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브런치북, 첫 연재에 어떤 영화를 다룰지 며칠 고민했다.
고민 끝에 두 작품이 떠올랐다. 오늘은 결국 내 삶에 가장 큰 흔적을 남긴, 내 인생에 큰 영향을 줬던 영화인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 관련된 추억을 이야기하려 한다.
처음 <반지의 제왕:반지원정대>를 본 건 한국에서였다.
영화관은 아니었고, 지인 집 컴퓨터 바탕화면에 영화 파일이 있었다. 아마 불법 다운로드였을 것이다. 단순한 호기심에 틀어봤지만, 영화 시작 10분 즈음됐을 때, 재미가 없어서 끄고 말았다. 간달프가 누구인지, 프로도가 어떤 인물인지, <반지의 제왕>의 원작이 세계적인 소설인지조차 알지 못했다
그 후 2편 <두 개의 탑>부터는 미국에서 보게 되었다.
1편과 2편 사이에 유학길에 오른 나는, DVD로 1편을 보게 되었다. 조금은 늦었지만 그제야 1편의 재미에 빠져들었다. 특히 초반 폭죽 장면과 반지에 적힐 글귀를 보면서 영화에 몰입하게 되었다. 2편 <두 개의 탑>은 현지 영화관에서 봤는데, 문제는 영어였다. 대사를 이해하려 애썼지만, 내가 이해한 대사는 반도 되지 않는 거 같았다. 특히 나무 정령인 앤트들의 대사는 거의 알아들을 수 없었다. 대사는 많이 알아듣진 못했지만, 영상만으로도 충분히 재밌었다. 3편 <왕의 귀환>은 조금 나아졌지만,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기에 완벽히 이해하진 못했다.
그럼에도 내게 가장 큰 영향을 준 건 <두 개의 탑>이었다.
영화관 불이 꺼지고, 간달프와 발록이 싸우고 난 뒤 타이틀이 등장하는 순간, 관객들이 박수를 쳤다. 한두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 동시에. 그리고 세 시간 정도가 흐르고, 영화관 불이 켜지자 또 한 번 박수가 터졌다. 감독도 없었고, 주연 배우도 없는 자리였지만, 관객들은 영화에 대한 재미와 만족감을 박수로 표현했다. 그때 그 박수는 내게 묘한 기분을 만들었다. 부정적인 감정보다는 긍정적인 감정이 더 많이 들었다. 처음으로 '영화는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거나 멋진 순간을 남길 수 있다'는 걸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나도 누군가에게 박수나 기쁨을 이끌어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반지의 제왕>을 좋아한 나머지, 고등학생 때 무리해서 무삭제판 DVD를 샀다. 한 편당 십만 원 가까이 되었던 거 같다. 난 3편을 다 무삭제판으로 구매했으니, 총 삼십만 원에 달하는 거금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무모했지만, 당시엔 무삭제판을 보고 싶었고, 그만큼 갖고 싶었다. 지금도 DVD는 본가의 책장에 잘 보관되어 있다.
또 하나의 추억은 작은아버지께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원작 소설책이다.
그때 <해리포터>와 <반지의 제왕> 중 하나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고를 수 있었다. 미국 유학생 시절, 영어 선생님으로부터 <해리포터>를 읽으면 좋다는 조언을 들었으나 나는 <해리포터>보다 어려운 <반지의 제왕>을 선물로 택했다. 그러나 책은 나에게 너무 난해했고, 끝내 다 읽진 못했다. 지금 이 책들도 본가 책장에 가지런히 꽂혀 있다. 가끔 먼지를 털고, 종이 냄새만 한 번 맡을 뿐이다.
연말이 되면,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다시 본다.
아내는 늘 주인공 프로도의 나약함에 불만을 털어놓는다. 생각해 보면, 형도 주인공 프로도 때문에 이 영화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처음 영화를 볼 때에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시간이 흘러서 다시 보면, 주인공의 나약함이 눈에 들어온다. 실제로 3편이 개봉된 직후, 신문에서도 "3편의 진짜 주인공은 샘"이라는 평이 있었다. 근데 한편으로는 프로도의 부족함이 오히려 다른 인물들을 더 부각한 거 같기도 한다. 만약 주인공 프로도가 모든 일에 해결했다면, 내용이 너무 단조로웠을 거 같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는 내게 참 많은 추억을 남겼다. 작은아버지와의 소소한 추억, 영화라는 직업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해 준 특별한 작품이다. 가끔 그때 영화관에서 박수를 치던 관객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때 그 관객 덕분에 지금까지 내가 영화를 좋아하게 만든 큰 원동력이 된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