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린이의 패닝바잉기 5편
9월이 되었습니다.
주식은 하루를 멀다하고 꾸준히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심각했는지, 회사에서 만나는 친구들마다 왜 이렇게 죽상이냐고, 혈색이 안좋아졌냐는 둥 우려섞인 걱정들을 한아름 듣고 다녔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사야하는 집은 멈추지 않고 오르고 있고, 주식은 떨어지고 있으니 미칠 노릇이었죠.
사실 집값은 여름이후로 크게 의식을 못했던 것이 낮에는 회사에서 일하느라, 저녁에는 퇴근하고 미국 주식 프리장보면서 멘붕하면서 9월의 절반을 보내던 중이었기 때문입니다. 사지도 않을 부동산 가격은 부동산카페에서 맨날 폭등한다고 하고, 정부는 진정세에 접어들었다고 하기에 그냥 귀를 막아버리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추석 전주가 되었습니다. 옆에있던 대리님은 명절에 친척들 모여서 또 부동산 이야기 오가고 이러면 사람들 마음 급해져서 집값이 더 올라버려 살 기회를 놓칠것이니 지금이라도 사라고 해주었습니다. 이러다 진짜 날아가버리면 어떻게 될까 걱정되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살만한 아파트가 무엇이 있을지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회사가 여의도에 있다보니 여의도로 갈 수 있는 서울안의 지역들중에 6억 미만의 아파트들을 찾아봤습니다. 굳이 6억 미만의 아파트를 찾은 이유는 규제때문이었습니다. 주택 구매시 9억이하는 40%까지 대출을 해주는데, 6억 이하의 매매물건을 생애최초로 구매할 때는 최대 60%, 최대 3억원까지 대출해주므로, 6억이하의 물건들을 찾아야 가장 가성비있게 대출을 최대치로 뽑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2020년 9월기준 서울에 쓸만한, 여의도 회사로 다닐 수 있을 만한 아파트를 6억에 구하는 것은 비교적 어려웠습니다. 이미 알법한 지역이나, 역세권 아파트들은 실거래가가 6억을 넘어간지 오래고, 설령 5억대까지 실거래가 되었다 하더라도 매도 호가가 6억을 넘어선 경우가 대다수이므로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매우 제한적이었죠.
6억이하를 구하는 또다른 이유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보금자리론으로 주택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6억이하의 아파트를 보금자리론으로 대출받으면 체증식으로 상환할 수 있는데요. 이것이 사회초년생들에게는 그 무엇보다 유리한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대출을 하고 상환하는 구조에는 크게 3가지가 있습니다. 초반에는 많이 갚고, 후반에는 적게 갚는 '체감식', 항상 같은 금액으로 갚는 '균등상환', 초반에는 적게 내고 후반에는 많이 갚는 '체증식'입니다. 결론만 놓고 말하면, 체감식이 초반에 원금을 많이 갚기 때문에 내야할 이자 총액이 가장 적고, 체증식은 초반에 원금을 적게 갚기 때문에 내야할 이자 총액이 가장 큽니다.
이자 총액이 가장 적으니 '체감식'상환을 하는게 좋을 것 같지만, 많은 사람들이 '체증식'을 선택하는 이유는 바로 유동성 확보와 물가상승에 있습니다. 사회초년생이라면, 적은 월급으로 살림을 꾸려나가야하기 때문에 적게 갚는구조가 좋을 수 밖에 없습니다. 초반에 갚아야할 것이 작다면 그만큼 유동성이 확보된다는 장점이 있겠죠
또한, 현재의 화폐가치는 화폐발행에 따라 꾸준히 하락하기 때문에 현재의 100만원이 30년 후의 100만원보다 훨씬 비쌉니다. 그만큼 30년후 갚아야할 돈은 화폐가치가 하락되어 부담이 적을 것이므로 향후 더많은 소득이 기대될수록 '체증식'상환방식을 채택하는 것이 옳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머릿속 많은 계산을 마치고 침대에 누웠습니다. 갑자기 갑갑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집을 사야하나 고민을 하던 6개월 만에 1억이 날아갔죠. 내가 들어가고 싶던 집들이 1억이 올랐고, 주식은 2천가까이 손해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6억이하의 매물을 찾아 떠나기로 결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