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글쓰기> 32/100
주변의 누군가가 '글태기'라는 표현을 썼다. 영 글이 안 나오는 글쓰기 권태기-라는 말이었다. <시카고 타자기>에서는 외상 후 증후군과 번아웃 증후군이 겹쳐 슬럼프에 빠진 작가가 나온다. 일전에 한 지인은 '하루에 쓸 수 있는 글의 양은 정해져 있는데 회사에서 이미 소진해버려서 평일에는 글을 쓸 수가 없어.' 라고 말하기도 했다.
창작에 있어서 '마감 효과'라는 게 유효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오히려 퍼포먼스를 내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혹은 조금 더 스스로를 채찍질하게 되는 경향이 있을 것이다. 100일 글쓰기를 하는 동안은 100일간 매일의 마감 시간이 주어진다. 생각에 생각에 꼬리를 물려면 실마리가 필요한데 요즘은 영 쉽지가 않다. 하루하루 쥐어짜고 있는 걸 보던 누구는 '요즘 분량 반토막 났던데. 잠깐의 객기로 남은 70일간 더 고생하면 되니까.' 하고 나를 조금 비웃었다. 사실 조롱하는 것 같지도 않고 기분이 좋지 않은 것도 아닌데 정말 그냥 오늘은 글이 안 써진다. 무엇도 쓸 수가 없다. 아니, 무엇도 쓸 수 없다는 상황 설명 내지는 보고 외에는 쓸 수 있는 게 없다. 약간의 월요병 기운인 것 같기도 하다. 새로운 한 주에 대한 부담감. 설렘보다는 부담감이 큰 주를 앞두고 있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어제 오늘은 오랜만에 많이 걷고 많이 돌아다녔다. 피로감 때문에 오후에 한 시간 가량 정신없이 낮잠을 잤다. 월요일이 조금 더 걱정되고 두려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