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흐른다
육 개월마다 하는 정기 검진. 매무새 고쳐가며 하는 유일한 외출이다. 구두가 조금 이상하다.
"구두가 와 이렇노?"
자세히 살펴보던 아내의 대답.
"삭았다!"
"아깝다. 몇 번 신지도 않았는데."
사위 맞을 때 맞춘 신발이니 벌써 십년 전이다. 그래도 퇴직한 몸이니 정장할 일이 거의 없다.
여기에 어울리는 삭다의 사전적 의미!!
"물건이 오래되어 변해 썩은 것처럼 되다. "
사용해서 낡은 것과는 다른 의미다. 중고차 팔려고 마음먹었을 때의 에피소드 하나.
"많이 안 탔습니다."
"일 안 한다고 사람 안 늙는 것 아닙니다. 연식 문제입니다."
그 차 6년 더 탔다. 비록 백수지만 삭으면 안 되겠지. 코로나 시대에도 나름은 부지런 떨며 지낸다.
“선생님! 메일 주소가 안 보입니다. 화면 조금만 내려 주세요.”
누가 답답한 내 마음을 대신 표현해 준다.
“메일 주소와 사진 주제는 메시지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열심히 메일 주소를 적고 있던 볼펜을 접는다. 아침부터 설레며 준비한 70 평생 처음 경험하는 비대면 화상 수업! 해를 넘겼으니 적응할 때도 되었건만 비대면 수업은 역시나다. 오늘은 새로운 사진 수업하나 시작!
집 근처의 풍경들을 담다 탄천의 환경 기록이란 재능 기부 형식의 단체에 가입. 표현 대신 기록이란 사진 강의 등록. 남의 도움 없이 혼자 힘으로 앱을 깔고 컴을 조작하여 수업 준비. 사실은 컴은 귀찮아서라도 자식들의 도움을 받는다. 오늘은 아무도 없으니 내 힘으로. 닥치면 한다. 걱정과 달리 별 어려움 없이 첫 시간을 마친 “노인복지관 환경지킴이 사진 봉사자” 사진 수업.
직장 생활 초기 컴퓨터 교육 갈 때, 컴 체제가 윈도로 바뀌고 처음 교육을 다녀온 컴 도사라 불리던 직장 선배의 경험담. 요즘 말로 아재 개그 같은 소리. 아니 20세기 이야기니 할배 개그!
“윈도를 여세요.”란 강사의 말에 뒤편의 교육생이 교실 창문을 열더란 말씀.
이곳 경기도의 어르신들은 수준들이 대단하시다. 그래도 연세 있으신 분들 수업. 연륜에 맞게 열성이야 높으시지만 일흔 나이의 교육생들의 이해력은 조금 떨어진다. 아니 아날로그의 삶을 더 살아오신 세대 탓도 있다는 생각. 그런 분들과 얼굴조차 보이지 않는 수업을 해야 하는 젊은 강사님의 수고가 애처롭기까지 하다. 나 역시 20세기를 훨씬 오래 산 세대다. 디지털은 정말 힘들다. 짧은 삽화 하나.
희한하다. 두 시간 여를 헤매도 안 보이던 기호를 퇴근 복장의 딸이 5분 만에 찾아냈다. 머리를 쥐어뜯으며 한 말! “에라이 등신아!” 이건 자책의 소리다.
나는 폰으로 유튜브 만드는 법을 배웠다. 따라서 폰 사진 저장소가 항상 부족하다. 사진 지우기 바쁘다.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사진들은 밴드에 저장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유튜브에 옮기면 지워버린다. 그게 또 필요할 때가 있다.
“개똥도 약에 쓸려면 없다.” 딱 맞는 말이다. 필요한 사진은 스크린 샷을 설치하고 사진 캡처하는 법을 사용해서 찾는다 지금은 이 또한 낡은 방법이 되었다.
오전에 작업을 하고 걷기 운동. 오후에 사진을 찾으니 스크린 샷 표식이 행방불명. 두 시간 여를 헤맸지만 결국 작업 포기 상태. 때 마침 둘째의 퇴근. “이것 좀 봐주라.”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컴 앞으로. 멀티라나 뭐라나 크롬과 익스프로 둘을 띄워 놓고 블로그 작업을 했다. 한쪽에는 글을 쓰고 다른 쪽에선 사진 작업.
“그때는 어지간히 꼼꼼하다.”
항상 덜렁 댄다고 잔소리하는 아내의 말. 블로그 만들 때만 좌우 살핀다는 이야기.
딸에게 한 참을 설명. “스크린 샷 앱을 다시 다운로드하니 ”앱 삭제할까요?” 문구가 뜬다.
한참을 연구하던 딸의 말 “아빠 거꾸로다!” 이게 뭔 소리! 스크린 샷은 크롬에서만 작동한다.
이런! 글은 크롬에서 사진을 익스프로에서 찾고 있었다. 둘을 바꾸니 바로 사진이 캡처된다.
“에라이 등신아! 등신아!” 머리 꽤나 쥐어뜯었다.
그놈의 앱이 바탕화면에 깔리는 줄 알았지 크롬에서만 작동하리라고는 전혀 생각 못 한 머저리!
신경이 곤두서는데 옆에서 아내가 부채질을 한다.
“몇 사람이나 본다고 그 야단이냐! “ 집안일도 좀 그래 봐라.”
용기 내어 한소리! “내 만족이다. 이 나이에 이런 것 만진다는 것도 대단하다고 자부한다.”
아내도 미안한 모양이다. “그래 치매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우리 친구들은 SNS 하는 사람도 없다.”
정말 사진과 글이 맞아떨어지면 기분이 좋다.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 자기만족!
아내가 무슨 말을 해도 나는 글감 찾고 있겠지.
아내가 가장 아끼는 운동화와 옷을 내놓는다,
"아끼면 삭아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