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벚꽃 = 너와 나의 시간
"봄색깔을 먹었네."
하원길 벚꽃드라이브를 하다가 분홍색 과자를 먹으며 재잘거리던 너의 예쁜 말.
너에게도 봄은 따스한 분홍빛으로 그려지는구나
예쁜 계절을 예쁜 너와 같이 눈으로 담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매년 벚꽃이 피면 지는 게 아쉬워 눈에 가득 담아보려 아쉬워하는 마음처럼
너와 나의 지금 이 시간도, 우리의 계절도 봄 어느 한가운데 있지 않을까
아직은 서투르고 무른 엄마로서의 나, 새싹처럼 푸릇푸릇 곱고 여린 너.
네가 하루종일 엄마엄마하며 나를 찾는 시간도, 볼을 맞대고 품에 꼭 안기는 날도, 별거 아닌 순간에도 꺄르륵거리며 서로의 얼굴을 보며 웃음이 새어 나오던 순간도...
꼭 벚꽃이 한가득 피어 있는 나무 아래에 불어오는 바람과 따뜻한 햇살을 마주하며 서 있는 것만 같다.
이 시간은 우리의 계절 중 가장 여리고 연약하지만 그래서 더욱 풋풋하게 기억되겠지.
언제가 나의 품을 떠나 초록빛 너의 시간을 거쳐 너는 알록달록 너만의 고운 색을 내게 될 테지.
그래서 길에서 마주치는 누군가의
"지금이 제일 힘들 때야. 그런데 그 시간이 제일 행복한 시간이에요. 그 시간이 너무 짧아."
위로인지 고백인지 모를 스쳐 지나가는 말들이 고깝지가 않다.
이미 나는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봄이 얼마나 짧고 아름다운지, 그래서 그 시간이 얼마나 아쉬운지...
하루하루 정신없이 살다 어느 날 또렷해진 눈으로 너를 바라보면 너는 어느새 또 한 뼘 자라 있고
매일 같이 얼굴을 보고 함께 있어 우리가 보내온 시간을 돌이켜 보지 못하다가 어느 날 뜬 사진첩 작디작은 너의 아가 시절을 보고 있으면 언제 이만큼 컸는지 새삼 또 놀라게 되니까
그리고 또 다짐하게 된다.
벚꽃이 지기 전에... 눈에 담지 못했다고 아쉬워하기 전에.. 짧디 짧은 봄을 만끽하지 못했다고 후회하기 전에 나는 이 계절을 온전히 너와 가득 눈과 마음에 담겠노라고.
그래서 훗날 너와 나의 봄은 지금처럼 분홍빛 벚꽃처럼 기억되었으면, 그 따스한 기억으로 너의 모든 계절을 보듬어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