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재천
"별 일 없제?"
"별 일 있을 끼 뭐 있나?"
"여기는 별 일 있다."
"인생 백 세 시대에... 이제 갓 일흔인데..."
"인명재천이다. 니 한테는 일부러 아프다 소리도 안 했다. 코로나 때문에 오지도 못 한다. 계좌번호 찍었다."
암이 무서운 것은 자각 증상이 없다는 것이다. 안 무서운 암이 있겠냐만은 특히 췌장암은 발견이 어렵다고 한다. 연 전에 같이 모임한 친구가 발병 진단 석 달만에 세상을 떠난 것이다. 정말 절친인데 망할 놈의 코로나 때문에 조문도 할 수 없다! 힘이 쭉! 이럴 때 일수록 힘을 내야한다. 나도 아직 완치 판정 못 받은 몸이다. 마음을 다잡는다.
은행에 들렀다 탄천으로. 억지로라도 힘을 낸다. 철봉 앞에서 스트레칭 중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는 낯 익은 모습의 어르신. 구부정한 자세에 약간은 저는 듯한 걸음걸이. 아무리 마스크로 얼굴을 숨겨도 바로 알아 볼 수 있는 분이다. 부인이 폐암으로 별세 하시고 갑자기 늙었다고 한탄 하시던 분. 내 등의 상처를 보시고 처남 같다며 친동생 처럼 대해 주시던 분이다.
멀리서 마스크 내리고 인사를 드리니 하이 파이브 시늉만으로 반가움을 표현하신다. 표정을 모르니 답답하다. 마스크 쓰고 뽀뽀하듯 영 개운하지 못 하다. 코로나 사태 직전 이 분과의 삽화 하나.
그래도 턱걸이 30개. 다섯 개씩 나누어 여섯 번. 젊은 사람들과 모양새는 많이 다르지만 나이 칠십에 이 정도면 건강 양호다. 정리 운동 중 폰이 날 찾는다. 미국 사는 외손녀의 전화. 집 밖을 못 나가니 심심한 모양이다. 근 30분 통화.
코로나가 만든 신 풍속도 하나. 가까이 있는 지인은 못 만나지만 멀리 있는 친구들은 자주 만난다.
특히 폐를 조심해야 하는 나는 친구들의 걱정 거리다.
"잘 있제? 조심해라!" 폰이 바쁘다.
자목련 지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