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를 향하여
임국희 아나운서의 소개로 "스캇맥캔지"의 "샌스란시스코"를 들으며 "잭 캐루악"의 소설에 빠져 들던 한 소년이 있었다. 흐르는 시간 속에 그 소년은 성인이 되고 짧지만 강력했던, 암벽 등반에 미친 시간을 지나 그것의 묶음인 세월은 그 젊은이를 일흔의 할아버지로 만들었다.
그 일흔의 할아버지가 세월을 거슬러 그 소년으로 돌아가려 한다. 드라마 이야기가 아니다.
"아빠! 수고했는데 귀국 전에 샌프란시스코와 요세미티나 갔다 오자!"
고생한 것 하나 없는 할애비는 정신이 나간다. 까마득히 잊고 있던 추억. 그때는 해외여행은 상상도 할 수 없던 그런 시대였다. 버킷리스트란 단어조차 없던 시대. 막연히 동경만 하던 히피의 고향 샌프란시스코.
"샌프란시스코에선 머리에 꽃을 꽂으세요. 여름엔 평화와 사랑의 히피 축제가 있을 거예요."
차가 출발한다. 샌프란을 향하여!
고속도론데 차가 빨리 달리지를 않는다. 급한 마음 탓? 속도계를 보니 100이다. 장거리 여행이니 엑셀을 사용 않고 속도를 고정시켰다. 고속도로에서 100이라니! 미국 서부 지역은 통행료가 없어 고속도로 입장을 실감하지 못한다. 그래도 이곳은 분명 고속도로다.
잠시 잊었다. 여기는 미국이다. 100km가 아니고 100M이다. 시속 160km.
주위에 차도 건물도 없으니 속도감이 없다. 그래도 나는 한 번도 달려본 적이 없는 속도다.
이 속도를 훨씬 빠르게 추월하는 트럭의 속도는? 대륙 횡단하는 화물차 운전수들이 미국에서는 아주 고소득층에 속한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다.
미국은 넓다. 고속도로가 중앙 분리대를 사이에 둔 한 차선이 아니다. 오가는 차선 둘이다.
LA를 떠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곳, 중앙분리대 구실을 하는 빈 곳에 석유 굴착기가 떡 하니 버티고 있다.
그 뒤로 수 없이 보이는 석유 굴착기들! 영화 자이언트에서 보던 바로 그 석유 굴착기!
차를 세우고 인증샷!
신은 공평하지 않다. 아니 너무 편파적이다. 누구는 좁은 땅덩이에 지하자원 하나 없고 누구는 끝 모르는 땅덩이에 도심만 벗어나면 석유를 퍼 올리고 불평하는 사이에 1차 목적지 도착.
베이비 카시트가 싫어 칭얼대는 손녀를 내가 안고 39 피어, 39번 부두로. 샌프란에는 많은 부두들이 있지만 39번 부두가 가장 유명하단다. 이곳에서 가장 먼저 우리를 맞이해 주는 것은 바다사자다. 이곳의 대지진 후 이곳에 정착했다는 바다사자. 별것이 다 관광자원이 되는 샌프란시스코다.
승용차는 주차해 놓고 빅버스로 시내 관광.
빅버스란 자유롭게 승하차가 가능한 관광용 2층 버스다.
이 관광버스를 이용하여 몬트레이 퍼시픽 해안을 다녀왔다. 세계적인 수족관이라는 몬터레이 베이 아쿠아리움은 바깥만 구경. 수족관이야 어디든 비슷하다. 그보다는 존 스타인벡의 정신을 따라 캐너리로우 거리 구경.
그의 정신은 찾을 길 없고 그냥 유명 관광지일 뿐이다.
혹자는 말한다. 히피의 사랑과 평화, 저항 정신들은 사라지고 샌프란에는 마약과 동성애 등 부정적인 면만 남았다고. 나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본다. 이곳에는 너무나 유명한 실리콘 밸리가 자리 잡고 있다.
스티브잡스가 히피 신봉자란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그들의 자유, 기존 질서에 저항하는 정신이 없었다면 과연 실리콘 밸리가 존재할 수 있었을까? 이번 여행 계획에 애플사 구경도 들어 있다.
39번 부두의 식당과 카페가 시작되는 곳. 배의 키를 형상화했다는 조형물이 멋있다.
이곳은 거리의 예술가들의 버스 킹 장소 이기도 하다. 인증 사진 찍는 중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샌프란시스코에선 머리에 꽃을 꽂으세요로 번안된 샌프란시스코가 연주되고 있었다.
점심은 그곳의 명물이라는 보우댕 빵집에서 빵 속에 넣어주는 크램차우트(조개수프)로. 음식을 오래 보관하기 위한 방법이 지금의 맛으로 이어졌다니 역사는 오랜 듯. 비릿한 해산물 맛이 내 입맛에는 딱이다. 하긴 어느 나라 음식이던 싫은 소리 안 하는 내게 딸 왈! 아빠는 어디 가도 굶지는 않겠다. 조개 수프는 어디에든 찾을 수 있다. 빵 속의 수프는 이곳뿐이란다. la에서 찾은 조개 수프에서는 그 비릿한 바다 냄새를 찾을 수 없었다.
다음은 롬바드 스트리트로 여행은 역시 시간에 쫓긴다.
롬바드 거리는 샌프란에서도 경사가 급하고 거리가 아름답다고 알려진 곳이다. 이곳에서는 거리와 경사까지도 관광 자원이 된다. 39번 부두에서 몬테레이 퍼시픽을 지나 이곳 까지는 빅버스로 이동! 빅버스는 이동 수단이다. 여기서는 경사진 도로를 트램으로 오르내린다. 이것은 관광용이다. 특이한 것은 사람들이 트램에 매달려 거리 구경을 한다. 그런데 이 케이블카가 샌프란의 전통 중 하나란다.
이곳 롬바드 스트리트 1,000번지가 유명한 세계에서 가장 꼬불꼬불한 길이 있는 곳이다. 8개의 급커브가 있는 꽤나 유명한 거리. 이것 역시 필요에 의해 운전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기념으로 한 번씩 내려오는 것이다. 경찰까지 동원된 관광지! 물론 우리도 인증 샷 한 장!
그 위가 그 경치 좋다는 러시안 힐! 좀 내려가면 알 카포네가 수감 생활을 했다는 세계에서 가장 탈출하기 어렵다는 알카트라즈 감옥! “더 락”영화의 촬영 지였다고도 하는 관광지! 하여간 미국은 돈 버는 대는 귀신이다.
경사 심한 도시의 약점에다 교도소까지 돈벌이 수단이 된다. 우리도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웨스턴이란 한국 횟집에서 회 한 접시하고 숙소로! 샌프란은 미국에서도 집값 비싸기로 유명한 도시다.
빈부의 격차도 어마무시하다. 이런 도시에 한글 간판이 딱! 실리콘 밸리에 한국의 위상이 높다는 말이다.
한국의 문화에 k팝만 있는 게 아니라는 말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