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Discord 08화

#8. 승진의 저주: 빌런이 되어버린 팀장

한국에서 리더들이 존중받지 못하는 이유

by 인사부조화
지금 팀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만족하시나요?



아마 한국 직장 사회에서 가장 많이 욕먹고 챌린지를 받는 자리를 꼽으라면 팀장일 것입니다. 여러 설문조사를 봐도 지금 팀장에 만족한다, 리더십이 좋다는 의견보다는 팀장에 불만족한다, 개선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훨씬 더 주류를 이루는 것이 현실이죠.



그 이유도 워낙에 다양해요. 직원들과 소통이 잘 안 되고, 교양 없고 매너 없고 무례하고, 인성이 좋지 않고, 업무 역량이 떨어지고, 정작 실무도 잘 모르고, 리더인데도 불구 리더십 자체가 부족하고 등등.. 그런데 이쯤 되면 이런 생각이 들지 않나요?


"아니 그러면 도대체 이런 사람들은
왜, 어떻게 팀장이 된 거야?"



그렇죠. 맞아요. 결국 리더가 되면 안 될 사람, 준비가 전혀 제대로 되지 않은 사람, 자질이 부족한 사람들이 승진하고 팀장이 되니 결국 이런 불협화음을 계속 만드는 것이겠죠.


그러나 생각해 보면, 어떤 회사도 일부러 부적합한 인물, 리더가 돼선 안될 사람들만 골라서 팀장을 시킬리는 없잖아요. 어느 정도 체계가 잡힌 회사라면 누군가를 새로 선임할 때 그 사람의 과거 성과도 따져보고 역량 검증도 하고, 직원들로부터 평판도 들어보고 이것저것 정보를 모아서 승진 심사 같은 거 거치고 다 하니까요. 꽤나 체계적인 이런저런 과정을 통과한 사람들이니 앞으로 잘할 것이라 기대를 하고 리더 역할을 맡기지만 문제는 기대와 다르게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들이 생겨 버리는 것이죠.


그렇다면 결국 이 같은 문제의 핵심은 리더 역할에 맞는 검증, 심사에 있는 것이 아닐까요. 즉, '좋은 리더'를 구분하는 명확한 평가 기준이 부재한 것입니다. 여기서 많은 비극이 시작한다고 봐요. 실무자 시절 유능했던 사람이 팀장이 되면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리는 경우, 또는 이전에는 성과를 잘 내던 사람이 리더가 된 후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바로 이런 평가 체계의 한계를 보여줍니다.



회사에서는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요?




제가 이전에 관련글(07화 #7. 인사평가 1번 항목: 생년월일)에서도 썼지만, 여전히 한국의 많은 기업들의 인사 판단에서 '나이'는 여전히 최우선 핵심 요소입니다. 거의 1, 2번 순위를 다툰다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요? 나이가 많고 짬이 높아야 권위와 리더십이 나오고 팀원으로부터 리더십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죠. 반대로 말하면, 어리고 짬이 낮으면 리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는 거예요. "나이도 어린놈이 말이야" "선배가 어떻게 후배 지시를 받아요" 뭐 대략 이런 얘기가 바로 튀어나오는 거죠. 실제 현실은 더하고요.


이러한 연공서열 중심의 유교적 문화가 리더십에 많은 왜곡과 부작용을 만들어 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오랜 세월 나이순, 연차순으로 리더를 선발해 왔지만, 절반이 넘는 직원들은 여전히 리더십에 불만족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리더들이 사실상 제대로 된 respect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결국 리더십이란 단순히 짬에서 나오는 Vibe만으로는 저절로 만들어지거나 거저 얻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죠.


Vibe는 결국 짬에서 만들어지지 않았다...


또 다른 한 가지 문제는 역설적이게도 과도한 '성과주의'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무자였을 때 일 잘했던 사람, 조직에 많은 성과를 내고 기여를 해온 사람들에 대한 reward 개념으로 리더를 시키는 바람에 부작용이 생긴다고 봐요. 얼핏 보면 맞는 접근처럼 보입니다. "성과를 많이 내고 일을 잘하는 사람이 리더가 되어야 한다면, 그렇지 않으면 누구를 시키겠는가?"라고 생각할 수 있죠.


그러나 실무 역량과 리더십 역량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식상한 비유일 수 있지만, 유명한 스트라이커가 축구 감독으로서 반드시 성공하지는 않죠. 마찬가지로 좋은 실무자와 좋은 리더는 엄연히 다른 영역의 역량을 필요로 합니다. 맡은 바 업무를 잘하는 것과 리더로서 조직과 팀원의 성과를 이끄는 것은 다른 능력이니까요. 하지만 문제는 우리가 리더를 선발할 때, 리더로서 필요한 자질과 역량을 더 면밀히 검증하기보다 실무자로서 과거에 이뤄낸 성과와 평가기록 등에 더 집중을 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마치 '득점왕이니까 축구 감독도 잘할 거야'라고 기대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연차나 나이순, 그리고 과거 실무자로서의 성과 평가들을 열거해서 팀장을 시켜줘 왔던 관행들이 오늘날의 많은 조직에서 리더십의 비극과 불협화음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해요. 리더로서 갖추어야 할 자질을 보지 못하게, 진짜 필요한 질문들은 정작 제대로 묻지도 못하게 눈과 입을 가린 채로요. 자의든 타의든 이러한 모순된 역학 구조에서 탄생된 수많은 리더들, 그리고 그로 인해 본인을 포함한 여러 사람들이 겪는 혼란, 고통을 생각하면 결국 모두가 다 피해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네, 시중에 "누가 훌륭하고 좋은 리더인가"에 대한 자료는 이미 차고 넘칠 정도로 많습니다. 오히려 너무 많아서 문제일 정도죠. 당연하게도 정해진 정답이라든지 왕도가 있지도 않을 것입니다. 다만, 우리 회사에서, 조직에서 나이와 연차, 그리고 기존에 누적된 성과지표들을 다 지우고 났을 때, 과연 어떤 판단 기준들이 더 남아있는지. 만약 그 답이 빈약하다면, 어떤 기준을 더 만들어야 할지 깊이 있게 고민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이제 승진 차례가 된 사람‘ 이 아니라 '리더' 니까요.



#리더 #팀장 #조직문화 #HR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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