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Normal
수렵채집인들은 매달, 매주, 심지어 매일 집을 옮겼다. 가진 것을 모두 등에 짊어지고 말이다. 이삿짐센터도 짐마차도 짐을 운반할 가축도 없었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몇 가지만 가지고 견뎌내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이들의 정신적, 종교적, 감정적 삶의 태반은 인공물의 도움을 받지 않고 이뤄졌다고 가정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2018년 주택소유통계 결과에 따르면, 일반 가구의 주택 소유율은 56.2%라 한다. 2017년 55.9%에 비해 증가된 수치이나 43.8%는 주택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
주택을 소유치 않은 가구가 보유한 물건의 규모는 얼마나 될까? 아마도 사용치 않는 물건이 꽤 많을 것이다. ‘미니멀리즘’의 유행으로 소유 물건의 규모를 줄인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예상이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채 정리되지 않은 물건을 포함하면 아직도 많은 물건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다.
미니멀리즘이 확산된 이유를 필자는 군살 빼기의 심리가 아닌가 한다. 평소 불필요하거나 사용치 않는다 인식하고 있지만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가 미니멀리즘이 좋은 계기를 제공한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주택을 소유하지 않다는 의미는 최소 2년에 한 번은 이사를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전세금 혹은 보증금이 오르지 않고 계약을 연장한다면 모를까 뉴스에 등장하는 주택 관련 소식들을 들어보면 전세, 월세 보증금은 해마다 상승을 거듭하고 있다.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의 행복 추구권에 있어서, 행복의 기본 환경적 조건은 의식주의 보장이다. 의식주는 인간이 온전히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환경이다. 옷과 식량은 수입이 있다면 유지할 수 있겠지만 집은 다른 문제다. 전세든, 주택 구입 가격이든 ‘억’ 단위를 가진 집을 소유한 56.2%의 가구는 대단하다. 나머지 43.8%는 정기적으로 이사를 다녀야 한다.
글초기에 인용한 수렵채집인들의 보유 물건을 다시 상기해 보자. 반드시 필요한 것만 갖추고, 이삿짐센터까지 감안한 물건을 소유한다면 우리의 일상은 어떻게 달라질까? 그보다 우리는 옷을 제외하고 일상을 유지하는데 항상 손에 물건을 들고 있다. 물론 습관적으로 손에 잡는 스마트 폰도 제외한다.
하루 3식을 기준으로 식기, 그릇, 냄비, 가열기구, 조리기구, 식탁과 의자(혹은 좌식 상)를 보유한다. 아웃도어 캠핑 취미를 가지고 있다면, 자동차, 텐트 일체, 야외 조리 기구 일체, 가열 기구 일체, 의자, 탁자 등 경우에 따라 제빙기까지 보유한다. 음악 듣기가 취미라면, 인터넷을 제외하고라도 음악 기록 매체, 음악 재생 기구, 스피커를 보유한다. 취미의 전문성이 높아질수록, 음향 장비에 연결하는 케이블도 두 가지 이상을 보유한다. 컴퓨터류는 어떤가? 스마트 폰을 제외하고라도 노트북에 스마트 패드를 보유한 사람도 있다. 스마트 패드에는 전자 펜과 블루투스 키보드를 보유한 사람들도 있다.
어쩌면 우리 집에 놓여 사용되거나 보관된 모든 물건의 소유 발생 계기는 ‘관여한 문화’이지 않을까 싶다. 수렵채집인의 문화에서는 식량이 자라는 곳에 서서 채집해 먹거나, 동물을 수렵하는데 필요한 사냥 장비 정도일 것이다. 시간이 흘러 농업 혁명을 겪으며 종교가 확대된 후에는 이에 필요한 물건 보유가 발생됐다. 사회 규모가 커지고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문화를 형성하며 그에 필요한 물건 혹은 그에 맞는 물건을 보유했다. 커넥티드 된 인터넷 디지털 시대에는 인터넷이라는 연결망과 디지털 장비를 보유한다.
문화에 욕심을 내면 그에 비례하여 보유 물건 보유 규모가 는다. 특정 문화 분야의 전문성을 높일 때 구입, 교체 빈도와 보유 물건 규모는 비례적으로 는다. 주택을 소유하지 않아서 정기적으로 이사를 가야한다는 사실을 문화 속에 있을 때는 잊게 된다(필자의 경험).
나에게 좋은 것은 구입해서 스스로에게 이득을 제공하려 한다. 기존 장비는 버리기 아까 우니 그대로 보유한다. 최근엔 온라인 중고 시장이 형성되어 이전보다 구 장비 처분이 더 확산되고 있다고 생각되지만, 구입자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보유해야 한다. 발생하지 않는다면 스티커를 구매해 재활용 수거지에 놓아야겠지만.
우리가 개인적으로 가구 단위로 보유하는 물건이 줄어들면, 경제에 영향을 미치지만, 환경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이미 지구를 상당히 다치게 하고 소모해 버려서 우주 개발까지 이루어지고 있는 작금의 현실에서 미니멀리즘은 한 때 유행하는 일상이 아니라 지구와 오래도록 함께 하는데 필수적인 활동이 아닐까?
