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파트계약하는 날 발견한 주식계좌

부린이의 패닝바잉기 7편

by 글쓰는 워커비

이제 어디를 사야할지도 결정난 마당에 더 미룰 것은 없었습니다. 추석이 시작하기전 매수해야한다는 생각이 들면서부터는 바로 연휴전 반차를 냈습니다. 오전업무를 마치고 차를 끌고, 매수하려는 아파트 인근 부동산으로 갔습니다.


네이버 부동산에 올라온 물건들중에서 계속 따져보다가 전화를 걸었습니다. 여러 물건중에 그나마 더 조건이 좋은 것을 찾던 중 인테리어가 하나도 되어 있지 않은 집이 더 싸길래 해당 부동산에 전화를 하고 찾아갔습니다.


그리고는 이제 공인중개사에게 집을 보러가자고 했죠. 그러나 웬걸, 아무래도 쌌던 이유는 전세세입자가 살고 있고, 전세 만기까지 1년넘게 남아 있어서 바로 입주가 안되는것과 인테리어도 전혀 안된, 분양이후 20년 넘게 그대로인 집이기 때문이랍니다. 어쩐지 다른 세대보다도 5%정도 더 쌌는데, 이런 부분을 감안했어야한 것 같습니다.


어차피 인테리어는 되어있든 안되어있든 들어가면 싹 갈아엎을 요량이었으므로 큰 문제는 안되었지만, 세입자가 들어가 살고 있다는게 마음에 걸렸습니다. 아무래도 전세만기까지는 꼼짝없이 기다려야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일단 집을 보여주는게 여의치 않기 때문입니다.


집을 보러가려고 하자, 중개사는 세입자에게 전화를 해보고는 따로 날짜를 잡고 보러오라고 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추석이 한참 지나고서야 겨우 가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집을 안보고 어떻게 집을 사나... 라는 걱정과 함께 시간이 지나서 집보고 한참뒤에 들어갈때즈음 다른 집값들의 가격이 올라버리면, 이 집도 같이 호가를 올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집을 안보고, 매도자에게 전화를 걸어 천만원이라도 빼줄 수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모두가 아시다시피 21년 6월을 기점으로 개정된 다주택자 양도세중과가 시행되므로 해당 시점까지 많이들 팔아야하는 상황이니, 매도자가 조금은 급한 상황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러나, 자신은 매우 싸게 내놓은것이라 살마음없으면 내년까지 그냥 안팔고 두겠다는 것입니다. 세입자는 집을 안보여주지, 매도자는 가격을 조금도 양보할 수 없다고하지, 그래서 선택은 저만 하면 되었습니다. 그래도 당장 집을 들어가야하는 것은 아니니 일단 사놓고 결혼 시기에 맞춰서 들어가면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리고는 집도 안보고, 매도인도 안만나고, 세입자도 안만나고 공인중개사의 핸드폰의 통화만으로 바로 가계약에 들어갑니다. 아파트 매매가의 10%를 지급해야하니 5천만원이상을 한번에 지급해야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일단 현금으로 쟁여둔 돈이 있어 이정도는 일도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가계약시 잔금일은 매우 촉박하게 받았다는 것이죠.


이래서 어른들과 같이 부동산에 가야한다는 말인가 봅니다. 보통은 계약일로부터 3개월정도라고 하던데, 저는 가계약하고, 일주일뒤 본계약, 그리고는 바로 한달뒤에 잔금일로 잡혔습니다. 생각해보면 2억 넘는 돈을 준비해둔게 아니라 회사지원금, 주식매도금등 여러 시간들이 필요했었는데 당시에는 너무 무턱대로 잔금일을 잡아버린 것이죠.


가계약금까지 이체하고 나니, 마음이 후련해졌습니다. 이제 진짜 집을 사는건가? 아직 파기할수는 있는 건가? 싱숭생숭하면서, 이제는 잔금일까지 돈을 마련할 생각하니 다시 주식으로 눈이 돌아갔습니다. 마침 추석이 시작되었고, 저의 대부분 투자자산이 몰려있던 미국주식장은 추석에도 열심히 일하고 있었죠.


epr1.png


네.. 20년 6월 주당 42달러 부근에 매입한 저의 주식은 작은 부침은 있었지만, 그래도 30대 중반을 유지해주며 저의 멘탈을 다독였는데요. 네. 9월 들어서 잠깐 한눈판사이 27달러를 맴돌고 있었습니다. 어느새 손익은 -40%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근 7천만원 가량 담고 있었으니 금액으로만 2800만원을 손해본셈이죠.


누군가는 테슬라다 뭐다 해서 많이들 자산을 늘려서 보탬이라도 하는 시기에, 까먹고 있다니... 액면가만 2800만원이 손해였고, 달러환차손까지하면 3천이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7천을 넣은 주식의 가치가 3천대를 맴도니 미칠 지경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슨 영문인지 가을성과급과 9월 월급을 다시 물타기한답시고 들어갑니다. 지금 생각해도 어찌나 모자란 행동이었는지, 무언가에 홀린 것 마냥 돈이 녹고 있었습니다. 2020년 9월 29일, 오늘로부터 1년전,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던 계약날이었습니다.


그리고 사고가 납니다.

keyword
이전 06화돈은 없는데 사고 싶은 건 너무 많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