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지 않는 꽃

할머니

by FONDOF

2018년 4월의 기록









할머니가 못 견디게 보고싶은 날이 있다.













할머니.. 할머니이


할아버지 잘 만났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할머니 떠나기 삼일 전 밤 내 꿈에 나오셨던 모습 그대로

그렇게 환하게 웃고 또 웃으시며

버선발로 할머니 마중 나와서 손 잡아주셨을거라고

그래서 할머니도 눈도 못감고 뜬 눈으로 지새며 무서워했던 거 무색하게

안심하고 반갑게 할아버지 만나서 두 손 마주 잡고 좋아했을거라고

그렇게 믿고있어-

생각이 아니라 정말로,

믿고있어 -





나 지금

내일 할머니 삼우제 때 산소에 놓아드릴 조화사러 조화시장에 와있어

아직 열려면 삼십분이 남아서

혼자 앉아서 좋아하는 음악 들으며 이 글을 써


조화시장은 경부선 위에 있어서,

대전가는 터미널 앞을 지나는데 마음이 욱신.

했어


나도 모르게 가방 든 손에 힘이 꾹 들어가더라


당장이라도 저 버스에 올라 두시간만 달리면 할머니를 볼 수 있었던

며칠 전의 내가 부러워서 혼났어

뭐 얼마나 많이 갔다고,

더 자주 가지 못했던 내가 밉기도 하고 말야 -





요양원이 가까워지면

가슴이 막 두근두근하고, 걸음이 바빠졌어

할머니 이름이 적힌 방에 들어서면

쪼꼬만 분홍 할머니 누워있는 모습,


날 보며

왔구나아- 라든지

아유 이뻐어- 라든지 했던..


이따금 흘겨보고

어떤 날은 이불 뒤집어쓰고 손만 대도 짜증섞인 손사래를 치기도 했던

그 시간 속으로 다시 가고싶어서 마음이 막 아파


그렇게 짜증부리는 모습도

고맙고 그냥 마냥 좋았으니까

할머니 혹여라도 지금이라도 괜히 맘쓰지 말어 -





자꾸만 할머니 손이 떠올라서

일상 속에서 곤란할 정도로 울컥울컥 하곤 해

맨들맨들 기분좋은 할머니 손..

할머니 손 잡고 있으면 얼마나 얼마나 행복했다구

기분좋은 냄새도 나고

늘 따뜻하고 내 손까지 부드러워지는 그런 기분,


이제 오랫동안 느낄 수 없겠지..

그냥 그런 것들이 슬퍼 -





할머니-


천국이 있다니까,

내가 남은 삶을 잘 살아내면

이 담에 우리 꼭 다시 만날 수 있겠지?


살면서 못된 짓도 하고

나쁜 생각도 이따금 들고 하지만 그래도

다시 할머니 만날 수 있는 곳으로 나도 가기 위해서

나 정말 착하게 잘 살게, 약속해


후생이 있다면,

이 다음에도,

이 다음 다음에도

계속계속해서 할머니 손녀로 태어나 살고싶어


할머니가 우리 할머니라서

내가 얼마나 기쁘고 맨날 행복했는지

할머니 알지




아유 나쁜 기집애 얄민 기집애!

요년! 신냔쥬년! 하면서

개구지게 웃던

할머니 목소리도 얼굴도 웃음도

너무너무 그립다


떠올리면 눈 앞에 있는듯

그 목소리도 얼굴도 웃음도

들어지고 그려져서 다행이야


죽을 때까지 잊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죽을 때까지 잊지 않을거야 -




시간을 많이많이 건너서

이 다음에 우리 다시 만날 때-


나는 할머니가 기억하는 그 언젠가의 예쁜 모습 그대로,

할머니도 내가 아는 여느 때의 예쁜 모습 그대로-


그렇게 우리 만나자, 기쁘게 기다릴게





내 인생 한결같은 내 사랑

내가 많이많이

정말 많이 아주아주 많이

사랑해












#할머니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