은 어떤 사건을 꼽을 것인가? 수많은 극적인 사건들이 있었지만 필자는 일국의 국왕과 왕비가 시민들 앞에서 공개처형으로 목이 잘렸던 사건을 꼽을 것이다. 아무리 혁명이라지만 수천 년 동안 유럽사회를 지배했던 신분제가 아직 그대로 있는 시대, 그것도 이탈리아에 이어 유럽에서 두 번째로 르네상스의 바람을 일으켰었던 프랑스 아니었던가. 

  이처럼 신분제가 살아있고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다고 자타가 인정하던 나라에서 평범한 사람이나 극악무도한 범죄자가 아닌 사람들을 공개적으로 목을 치는 망신을 준다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더구나 일반인도 아니고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자신들이 숭배하던 일국의 국왕과 왕비를 단두대로 불리는 기요틴으로 공개처형을 했다는 것은 너무나 잔혹한 처사가 아니었을까? 수면제를 과다복용 시키거나 아니면 좀 더 편안한 죽음으로 국왕과 왕비를 예우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이런 차원에서 필자는 이 사건을 프랑스 역사상 가장 극적이고 드라마틱한 사건으로 꼽는 것이다.

  기요틴이 무엇인가? 삼각형 모양의 시퍼런 칼날이 4미터가 넘는 높이에서 수직 낙하해서 사람의 머리를 단번에 자르는 것이니 이 얼마나 끔찍하고 무서운 처형방법인가. 그러나 얼핏 생각하기에 이처럼 끔찍하고 잔인한 처형방법인 단두대 처형에는 뜻밖의 아이러니가 숨어 있다. 이 뜻밖의 아이러니는 바로 단두대에 의한 처형방법이야말로 신분제 때문에 가장 불평등한 시대에 등장한 가장 이상적인 평등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무시무시한 기요틴의 탄생에 관한 이야기는 조제프 기요틴(Joseph Guillotin)과 함께 등장한다. 실력이 뛰어나고 인류애가 투철했던 51세의 의원이자 의사였던 기요틴이 1789년 10월10일 혁명정부인 국민의회에 하나의 의견서를 제출했는데 그 내용은 동일한 범죄에 대해서는 동일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동일한 법죄에 대한 동일한 처벌은 적어도 신분제 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지금까지는 신분제 사회였기 때문에 동일한 죄목으로 사형판결을 받아도 신분과 계급에 따라 처형방법이 달랐었기 때문이었다. 이 같은 처형방법에 대한 차별은 인간평등의 정신에 어긋난다는 것이 바로 의사였던 기요틴의 주장이었던 것이다. 

  흔히 사형수들을 죽이던 기존의 참수나 화형, 교수형, 수레바퀴형 그리고 능지처참형 등은 너무나 많은 고통을 사형수들에게 주므로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고자 하는 고민에서 나온 것이 바로 기요틴으로 단두대를 만든 당사자인 기요틴 박사의 이름을 따서 이렇게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기요틴은 알다시피 순식간에 죄수의 목을 절단하는 장치이기 때문에 목이 잘리는 순간 당연히 엄청난 피가 솟아오르게 된다. 이 장면을 보는 당시 처형대 주위에 운집했던 군중들이나 혹은 이 장면을 상상하는 현대인들의 입장에서는 더없이 잔인하게 보이겠지만 이 처형도구를 만든 기요틴 박사의 의도는 지극히 평등사상에 입각했고 인도주의적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단칼에 사람의 목을 잘라서 피가 분수처럼 솟구치게 하는 방법이 평등정신에 합당하고 인도주의적이며 인권을 존중하는 것인지를 보려면 먼저 1789년 8월 26일에 채택된 <인권선언 Déclaration des Droits de l'Homme et du Citoyen>을 살펴봐야 한다. 

  인권선언 제1조는 이렇게 시작한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유와 평등한 권리를 가진다. 그리고 제 6조는 ”모든 시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그들의 품성이나 능력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차별 없이 능력에 따라 직업을 택하고 공직을 맡고 지위를 얻을 수 있는 동등한 자격이 있다“. 라고 언급하고 있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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