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30대 직장인의 패닉바잉기 1부
“언제 결혼할거야?”
회사에서 친하게 지내는 대리님이 묻습니다.
“저야 하고 싶죠.. 집이 이렇게 비싼데 어떻게 결혼해요 ㅎㅎ 엄두도 못냄 ㅋㅋ”
주변에서 슬슬 결혼하기도 하는 나이가 되다보니, 결혼은 더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당위성만을 따진다면, 응당 하고도 남았을 결혼이 왜 이렇게 미뤄졌을까 생각해보니 원인은 생존에 있었습니다. 나는 결혼할 자격을 갖추었는가? 나는 결혼할 능력이 되는가?
제가 생각하는 결혼은 그다지 핑크빛 미래를 그리지 않았습니다. 결혼은 둘만 좋아서 하겠다고 결심이 서는 것이 아니라, 2~30년의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과거의 역사가 합쳐지고, 그 과거가 만들어낸 현재의 결과물들로 미래를 함께 예측하고 부딪혀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오랜 연애를 해 온 저로서는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과거의 역사가 합쳐지는 것은 그리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았죠. 오랜 연애를 하는 사람들은 서로에 대해 인정을 했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마음에 안드는 상대방의 행동, 습관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상대방의 삶 그자체임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과거를 합치는 것은 두렵지 않은데, 현재와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이 두려워진 것이죠. 바로 집때문에. 공부를 열심히해서 좋은 학교를 나오고, 대기업이라는 곳에서 일하고 있으니 처음에는 정말 의기양양하고 뿌듯했습니다. 이제 성공만 남은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걸 4~5년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사회초년생이 월소득 400이상이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극단적인 소비 통제와 더불어 부모님의 감사한 은혜로 부모님 집에서 출퇴근이 가능한 환경으로 인해 1년에 3천씩 모으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같은 회사 동기들도 대체 그 돈이 어떻게 모이냐고 감탄하기도 했습니다.
부침은 있었지만(P2P투자로 2천여만원을 날리기도, 코인으로 수백을 날리고, 결국 주식으로 만회하기도 했지만.. 결국 '제로'로 수렴했습니다), 3년이 지나니 수중에 1억 남짓 돈과 준중형 자동차가 남았습니다. 왕복3시간의 출퇴근생활을 성실하게 살아온 인생의 결과였달까요.
"이제 우리 경기도에 집을 하나 알아보자!"
여자친구와 함께 신혼을 시작할 집을 점찍어둔 곳이 있었습니다. 2017년부터 자주 데이트를 다니면서 눈여겨 본 곳이었습니다. 구축이지만 신분당선 바로옆이고, 20평대인데도 불구하고 3억 중반이 안되었고, LTV*도 60~70%까지 나오던 터라 1억만 모으면 나머지는 대출끼고 살 수 있겠구나 싶어서 3년을 꼬박 1억을 모으기 위해 달려왔죠.
그 이후로는 집값을 딱히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2017년, 2018, 2019년이 지나면서 어느새 4억 중반까지 올라오기에, 이것은 과열이다는 생각에... 그리고 3억 중반의 가격을 봐왔다는 생각에 곧 진정되면 내려올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2019년 말이 되었습니다. 부동산에 관심도 없던 시기, 정부에서는 새로운 정책을 발표합니다.
- 2부에서 계속 -
오늘의 부린이 토막 상식
*LTV : Loan to Value의 줄임말로 담보인정비율을 뜻합니다. 주로 주택구매를 할때 구매 시점의 주택가격을 기준으로 일정부분을 대출을 받을 수 있습니다. 1억의 주택이 LTV 70%가 나온다고 하면 은행에서 최대 7천만원까지 빌려준다고 합니다. LTV만 이해해도 "아 집은 모아서 사는게 아니구나"라는 걸 깨닫게 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