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한달살이 Day 21
캠프는 끝났고 남편은 밤 아니 새벽에야 도착할 테고 오늘은 하루 종일 딸과 보내야 하는 날. 오전 일정은 1도 없었기 때문에 늦잠을 자고 싶었지만 7:20에 눈이 떠졌다. 이럴 때만 쓸데없이 규칙적이야. 딸이라도 늦잠을 잘 줄 알았더니 8:30 정도에 기상을 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조식이라도 먹자.
그런데 오늘 조식 메뉴에 그동안에는 볼 수 없었던 메뉴가 추가되었는데 바로바로 누들. 불어 터진 볶음면이 아니라 국물이 있는 누들. 면만 쌀국수면이 아니었지 국물은 쌀국수 또는 고기국수의 맛이었다. 처음에 딸이 가져온 걸 한입 먹어보니 맛있어서 나도 한 그릇 가져다 먹었다. 뭐야 왜 체크아웃 하루 남겨둔 날 먹을만한 메뉴가 나온 것이야?
그러고 보니 그동안 내내 시원하지 않았던 냉장고도 어제부터인가 시원해졌다. 한국에 가면 이가 시릴 정도로 차가운 냉수 또는 얼음물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었는데, 냉장고가 한결 시원해지니 오늘부터는 그 생각이 싹 사라졌을 정도다. 떠날 때가 다가오니 아쉬운 마음에 내가 변한 것이라고 하기에는 그 증거가 너무 명백하다.
아무튼 오랜만에 만족스러운 조식을 먹은 후 딸의 화장품을 사러 근처 사이드워크몰로 갔다. 이제 여기도 마지막이겠구나. 토요일 아침 10시, 사이드워크몰 입구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운동을 하는 사람들로 시끌시끌했다. 화장품을 사고 하겐다즈에서 아이스크림과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먹는 동안 딸은 나를 그려주었다.
그렇게 오전에 둘만의 시간을 보낸 후 1시에 호텔 로비에서 다른 두 가족을 만났다. 캠프가 끝난 후 어제저녁, 그리고 오늘 아침에 체크아웃을 한 한국인들이 많아 이제 남은 사람들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남아 있는 사람들 중에 엄마 셋, 아이 넷, 총 7명이서 약 한 달 전에 개장한 아시아 최대 규모의 비치페스트인 아틀라스에 가보기로 하였다.
발리에 와서 3주 동안 싱글핀, 루스터피쉬, 팔밀라, 선데이즈, 총 4군데의 비치 클럽을 가보았다. 싱글핀은 처음이어서 그리고 음식이 맛있어서 기억에 남고, 루스터피쉬는 전형적인 발리스러운 인테리어와 넓은 공간이 기억에 남고, 팔밀라는 아름다운 인피티니 풀과 멜라스티 비치에서 딸과 단둘이 보낸 시간 때문에 기억에 남고, 선데이즈는 5명의 아이들끼리 잘 놀아서 기억에 남는다.
아틀라스는 비치 클럽이 아니고 정식 명칭이 비치 페스트였는데 그 이유를 가보니 알 것 같았다. 그동안 가봤던 비치 클럽과는 차원이 달랐다. 규모가 큰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수영장도 여러 군데에 아이들을 위한 슬라이드와 풀과 각종 튜브들도 비치되어 있었고, 다양한 모양의 데이베드, 그리고 야외 푸드코트와 쇼핑몰까지 안에 있는 곳이었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비치 클럽이라는 말이 허풍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늘 함께한 아이들은 초5 2명, 초2 1명, 초1 1명, 총 4명이어서 역시나 자기들끼리 키즈풀과 일반 풀을 오고 가며 슬라이드도 타고 튜브도 서로 태워주고 끌어주며 중간중간 엄마들에게 와서 간식도 얻어먹으며 잘 놀았다. 푸드코트에서 간단히 저녁을 먹은 후 노을이 지는 바다로 가보았다. 그동안 갔던 해변보다 약간 색이 검은 모래도 생각보다 차갑지 않은 바닷물도 다 좋았다.
오늘 아틀라스로 오는 길에만 해도 아이들끼리 그동안 바다는 많이 가서 오늘은 바다에는 안 들어가고 수영장에서만 놀 거라고 하더니 바다를 보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파도를 향해 몸을 날리고 다가오는 파도를 줄넘기처럼 뛰어넘으며 하나가 되었다. 덕분에 4명이 손을 잡고 파도를 기다리는 모습, 꼬맹이들이 하나 둘 셋 하며 폴짝 뛰어오르는 모습 등 멋진 사진들이 탄생하기도 했다.
해가 지고 다시 수영장으로 돌아온 아이들은 또 한참을 더 놀더니 이제 집에 가자는 신호를 보내왔다. 꼬맹이들끼리 놀다가 한 아이가 튜브에 오르려고 발차기를 하던 중 뒤에 있던 아이의 얼굴을 치는 바람에 얼굴을 맞은 아이가 엉엉 울며 우리들이 있는 자리로 왔고, 엄마들은 그 순간 예감했다. 우리는 이제 돌아가야 하는구나.
밤이 되자 역시 클럽으로 변해가는 비치 페스트. 핫한 인도네시아 젊은이들이 다 모인 것 같은 비주얼에, DJ가 직접 믹싱 중인 강렬한 비트의 음악에, 화려한 레이저까지. 우리들이 짐을 챙기고 자리를 정리하자 직원이 와서 묻는다.
Do you really go now?
아뇨, 우리는 더 있고 싶어요.
심지어 초5짜리들은 이제 좀 컸다고 “이제부터 시작인데~”하며 덩달아 아쉬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꼬맹이들을 데리고 엄마들이 낯선 이국땅에서 뭘 더 할 수 있겠는가. 너무너무너무 발걸음이 안 떨어졌지만, 우리는 EXIT 사인을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출구로 가는 동안에도 볼거리는 많았다. 루프탑 정원도 있었고, 본격적인 축제(8/14~16)를 알리는 키다리 미녀들도 왔다 갔다 했다.
그렇게 발리에서의 5번째 비치 클럽을 경험하고 나니 정말 비치 클럽마다 제각각 매력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남편이 오면 그 유명한 FINNS를 가보려고 했는데 ATLAS가 바로 옆이라 바다에 갔을 때 살짝 FINNS를 봤는데 어쩐지 조금 초라해 보이기도 했다. 그래도 발리 하면 FINNS니까 한 번은 가봐야겠지?
오늘 우리는 입장료만 끊고 들어가서 이용했는데, 궁금한 마음에 홈페이지에 들어가 데이베드 예약을 하려고 보니 제일 싼 좌석이 4인용에 2,000,000 루피아 (한화 약 18만 원)이고 제일 비싼 좌석은 10인용이긴 한데 32,000,000 루피아 (한화 약 285만 원) 짜리도 있다. 아 오늘 거기에 앉아있던 너네들 다 인도네시아 금수저들이구나? 그래 돈 많은 젊은이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그 순간을 맘껏 누려야지. 밤이 새도록. 그래야 나중에 후회 안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