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운동법

여름과 겨울 나기

by 김윤철

수술 후 암과 싸우는 방법으로 나름의 두 가지 원칙을 세웠다. 하나는 사람 많이 모이는 밀폐된 공간 피하기. 다른 하나는 뼈밖에 없는 몸에 근육 만들기. 첫 번 째 원칙은 반은 실패. 사람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최소한의 모임은 필수 조건이다. 단 최소한의 모임만 따라서 반은 실천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나름 열심히 실천하고 있다. 나태해지려 한다. 마음을 다 잡는 방법 하나.


우리 집에서 마음만은 내가 가장 젊다. 요즘 말로 인싸다. 인싸답게 젊은이들이 즐긴다는 건강 브이로그 시도. 막내에게 물어서 셀폰용 삼각대 장만. 집 앞을 흐르는 탄천으로. 연습 삼아 매일 하는 평행봉 운동을 기록해 보기로. 내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보기는 처음이다. 먼저 사진으로 대강의 구도를 살피고 웃통까지 벗고 동영상 촬영. 이런! 안경을 가져오지 않았다. 성공 여부 판단 불가.


집에 와서 확인해 보니 처음이라 거리 조정 실패. 사실은 평행봉은 일흔 나이에는 힘든 운동이다. 하루에 두 번 찍기는 무리. 아쉬운 대로 가족 밴드에 등록. 딸의 댓글이 달렸다. "아빠 최고! 복근 있다. "

젊은 사람들처럼 빨래판은 아니지만 복근 형태는 나오는 것도 같다. 용기를 내어 카톡으로 육십 년 지기 친구들에게 전송. 코로나로 만날 수는 없지만 톡으로 연락은 주고받는 친구들이다.


친구의 답장. "근육 장난 아니다. 열심히 해라. 나도 하루에 세 시간씩 자전거 탄다."

자전거 복장이 너무 멋있다. 부럽다. 칠순 여행 이후로 자잘한 병치레에 자전거를 탈 수 없다.

"멋지다. 주위 경치도 즐기고..."

"이 나이에 세 시간 달려봐라. 경치 생각이 날 것 같나? 새벽에 나간다. 안 죽을라고 탄다."


요즘 방송만 틀면 나오는 게 먹방이다. 이 먹방의 원조격인 친구. 대한민국 맛집을 꿰뚫고 있는 친구다.

"인간의 욕망 중에 식욕이 제일 앞에 있다. 성욕보다 앞에 나온다. 나는 먹고 싶은 것 참고 오래 살고 싶은 생각 없다." 이 친구의 지론이다.


같이 여행을 가면 관광보다 맛집에 신경을 더 쓰는 모양새다. 따라서 젊어서도 병원 신세 꽤나 진 친구다.

자전거도 살기 위해 탄다기보다 먹기 위해 탄다는 말이 더 맞는 것 같은 친구. 그래서 경치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단다.


나도 마찬가지다. 입원과 회복기를 거치며 근 감소증. 근육이 없으면 면역력이 떨어진다는 얄팍한 의학 지식에 거의 의무적인 운동. 자기애나 성취감보다 면역력 강화가 목표. 피곤한 몸에 힘을 더 주어 본다.

목표 앞으로!





운동 나가려니 아내가 내 신을 들고 있다.

"남 신발 들고 뭐하노?"

"밑창에 미끄럼 방지 테이프 붙인다."

처음 듣는 말이다. 아이젠은 알아도 테이프는 듣는 게 처음이다.

"그런 것도 있나?"

"내 친구 눈에 미끄러져서 고관절 다쳤단다. 병원에서 전화 왔다. 내 건 붙였다."

“이것도 쓰고 가라! 추우면 면역력 떨어진다.”

아내가 내민 것은 등산용 방한 마스크다. 나는 남들보다 허파가 작다. 숨쉬기가 걱정되지만 수술 경력이 있으니 천천히 걸을 각오를 하고 마스크 위에 또 마스크. 위의 마스크는 귀까지 덮고 두께도 바이러스 방지용보다 훨씬 두텁다. 집 앞 강변 산책로 도착. 추위 탓에 자전거 도로는 비었지만 운동하는 분들은 여전들 하시다. 날씨가 추우니 걸음이 평소보다 빨라진다. 8,000보를 걷고 집에 오니 40여분. 평소보다 10여분 빨리 도착. 마침 엘리베이터 점검 중! 12층까지 계단으로. 오늘은 운동량이 많다. 천천히 걷는 중 뒤에 젊은 분. 거리 두기인가? 앞지르지 않는다. 오르막이 힘겨우니 괜히 신경이 쓰인다. 조금 빨리 걸으니 숨이 차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숨 가쁜 것을 느끼지 못했다. 평소에는 마스크 하나도 답답했는데 오늘은 속도를 조금 더 내었건만! 추위는 숨찬 것까지 잊게 만드는 힘이 있는가 생각하며 선두 양보. 이후 날씨가 풀려도 마스크는 두 개씩. 폐활량 운동에 도움!


오늘은 손주들과 통화. 전화가 뜸하다 했더니 벽면에 크리스마스 장식품이 가득. 망할 놈의 코로나땜에 집에만 있으니 종이와 천 공예로 시간을 때웠다는 말. 등교 않는 학교도 3주간 방학을 했단다. 작년에는 함께 트리 장식도 하고 가족 여행도 했는데...


“할아버지 미국 갈까?”

“못 와!”

“할아버지 주사 맞고 와.”


시무룩한 손자와 친구 못 만나는 유치원생인 누나의 대답이다. 백신 맞으면 학교 올 수 있다는 선생님들의 말씀을 믿는 손녀. 걱정이다. 손주들은 영어가 모국어다. 괜히 할마 할빠와 우리말 사용해서 영어 교육에 지장이라도 있으면...

그 보다 한창 친구들과 뛰어놀아야 할 시기에 할애비 오기를 기다리다니. 다시 한번 욕 나오는 코로나! 걱정 말라는 딸의 말. 친구들을 만날 수는 없지만 화면으로는 서로 통한다는 얘기. 국어 우등상도 받았단다. 여기의 국어는 당연히 영어다. 한참을 손주들과 놀았다. 코로나는 미국과 우리나라의 거리를 좁히는 힘도 있다.

코로나의 순기능이라 해야 하나? 70 평생 처음 경험하는 요지경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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