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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파랑 Jan 30. 2018

호떡인가 해태인가

<100일 글쓰기> 13/100


  근 한 달째 호떡을 먹고 싶어하는 상태다. 먹고 싶어하는 상태-라는 것은 그 한 달간 먹지 못했다는 것을 뜻한다. 아마도 한 달 전의 그날은 매우 춥고 어쩌면 오늘처럼 눈발이 날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날 이후 줄곧 나는 넉넉하게 기름을 두른 까만 철판에 동글동글한 반죽을 올리고 여유있게 구워 겉은 바삭하고 한 입 베어물면 뜨거운 설탕물이 후르릅 흘러내려 혀가 델 것 같은, 겨우 수습하고 난 후에도 아직 앞니로 완벽하게 잘라내지 못한 쫀득한 피가 늘어지는 그런 호떡이 매일 생각난다. 입에서 김이 폴폴나고, 어금니에 끈덕끈덕한 호떡 피와 설탕이 엉겨붙는 그런 느낌을 맛 보고 싶다.

  퇴근길마다 회사 인근 전철역 출구 주위에 모여있는 분식포차를 매의 눈으로 둘러보았지만 떡볶이, 순대, 꼬치류만 있지 호떡은 없다. 동네에도 군고구마라든가 찹쌀도너츠, 매주 목요일 오는 곱창볶음 트럭만 있을 뿐 호떡을 파는 곳은 없다. 어쩌다보니 같이 호떡 먹고 싶은 상태가 된 제이미는 정말 호떡 팔 법한 분식포차들이 있는 옆 동네까지 가봤다는데도 찾지 못했다고 한다. 생각에 생각을 하다가 조금 고급스러운 호떡 전문점이 회사 근처 백화점에 입점해있지 않을까 해서 검색해본 결과, 드디어 찾았다! 하는 기쁨을 누린 것도 잠깐이다. 체감 온도 영하 20도를 웃도는 날씨에도 씩씩하게 호떡원정대를 자처한 우리는 출발 10분 전 확인한 백화점 층별매장도에서 호떡집이 이미 자취를 감췄음을 뒤늦게 발견했다. 그날 우린 호떡 대신 브런치 카페에 가서 팬케이크로 호떡에 대한 채워지지 않는 허기를 달랬다.

  마트에서 파는 호떡 믹스를 사서 만들어 먹을법도 한데 이젠 오기가 생겨서 어떻게든 파는 곳을 찾아내야지 하는 마음에 참고 있다. 좀 오랜만에 만났다 싶은 사람에게는 인사를 끝내자마자 '혹시 회사 근처에 호떡 어디 파는지 알아요?' 하고 묻는다. 간혹 '저기 OO동 주민센터 근처에 가끔 오는 것 같던데. 호떡을 팔았던가 모르겠네.' 와 같은 신뢰도가 떨어지는 정보를 주기도 한다. 이쯤되면 정말 호떡이라는 것은 전설 속의 간식 같은 건가-하는 생각까지 든다. 나 몰래 나라에서 호떡 판매를 금지했나, 설마? 하는 허무맹랑한 생각까지도.

  카드 지갑에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꼬깃꼬깃하게 넣고 다닌지 한 달, 그렇게 나는 아직까지도 호떡을 먹지 못했다. 오늘도 눈이 펑펑 오는 창밖에 잠시 시선을 빼앗긴 채, 나는 호떡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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