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함께

연말 감상

by 김윤철

엘리베이터 문은 열리는데 무엇인가 허전하다. 마스크! 다시 문을 열고 현관 앞의 마스크 착용. 아직도 이런다. 몇 번의 실수에 아내가 현관문 바로 앞에 마스크를 두었지만 잘 나가다 한 번씩 실수. 몸에 익숙할 때도 되었건만 가끔 속을 썩인다. 새 생각과 카메라 챙기느라 가장 중요한 것을 빠트린 것. 요즘 탄천의 자연에 푹 빠졌다.


집 앞을 흐르는 탄천은 경기도 용인시에서 발원하여 성남을 거쳐 한강으로 흘러드는 백리가 채 안 되는 짧은 한강 지류다. 2013년 내가 이사 올 때만 해도 냄새가 나고 지저분했던 강이 지금은 시민들의 강이 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외출이 힘든 분들은 거의가 이곳으로 모이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 특히 오늘은 일요일. 삶의 활기도 느끼고 새 구경도 할 요량으로 탄천 앞으로. 사실은 운동을 위해 매일 오는 곳이기도 하다. 요즘 말로 공트.


작은 새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 와서 즐기는 것! 사진과 기타. 올해는 사진으로 탄천의 자연을 기록하는 봉사 동아리에 가입. 회원분들과 자연을 담고 있다.


강은 흘러야 한다. 흐르지 않는 것은 호수고 저수지지 강이 아니다. 법률 공포처럼 정확한 날짜를 말할 수는 없지만 흐름이 빨라지는 공사 후 강이 살아났다. 강이 살아나는 순서. 징검다리 사이의 시커먼 거품이 사라진다. (이 곳 성남은 계획도시다. 큰 다리 사이에 많은 징검다리가 있다,) 다음은 거품에 덮여 있던 검은 이끼들이 벗겨지고 작은 물고기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큰 잉어들은 썩은 물에서도 잘 사는 모양이다. 다음은 새들이 모여들고 그 뒤를 800미리 대포 렌즈로 무장한 새 사진작가들이 내 부러움을 부추긴다. 나도 300미리 렌즈 하나 질렀다. 강이 살아나니 작은 새들이 부쩍 늘었다. 자연 동아리에서 배운 작은 새 이름들. 물닭, 논병아리, 할미새, 물떼새 직박구리 등등. 올해는 고니 가족까지 탄천을 찾았다. 흰색이 나고 부리에 노란색이 짙은 어미 두 마리와 회색빛에 노란색이 없는 새끼 네 마리 모두 여섯 마리가 한 가족을 이루고 있다. 우아함의 상징인 백조. 고니를 이렇게 가까이서 본 것은 처음이다. 백조의 숯내! 아카데미상은 에리자베스 테일러가 타고 오스카상은 리즈 테일러가 탔다. 고니와 숯내는 순 우리말이다.

SNS를 정리하다 보니 부산 친구가 보내준 해운대 사진 한 장. 온 백사장을 갈매기 떼들이 덮고 있다. 반평생을 해운대에서 산 친구지만 이렇게 많은 갈매기 떼들은 처음이란다. 이 곳 탄천에도 요즘 들어 갈매기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코로나의 역설! 자연이 치유된다.” 부랴부랴 며칠 전의 뉴스를 찾는다. 세상 참 좋아졌다. 기록이 필요가 없다. 대강의 제목만 기억하니 바로 뉴스가 떴다. 멕시코 소로나주 세리 해변에 멸종 위기의 올리브각시 바다거북이 돌아왔다는 기사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기사다. 요즘 기레기라는 말이 참 많이도 쓰인다. 이 기사에 제목을 붙인 기자도 참 어지간하다는 생각. “인간이 사라지니 멸종 위기의 바다거북 부화” 내용을 읽어보니 이렇게까지 자극적인 내용은 아니다. 그냥 남획과 서식지 파괴로 개체 수 감소 정도. 누구나 알고 있는 말 아닌가. 인간과 자연은 함께 살아가는 방법 모색 정도가 맞는 말이 아닐까! 어그로라는 단어와 상관이 없기를! 탄천의 흰목물떼새도 멸종위기의 보호 조류다. 지금도 탄천은 공사 중이다. 며칠 전 사진 속에 갈무리했던 물떼새가 공사 장소 이동과 함께 보이지 않는다. 사진이 더 귀하게 느껴진다.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강이 맑아졌단 생각만 했지 사람의 영향력이 줄어들었단 생각은 못 했다. 그러나 올 들어 부쩍 생명체들의 수가 늘어난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우리 사람들의 숙제가 코로나로 하나 더 늘었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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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입학 후에도 온라인 수업만 하는 미국의 손녀와 화상 통화. 학교 못 가니 심심하단 말과 함께 온라인 수업은 재미가 없단다. “할아버지 주사 맞으면 우리집에 와” 백신 이야기를 하는 손녀가 애처롭다. 코로나 물러나고 할아비 생각 잊고 친구들과 마음껏 뛰노는 손주들을 상상해본다. 물론 그 때는 인간과 자연이 상생하는 방법을 찾는데 코로나가 일조했다는 말이 생기기를 바라며!


