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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뮤정 Jul 23. 2024

재두루미와의 동행

요상하고 희한한 몽골로, 다시!

몽골을 처음 간 건 작년 엄마와 함께한 여행이었다. 아마 이 여행이 아니었다면 이 모험도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다. 몽골에서의 번째 여정은 무엇을 예상하는 것이 별 소용이 없는 기분이었고 시작은 첫 날부터였다.


호르흐 링잉스테이션(Khurkh Bird Ringing Station)은 울란바토르에서 8-9시간 정도 거리에 떨어져 있는 Kenti주에 위치해 있는 곳이다. 운이 좋게도 내가 그곳에 들어가는 날, 같은 팀원 중 두루미 연구자들이 스테이션으로 간다며 원한다면 동행할 수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낯가림과 언어장벽으로 인한 걱정은 잠시 접어두고 흔쾌히 응했다. 


스테이션에 들어가기로 한 날 아침 일찍, 두 사람과 만났다. 쯔벤과 빠기. 나만큼이나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네는 그들의 투박함이 반가웠다. 1시간 가량 달렸을까? 너른 마당과 지붕을 가진 건물 앞에 차를 세웠다. 나는 차에서 내려 나무로 된 작은 대문을 열고 들어가는 그들을 뒤따라갔다. 닭장처럼 보이는 얇은 문을 열자마자 ‘푸드덕!!’ 무언가 거대한 회색 날개짓이 느껴졌다. 재두루미…! 우리나라에서는 겨울에만 볼 수 있는 철새이다.

재두루미는 우리와 함께 갈 일행이었다. 날개를 다쳐 치료를 받고 이제 방생할 일만 남은 친구였다. 봉인된 두루미를 꾸러미 안듯 들어올린 빠기는 조수석에 타더니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그대로 무릎 위에 앉혔고 종일 품에 픔고, 자고, 조사하고 이동했다. 덕분에 나는 뒷좌석에서 하염없이 관찰할 수 있었다. 


4시간 정도 이동했을 무렵, 작은 강에 차를 세우고 새와 함께 내려 이내 봉인했던 다리를 풀어주었다. 나는 이곳에서 방생하려고 하나보다 하던 순간, 갑자기 두루미가 물가를 향해 터벅터벅 걸어가더니 손 쓸 새도 없이 그대로 물에 들어가 버렸다. 눈은 그대로 가려있는 채로..!

새를 놓칠세라 빠기는 신발과 양말을 벗고 오른쪽으로, 쯔벤은 왼쪽으로 달려갔고 주저없이 물가에 첨벙첨벙 들어가 두루미 재포획에 성공했다. 알고보니 이곳에서 방생하려고 한 게 아니라 다친 곳에 약을 발라주고, 물과 먹이를 주려고 잠깐 봉인해제를 한 것. 나는 그 풍경 속 새와 사람이 귀여우면서도 약간은 기이했다. 눈을 가렸는데도 정확히 물가를 향해 걸어가는 재두루미의 모습은 어디로 걸어가야 하는지 이미 알고 있는 느낌이랄까. 아마도 본능에 가까운 감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바탕 소동을 치르고는 다시 출발했고 해가 지고 밤이 되어서야 스테이션에 도착했다. 그곳에서는 유리와 발리야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약 14시간의 다채로운 대장정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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