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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날 Apr 27. 2021

If I were rich

가정법의 달콤함

내가 돈이 아주 많다면, 로또에 당첨된다면, 아니 그 이상으로 '돈', '부', '가난' 같은 개념이 '선풍기', '숟가락', '자두' 정도의 느낌이 된다면,


그때는 과시하기 위한 소비가 아니라 순수하게 나를 위한 소비이고 싶다.

해소하기 위한 소비가 아니라 채우기 위한 소비, 내 감정에 솔직하게 행동하기 위한 소비이고 싶다.


누가 봐도 알법한 유명 디자이너 명품백이어서가 아니라

가격도 브랜드도 몰랐는데 내 눈에 너무 예뻐 사는 가방을 구매하고 싶다.


칸쿤 정도는, 북유럽 정도는 가봐야 없는 시간 없는 돈에 맘먹고 가는 통큰 여행이라는 그 어쩌다 만날 평판과 내 속의 안심을 기대하며 여행지를 고르는 게 아닌

국내인지 해외인지도 모를 사진 속 한 장소가 자꾸만 눈에 밟히고 가면 맘이 편안해 질 것 같은 그 느낌적인 느낌 하나에 끌려서 목적지를 찾고 싶다.


온라인 집들이에 돌아다니는 카페같고 고급 갤러리 같이 꾸며진 집을 꿈꾸며 일년에 한두번 기회 있을 지인의 방문에 대비한 인테리어를 하는게 아니라

나와 내 가족들이 편안하고 늘 머물면서도 늘 그리운, 우리 가족외에는 누구도 보여주기 아까운 그런 공간을 고민과 정성으로 만들고 싶다.


어디서 일하고 있다고 무슨일을 하고 있다고 언제든 말할 기회가 있을까 입이 근지러운 직업이 아니라,

단어 하나로 내가 무난하고 착실한 삶을 살아왔고, 평균보다는 살짝 더 열심히 그리고 조금 더 잘 살아가고 있다는 걸 가치 판단할 만한 직장 혹은 직업이 아니라,

요즘 내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어떤걸 좋아하는지를 보여주는 그런 일을 하고 싶다.


이정도면 좋아하려나, 이정도면 적당한 수준을 했으려나, 따질것도 재볼것도 많아지는 부모님, 가족, 친구, 지인들의 선물 고르기가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그사람이 이 시점 정말로 필요하고 원하고 구하는게 무엇지를 찬찬히 생각해 보고 떠오른 대로 고르는 선물이고 싶다. 그게 아파트든, 현금다발이든, 선인장 화분 하나든.


가장 예쁜 여자는 돈 많은 여자- 에스테틱 관리와 젊음을 유지하려는 피부과 방문이 아니라

가장 예쁜 여자는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여자- 라는 뻔하고 말도 안되는 슬로건이 진짜 그렇게, 내 안에 믿어질 수 있는지 한번 시험해 보고 싶다.


가정법의 달콤함에 빠져 생각나는 대로 꿈꾸다 깨서 돌아보고선, 오늘도 또 한번 느낀다.

돈이 그닥 많지 않은 지금도 이중 몇가지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 지금 당장이라도 부자인 것처럼 살아볼 수 있다는 것 말이다.


나도 인식하지 못하는 와중에 남의 시선과 가치에 끌려다며 살고 있는지도. 허용되는 작은 것에라도 내 감정에 솔직해 지기. 이리저리 눈 돌리지 말고 나답게 살아보기. 그게 가능할 때, 그때에야 비로소 내 감정과 내 안에만 늘 집중 해 있는 시선을 넘어서 세상에, 사물에, 다른 이들에게 온전한 시선을 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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