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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르다 Feb 27. 2024

D-35, 빨래도 시작 안 한 나, 잘 할 수 있을까?

P의 설렘 반, 걱정 반 출산 준비 돌입기

맘스홀릭베이비.


예비맘이거나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라면 95% 가입했을 네이버 카페.

이 곳에서 엄마들은 굉장히 많은 정보를 얻고, 아무에게도 할 수 없는 남편 욕, 시댁이야기, 개인적인 고민 등도 나누며 육아의 고충을 달래기도 한다.


왜 가입되어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방송작가 시절 섭외를 위해 20대 중반 처음으로 가입했을 거다.)

오래 전부터 가입되어 있어 '맘스홀릭베이비'의 명성을 알고 있었던 나는

결혼 3년차가 지나고도 아기가 생기지 않자 약 2년 전부터 맘스홀릭베이비를 열심히 들락거렸다.


결국, 시험관을 하게 됐고 감사하게도 1차만에 배둥이가 우리에게  찾아와주어서

그때부터는 더 본격적으로 출산 및 육아라는 신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 예비맘으로서

매일 맘스홀릭베이비에 접속했던 것 같다.

두근두근... 남편이 이식중인 나를 기다리며 찍은 사진.
우리 첫 아가는 예쁜 딸내미 :)


이 카페는 임신 주차 별로 소통할 수 있게 세세하게 게시판을 나눠놓았다.


보면 20주차에 이미 육아용품이며 손수건, 아기 옷 등 빨래까지 마치고 지퍼백에 넣은 다음 아기 옷장에 가지런히 정리해서 속시원하다는 글을 올리는 (넘 존경스런) 예비맘들도 계시다.


20주차엔 입덧으로 한창 고생중일 때라 아무것도 준비한 게 없던 나는 그분이 올려주신 육아용품 리스트를 캡처하며 감사하다는 생각으로 6개월 지나면서부턴 준비해야지라고 생각했다.

생각보다 시간은 빨리 흐르더라.


어느덧 출산 예정일을 35일 앞두고 있다.


집안일에 소질이 없어

물려 받은 옷, 손싸개, 모자 등등과 베이비페어가서 구매한 손수건, 이불 등을 출산 전에 미리 세탁하는 것이 가장 큰 짐(?)으로 다가오는 내겐 이것이 '해야할 일 목록'에서 제1순위가 됐다.



초음파 상에서 콩알만하던 아기가 1.7키로가 됐다.

사실 이렇게 막달에 가까워지기 전에

설 전에 웬만한 준비는 다 해놓고 싶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어떤 자세도 불편한 막달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다.


어제는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발동해 세탁조 청소를 해두긴 했다.

오늘 마지막 태교여행으로 1박 2일 가평을 다녀오기로 했으니 이번주 주말엔 무.조.건. 빨래를 시작할 계획이다. (집안일을 계획해서 하다니... 많이 발전했다. 요리빼곤 모든 집안일에 취미가 없는 나란 여자ㅠ_ㅠ)


친구들에 비해 아이를 늦게 가진 편인 내게 하나같이 하는 말은

"잘 준비랑, 젖병 정도만 준비되어 있으면 사실 다 그때그때 사도 돼"

"아기 침대도 어차피 오래 못 써, 새 거로 안 사도 돼"

"쿠팡이 있잖아? 산후조리원에서 시키고 조립 등은 남편한테 시켜"

등등...


우리 남편은 조립 애호가지만

4월 출산과 회사+학업 바쁜 시기가 삼박자로 아주 찰떡같이 겹치기 때문에

웬만한 건 출산하러 가기 전에 아기방과 안방, 거실, 화장실 등에 장착해두고 가고 팠다. (마음 만큼은 정말 그러했다.)


일단 굵직굵직한 용품인 유모차, 유축기, 바운서는 물려받았고

바구니카시트는 저번주에 당근에서 깨끗한 아이로 구매 완료.


젖병도 고민고민 끝에 4개만 어제 주문해서 배송중이고,

젖병소독기, 분유포트도 오늘 새벽에 주문했다.


평균적인 출산준비/육아용품 리스트를 보면 출산 가방에서부터 아기를 위한 용품, 엄마를 위한 용품 등등해서 거의 100가지에 육박한다.

첨엔 뭐가 그리 많이 필요한가 싶었고, "굳이 이런 것까지 산다고?" 생각했던 것들도 조금씩 공부하다 보니 대부분 필수품에 속해 있긴 하더라(는 슬픈 이야기).


지금 당장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나열해 보자.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기저귀, 젖병, 아기 옷에서부터 시작해서 속싸개/겉싸개, 베냇저고리, 온도계, 신생아 손톱깎이, 수유패드, 백색소음기(이건 필요할까 싶어 안 샀지만), 초점책, 바운서, 아기 유산균, 아기띠 등등

벌써 10개가 훌쩍 넘는다.


남편과 마주 앉아 리스트를 체크해보니

우린 아직 반 정도 겨우 준비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남편과 분담해 나머지를 알아보기로 했다.

침대, 트롤리 같은 건 남편이 전담해서 주문하기로 했다. 선택은 큰 범위 안에서 내가 해주면 세세한 건 꼼꼼한 남편이 훨씬 잘 찾기 때문.

수유 용품이나 아기 화장품, 세제, 옷, 장난감 등은 내가 일괄주문하거나 당근에서 찾기로 했고.

일을 분담하니 확실히 부담이 덜하다.


그동안은 건조기 없이 살아서 사야 할 것 중에 가장 큰 금액은 '건조기'인 것 같다.

이것저것 비교해서 두 개를 장바구니에 담아뒀으니 이것도 이번 주 안으로 결정해서 주문하면 된다.


80% P형에 가까운 본인같은 성향은 사실 출산에 대한 두려움보다

갓 태어날 아이를 위해 미리 공부하고, 준비하지 못해 혹시 아기가 아프게 될까봐 이 걱정이 조금 더 크게 앞선다.

 


아이를 위해 일찌감치 모든 준비물을 완벽하게 셋팅해놓는 똑부러지는 엄마는 아니지만

아침 저녁으로 배에 손을 대고 배둥이를 위해 기도하고, 사랑한다 말하는 건 잊지 않고 있으니

하나님이 부족한 나를 '엄마'로 예쁘게 다듬어가 주시길 기대해본다.

아 곧 해가 뜰 것 같다. 이제 빨래해야 하는 옷감들을 따로 빼놓으러 가야겠다 (!)


어쩌다 보니 첫 글은 계획형이지 않은 초산맘의 출산가방 싸기 계획에 대한 글이 되어버렸다.


출산 전 마지막 휴가같이 주어진 한 달 여의 시간을 즐기며 잘 해보자! 할.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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