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길 찾기
나이 탓인지 시차 적응 문제인지 늦잠. 학교 쉬는 딸과 커피 타임.
딸이 이민 선배들에게 들은 말이라며 조심할 일을 말한다. 외출 시 어린이와 노인들과 신체 접촉 금지.
여러 민족이 함께 사니 각 민족의 문화를 존중하라는 의미 정도로 해석.
우리나라도 이미 다민족 국가화 되어 가고 있다. 우리 고유의 것들이 사라져 간다는 말.
시골 어린이들의 엄마는 동남아인들이 많고 도시는 귀여워도 눈짓이나 하지 몸에 손을
대는 법은 없다. 친척 애들도 몸에 손 대기 보다 지갑부터 찾는 게 정상이다.
"그놈 애비 닮아 고추 예쁘다."
그래서 그날 밤 부부 싸움 났다.
이런 농담은 지금은 전래 동화 속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말들이다.
그보다는 엄마 껌딱지인 손녀와 얼굴 마주치는 것이 우선이다.
미국 생활 적응을 위해 혼자 외출. 미국 주택가 곳곳에 붙어 있는 경고문(warning signs)을 폰에 담아와 사전 찾아보기. 이것도 별개 없다. 사유재산, 침입 금지, cc tv 녹화 중, 속도 제한 5마일. 소방 진입로 주차금지 등 등. 남의 집에 들어갈 일도 없고 운전할 일도 없다. 걱정 없다.
문제는 외출 시 집 찾기다. 나름의 노하우. 지금은 우리나라도 도로명 주소를 사용한다.
큰길에 곁가지가 많고 골목이 꼬불꼬불한 우리나라의 도로명 주소가 얼마나 편리 한 지는 잘 모르겠다.
골목이 별로 없고 그 골목마저 직선인 미국의 도로명 주소는 정말 편리하다. 직선길이니 번지도 금방 찾을 수 있다.
우선 큰길 이름부터 외웠다. "벤츄라 로드" 다음은 집에서 30분 정도 거리의 도서관 이름.
도로명과 도서관 이름만 외우면 집 잃을 걱정은 없다.
미국은 도로가 바둑판처럼 직선이라 방향만 잡으면 길 잃을 염려가 적다.
도로명 주소 외우는 것도 만일을 위해서지 실제 일 년여의 미국 생활 중 길을 물은 적은 없다.
미국은 우리나라 보다 인구 밀도가 많이 낮다. LA도 인구는 서울의 반이나 면적은 서울의 두 배다.
LA 다운타운을 제외한 주택가는 한산하다. 아파트마다 어린이 놀이터가 몇 개씩 있는 우리나라와 많이 다르다. 손녀와 놀아줄 장소가 많지 않다는 뜻이다. 두 시간 동안 발품 팔아 지리를 익혔다.
다음은 손녀와 얼굴 익히기. 이것도 나름의 노하우가 있다.
엄마 떨어지기 싫어 우는 손녀를 안고 밖으로. 다음은 걱정 없다. 호기심 많은 어린이들은 금방 주위를 살핀다. 자동차나 주인 따라가는 개들을 보여 주면 엄마 생각을 잊어버린다.
첫날이라 한 시간 정도 손녀와 나들이.
미국 생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