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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록 Dec 02. 2021

협곡을 가로지르는 카우보이

얼음 협곡과 리버





 몽골은 정말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애초에 푸르공을 타고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것 자체부터 액티비티나 다름없다. 흔들림이 거의 카우보이가 말을 타며 떨어지지 않게 버티는 로데오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다져진 엉덩이를 가지고 몽골에서는 낙타도 타고, 조랑말도 타고, 썰매도 탈 수 있다. 그중에서도 먼저 말을 타고 협곡을 달리던 카우보이 이야기를 꺼내보고 싶다.

 

굴러 떨어질 듯한 맞은편의 푸르공, 그러나 절대 넘어지지 않는다.


독수리의 계곡, 욜링암


 반지의 제왕을 보지 않은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반지의 제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간달프가 군대를 이끌고 협곡을 넘어오는 장면이다. 그러한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는 곳, 그곳이 바로 욜링암이다. 욜링암은 독수리를 뜻하는 '욜'과 '~의'를 뜻하는 '링', 계곡을 뜻하는 '암'이 붙어서 욜링암이라 붙여졌다. 즉, 독수리의 계곡이라는 뜻이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올라 있는 날카로운 협곡이 펼쳐진다. 언제든지 독수리가 머리 위를 지나갈 것 같다. 그러나 이름과는 다르게 독수리, 정확히는 수염 독수리를 발견하기가 쉽지가 않은데, 대체로 밤이나 아침에 출몰한다고 한다. 그보다는 오히려 아이벡스라는 야생 염소를 만날 수가 있는데, 깎아지른 듯이 아찔한 절벽을 이리저리 깡충깡충 뛰어다닌다. 가이드 언니가 말해주길, 아이벡스를 만나면 좋은 일이 이루어진다는데 그만큼 쉽게 보기는 힘들다고 했다. 그렇지만 운이 좋은 건지, 좋은 일이 생길는지, 우리는 아이벡스를 두세 번이나 볼 수 있었다.   

  

깎아지른 듯한 협곡, 욜링암.


여름에도 얼음이 녹지 않는 곳


 욜링암의 또 다른 별명은 얼음 협곡이다. 사막의 옆에 있음에도 춥고 그늘진 곳이라 녹지 않는 얼음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여행을 갔던 때가 7월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얼음이 얼어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협곡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매우 추워지니 외투를 잘 입고 가야 한다.    

 

7월 중순임에도 여전히 얼음이 얼어 있다!


카우보이 수록


 이러한 절경을 둘러보는 방법으로 보통 트래킹을 하지만, 우리는 말을 타기로 했다! 욜링암은 꽤나 기다랗기 때문에 걸어가면 시간이 조금 걸리는데, 말을 타고 가면 힘들지 않게 협곡을 구경할 수 있다. 생전 처음 말을 타보는 것에 신이 난 나는 카우보이마냥 한껏 멋을 냈다. 내가 좋아하는 정자켓을 입고 청바지까지 입으며 사파리 모자는 챙을 말아 올려 카우보이처럼 꾸몄다.     


흐르는 강물처럼에 나오는 브래드 피트를 닮고 싶었달까?


 말을 한 번이라도 타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괜히 승마가 허리 운동에 도움이 된다는 게 아니다. 안장 위에서 균형을 잡고 있어야 하며, 허리를 반듯하게 세우지 않으면 자세가 무너져서 떨어질 위험이 크다. 또한 말을 잘 타 본 사람이 아니라면 말의 방향이나 속도를 조절하기 굉장히 힘들다. 오히려 걷는 게 더 편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래서! 말을 잘 타는 주인이 말들을 끈으로 엮어서 직간접적으로 컨트롤을 해준다. 그렇지 않으면 말이 자기 마음대로 달려가거나 아예 움직이지 않을 수 있기에. 근데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랑 HS만 끈으로 엮지 않고 자유롭게 풀어줬다. HS는 몽골 2 회차라 그렇다 쳐도 나는 왜...? 어찌 되었든 덕분에 나는 자유롭게 말을 탈 수 있었다. 내가 탄 말은 냇가를 만나면 쉴 새 없이 물을 마셔대서 이름을 ‘리버’라고 지어줬다. 리버가 물을 마시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물을 마시고 있으면 주인이 달려와서 리버를 잡아당겼다. 리버는 결국 물을 마시다 말고 다시 걸어야 했다. 미안해, 리버.


흐르는 강물처럼


 흐르는 강물처럼, 한껏 카우보이처럼, 협곡을 내달리다 보면 욜링암의 깊은 곳에 닿게 된다. 말발굽 소리, 물 흐르는 소리, 새소리, 스쳐 가는 바람 소리까지. 세상 모든 것을 완벽하게 이해할 순 없어도, 완벽하게 사랑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여전히 깊이 얼어 있는 욜링암을 둘러보고 리버와 함께, 크루들과 함께 출발지로 돌아왔다. 그리고 나는 또 다른 친구인 이지를 만나러 가게 된다.


혼자 인디애나 존스를 찍는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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