누군가 작심을 하고, 수렵채집인의 심리로 돌아가서 자신의 승용차로 옮길 수 있는 것만 소유한다면 어떨까?
냉장고는 대여할 것이고 TV는 스마트 기기로 대신할 것이다. 세탁기는 코인세탁방이 대신할 것이다. 재택근무를 하지 않아도 노트북을 사용하게 되므로, 책상 대신 침대 위에 놓는 작은 데스크를 보유한다. 침대는 이부자리로 교체한다. 아니면 세탁기, 냉장고가 빌트-인 된 집을 임대할 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앞으로 출근할 때 들려 미리 예약한 옷을 대여해 입고 출근하고 퇴근 시 반납하는 의류 임대 서비스가 나타날지도 모른다. 그러면 집에서 의류 임대처까지 입을 옷만 있으면 될 것이다. 가열기구는 이미 설치된 가스레인지에 도시 가스를 연결해 사용하고 토스트는 프라이팬으로 조리한다. 에어플라이어 등은 생각하지 않는다. 별도의 스탠드 조명은 놓지 않고 천정 조명으로 대신한다. 취침등은 놓지 않고 잘 때 천정 조명을 끈다. 샤워 세제는 all-in-one 제품 하나로 대체한다. 뷰티 분야에 대한 관심도 상당한 물건을 소유하게 하니까.
혹자는 ‘이건 생활이 아니야! 전쟁 통이야!’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미리 이야기하지 않았나. 작심하면 말이다.
우리가 사회적 동물이라 한다. 임대한 옷이 소유한 옷만큼 만족도를 준다면 모를까 외출, 특히 사람을 만나러 갈 때의 옷은 대부분 별도로 구입해 보유한다. ‘깔끔하고 깨끗하기만 하면 돼’라는 심리를 강철 마인드라고 할지도 모른다.
어떤 세상을 상상해 보자.
의식주는 모두 국가에서 제공한다. 필요한 식량은 식량 저장소에 가서 원하는 만큼 가져온다. 의류도 취향대로 가져온다. 집은 희망하는 가구 규모(대가족, 핵가족, 1인 가족 등)에 맞게 제공 받는다. 집에는 세탁기, 냉장고, 가스레인지, 커피메이커(혹은 드맆기구나 캡슐머신, 아니면 녹차 도구), 도마에 식칼, 수저에 그릇, 냄비에 프라이팬, 옷장(붙박이장이겠지?), 식탁, 수납장은 모두 빌트-인이다. 이 외에는 자신이 관심 두는 문화에 따라 직접 구입한다. 과연 보유 물건은 얼마나 늘어날까?
정기적으로 이사를 가지 않고 주택 사용 가능 연한까지 사용할 수 있으니 문화적 취향 및 관심 정도에 따라 늘어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살 빼 듯 필요한 것만 보유할까?
기존 빌트-인이 불편하거나 더 많은 기능 혹은 새로운 기능을 원해 직접 교체할 지도 모른다. 그럼 다시 원점인가?
어쩌면 미니멀리즘은 물리적인 정리 이전에 자신의 문화적 욕심을 제어하는 법부터 익혀야 하는 사상은 아닐까? 아니면 미니멀리즘도 개인의 취향일까?
두서없이 이야기했지만, 보유 물건의 규모는 문화 관심 수준에 기반을 둔 것 같다. 개인 혹은 가구가 생각하는 ‘일상’의 이미지에 따라 보유 물건의 규모는 변한다고 생각한다.
만일 그렇다면, 보유 물건이 많다고 생각할 경우 문화 관심 기준을 필수에 가깝게 맞추고,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문화 관심 기준을 취향에 맞추면 될까? 아니면 일정 기간 필수에 맞춰 일괄 정리한 뒤, 나머지 기간은 취향에 맞춰 다시 향유 모드로 변경하면 나름 즐거운 일상이 될까?
현대를 살기 위해 ‘이 정도는 보유해야 해’라는 생각이 과도한 물건 보유를 유발하는 것은 아닐까? 도대체 무엇인가? 그 ‘현대를 살기 위해’란? ‘이 정도는’은 대체 어디서 수립한 기준인가? 이런 심리도 유발 하라리가 ‘사피엔스’에서 말한,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 허상을 믿는 심리, 바로 그것인가?
각자 ‘적당’ ‘적정’의 기준을 가지고 있다. 그것을 왈가왈부함은 소용없다. 어찌 살던 ‘그대의 삶’인 것이다. ‘내 삶’이나 잘 살면 된다. 지금까지 필자는 ‘내 삶’을 이야기했다. 필자의 이야기를 듣고 한 번 자신을 생각해 본다면 필자가 글을 써서 게재한 의도는 충족된 것이다.
*2017년 주택소유 통계:
https://www.nongmin.com/news/NEWS/ECO/FNC/302408/view
*2018년 주택소유 통계:
https://kostat.go.kr/portal/korea/kor_nw/1/10/4/index.board?bmode=read&aSeq=3787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