거실 벽에 2021년 달력이 걸려있다. 아내가 병원에서 가져온 것이란다. 제일 앞 장은 아직 올 12월!


폰에도 올 한 해 마무리 잘하라는 덕담들이 올라온다. 오헨리의 마지막 잎새로 상징되는 한 장 남은 달력. 끝은 대부분이 흰소 띠 해의 축복! 그나마 신축년이 빠진 글이 많은 것은 디지털의 힘? 그렇지 우린 70대! 라떼 표시 좀 내자. 신축년 흰소의 해! 모두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올 2020년을 되돌아보니 다사다난이란 말을 도저히 사용할 수가 없다. 분명 많은 일들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오래된 경유차 폐차. 나이와 건강 문제로 운전 포기. 대중교통 기피로 집 앞 탄천 운동 외에는 집콕. 국가적으로도 언론이 조용할 날이 없었다. 또 몇 명의 청와대 앞 시위. 우리나라 일, 이 위 도시의 지자체장 보궐 선거, 미국 대선 등등. 대한민국은 미국 대선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나라! 그런데 이 모든 일들을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놈이 다 삼켜 버렸다. 모든 사회 활동, 친구들 모임. 배움 같은 노년의 즐거움이 코로나란 이름하에 모두 없어져버렸다. 지금 하는 일이라고는 봉사활동 하나와 도저히 실감 나지 않는 비대면 배움 하나뿐이다.


라떼 세대에다 건강 문제까지, 국가 일에는 신경 쓸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하긴 2020년에 20세기를 더 많이 산 내가 신경 쓸 일이 있을 것 같지도 않다.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 내 몸보다 소중한 것은 없는 듯! 디지털로 무장한 젊은 세대! 나는 그들을 믿는다. 손가락 두 개면 못 하는 게 없는 신인류란 느낌!


오늘 컴으로 영화 뉴스를 보다 깜놀! 점 하나를 잘 못 찍은 줄 알았다. 관람률 1위란 뉴스를 1주일 넘어 본 “이웃사촌”이란 영화의 누적 관람객이 30만이 안 된다. 천만 관객이란 소리는 정녕 전설 속으로 사라지는가!


2002년의 “대한민국 짜자자작” 그 열기가 아직도 가슴을 뛰게 하는데 관중 없는 경기가 웬 말! 음주가무 즐기던 민족의 후예답게 공연장을 뒤덮던 떼창! 폴 메카트니도 감동받았다던 “헤이 쥬드의 후렴구” 끝없이 이어지던 “나나나 나나나나......” 지금은 랜선이란 낯 선 단어!


며칠 전에는 갑자기 선짓국 생각이 간절. 미식가도 아니고 음식 욕심이 많은 것도 아닌 나! 그런데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먹방에 입맛이 당길 때도 있다.


마스크 벗는 외식은 못 하겠고 포장으로 대신. 우리 세대는 배달 음식에 익숙하지 못하다. 손님도 없는 식당에 주소와 전화번호까지. “다음부터는 안 먹고 만다.” 그다음부터는 시내는 나가지를 않는다.


100세 시대! 70년이 그렇게 긴 시간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래도 우리 세대는 참 많은 것을 겪었다. 어느 날 갑자기 좋아하던 패티 킴이란 가수의 이름이 김혜자로 바뀌고 어머니의 애창곡인 “동백아가씨”가 왜색이란 이유로 방송에서 사라지고 12시부터 4시까지의 통금. 그래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런 경우는 70 평생 처음이다.


다음 주에는 한 번의 일 대 일 대면 수업과 한 번의 비대면 수업이 있는 노친네들 상대의 폰 강의를 신청하려 한다. 마스크 꼭 끼고 방역 수칙 지키면서!


제발 내년에는 주인을 지키기 위해 호랑이와도 싸운다는 소. 그것도 흰소의 힘으로 이 망할 놈의 코로나 바이러스가 물러가서 하고 싶은 것 하고 살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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