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30대 직장인의 패닉바잉기 2부
- 1부에 이어서 -
그리고 2019년 말이 되었습니다. 부동산에 관심도 없던 시기, 정부에서는 새로운 1216 부동산정책을 발표합니다.
기존에는 투기지구, 투기과열지구*의 LTV비율이 40%로 유지되고 있었는데, 12.16대책을 기점으로 LTV비율이 세분화되기 시작했습니다.
1216대책이후 9억이하 아파트는 40% LTV비율 유지, 9억 초과 15억이하 아파트는 20%로 제한되고 15억을 넘어서면 LTV가 0으로 전혀 나오지 않게 된 것 입니다.
한창 이맘때쯤에는 주식투자나 힐끗 바라볼 때라 부동산 정책이 어떻든 별 신경도 안썼습니다. 거기다 9억이니 15억이니 뉘집개이름도 아니고 이렇게 비싼아파트들은 규제하든 말든 제가 살 아파트는 3,4억짜리들이었으니 별 타격도 없다고 느꼈죠.
그리고 2020년 1월이 됩니다. 친구들과 오랜만에 모여서 한창 웃고 떠들다가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아... 돈도 없고 집은 어떻게 사냐"
"그니까 로또를 매주 사도 당첨도 안되고 .."
"성과급나오면 그거나 몰빵할까... 어차피 인생한방인데 몇백넣어서는 돈도 못버는거같애"
1월 중순 친구들과의 재밌는 술자리에서 세워진 결심은 곧 실행으로 옮기게 됩니다. 매년초 나오는 성과급을 포함해 현금동원 가능한 돈을 모두 국내 주식에 투자했습니다. 종목은 엔터, 관광, 뷰티. 친구들이 진짜로 그걸 다 털어넣었냐고 물었는데, 저도 얼떨결에 왕창 사버리고 나니 약간 후회는 되었습니다. 그래도 분할매수는 좀 해볼걸..
그리고 1월말 명절즈음이 되면서 곳곳에서 중국 우한폐렴에 대한 소식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한국에 코로나가 상륙하기 전이라서 그랬을까요? 설에 온가족이 모여 떡국을 먹으며 YTN뉴스를 보면서 이야기를 합니다.
"저 전염병이 중국말고도 다른데서도 나오기 시작한다고 하더라?"
"에이~ 그래봤자 금방 종식될거에요. 요즘 과학 무시못해 ㅋㅋ"
대범한척 이야기했지만, 이미 2주전에 들어간 주식이 10%나 하락했기 때문에 내심 전염병이 더이상 퍼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것이었죠. 그리고 기어코 코로나는 2월 한국에 상륙하고 한달내내 온 뉴스가 시끄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도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1216대책의 여파가 어떻게 커질지도 모르는채로, 코로나는 곧 종식되고 내 주식은 떡상할 것 이다는 믿음만으로 2월도 지나가버렸죠. 그리고 3월 미국을 비롯해 한국까지 전세계 전염 확산세가 폭발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3월 중순 최저치를 찍게됩니다.
무슨 정신이었는지, 결국에는 마이너스 통장을 안쓰겠다던 저의 룰을 어기고 3월부터는 한참을 주식 물타기하는데 정신팔렸던 것 같습니다. 뭐에 홀린것마냥 곧 종식될거라서 저점이니까 물타서 버틴다고 말이죠. 그리고 최저점이 되니 마이너스 3천... 눈앞이 캄캄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집사는데 보탬이라도 되어보겠다고 과감하게 투자했는데, 투자라는 것이 이렇게 큰 손실이 올 것이라고 상상도 못한것이죠.
그래도 다행인지, V자 반등을 그리며 금방 올라오게 되었고, 본전을 조금 넘기는 시점에 주식을 모두 팔아버리게 됩니다. 정말 아쉬운 선택이었지만, 이런 경험으로 인해 다음 투자부터는 더 신중하게 투자할 수 있는 노하우가 쌓인것 같습니다. 분할매수라는 혹독한 교훈을 얻었으니까요.
한창 2020년 상반기는 주식열풍이 불었습니다. 주식의 폭락과 폭등이 거듭되고, 미국의 팽창정책으로 달러가 시중에 급격하게 풀리면서 너도나도 동학개미운동을 하며 국내주식은 물론이고 해외주식시장까지 뛰어들었습니다. 운이좋게도 저도 상반기까지 주식수익이 천만원이 되었으니 말이죠.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고, 6월이 되었습니다. 4억중반이던 아파트는 어느새 5억 턱밑까지 올라왔습니다. 저도 주식으로 천만원을 벌었으니, 집값이 오른건 괜찮다고 생각하려다가도 5천만원이 더 오른 것이니 돈을 벌었다고 보기도 어려운 상황이 된 것입니다.
고작 몇백만원 수익에 울고웃으며 보냈던 수개월사이 오르는 부동산을 보면서 이제는 결심을 해야할 때가 온 것은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리고 6월초 각각의 모임에서 만난 세 친구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나 집 샀다. 너도 빨리 사"
-3부에서 계속-
*오늘의 부린이 토막 상식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 부동산정책에서 시장 과열 정도에 따라 단계를 나누어 관리하는 지역의 범위입니다. 투기지역이 시중에서 나오는 모든 뉴스의 중심이라고 보면 됩니다. 여기에 앞으로 투기지역으로 포함될 수 있는 예비후보? 지역까지 포함한 것이 투기과열지구, 그리고 이보다 좀 더 넓은 의미로 투기지역을 보는것이 조정대상지역입니다. 각각이 모두 다른 성격의 규제정책을 갖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대출이 제한되고, 청약과 전매 등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지역이므로 이 세지역에 포함되어있다면 집을 거래할 때 굉장히 곤란해지는경우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