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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by 가브리엘의오보에

*Luis Villasmil, Unsplash


언젠가 네가 이 글을 읽게 될 때쯤, 지금과는 또 다른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나는 네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책임'이라는 단어를 조금씩 실감하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너는 이제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고, 매일 새로운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직업을 가진다는 것은 단순히 돈을 버는 일이 아니라, 그 안에 책임이라는 것이 필연적으로 따라붙는다는 걸 알게 될 거야. 나는 네가 직장 생활에서 책임을 어떻게 바라보게 될지 궁금하다. 그래서 이 글을 남긴다.


사실, 책임이라는 개념에 대해 나도 과거에는 다르게 생각했어. 책임을 진다는 것은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 즉 ‘일을 그만두거나 해고되는 것'으로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지. 잘못이 발생하면 그 책임자는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 당연한 관행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많은 조직에서 이런 방식이 반복되고 있어.


하지만, 최근 한 천문학자의 말을 듣고 내 생각이 달라졌어. 그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NASA의 문제 해결 방식에 대해 이야기했어. "실수를 한 사람이 그 문제를 가장 잘 이해한다. 그래서 NASA에서는 책임자를 해고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문제를 해결하는 기회를 준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나는 깊이 공감했어. 조직에서 실수를 저지른 사람이 가장 먼저 문제를 인식하고, 가장 깊이 이해할 수밖에 없지. 그런데 그 사람을 해고해 버리면 어떻게 될까? 남아 있는 사람들은 문제를 어느 정도 알고 있겠지만, 새로운 책임자가 오면서 기존 맥락이 끊기고, 결국 기존 내용을 폐기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추진하는 방식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 과연 이것이 올바른 책임의 방식일까?


나는 여기에 의문을 품었어.


책임의 방식이 바뀐다면?


만약 '책임'을 단순한 처벌이 아니라 문제 해결의 과정으로 받아들인다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실수를 한 사람이 자신의 실수를 바로잡고 해결책을 모색할 기회를 가진다면, 그 조직은 더 강해질 거야. 사람은 실수를 하지만, 그 실수를 통해 배우고 성장할 기회를 가질 때 진정한 책임을 다할 수 있다.


물론 모든 경우에 적용할 수는 없어. 특히 개인정보 유출 같은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에서는 단순히 문제 해결의 기회를 주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책임자를 해고하고 사과하는 것이 올바른 방식일까?


우리는 종종 도마뱀 꼬리 자르기 식의 해결을 본다. 기업이나 조직은 문제가 터지면 담당자를 해고하고, 공식 사과문을 발표해. 하지만 그 뒤에 구체적인 해결책이 따르는 경우는 드물어. 단순히 고개를 숙이고, 보상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하는 것은 고객을 바보로 만드는 행위야.


진짜 책임은 문제를 일으킨 사람이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명확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것이 아닐까?


문제를 해결하는 책임, 새로운 문화가 필요하다


NASA의 사례처럼, 문제를 해결하는 책임을 강조하는 문화가 정착된다면 사람들은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더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을 거야. 직장에서도, 사회에서도, 가정에서도, 우리는 '책임'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따라 다른 태도를 가지게 돼.


너도 언젠가는 실수를 할 거야. 하지만 그 실수를 곧바로 두려움이나 회피의 대상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책임을 짐을 두려워하기보다는, 문제를 해결하는 태도를 가지길 바란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네가 더 성장할 수 있기를.


책임은 곧, 해결의 과정이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단단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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