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Discord 14화

#14. 내 회사였어도 과연 이렇게 했을까?

진짜 사장이 아니라서 할 수 있는 질문

by 인사부조화

일을 하다 보면 이게 올바른 결정일까? 최선일까? 잘 모르겠고 확신이 서지 않을 경우가 많죠.


이 문제를 이 정도까지만 해결해도 괜찮은 것이 맞나?

이 업체와 계약을 맺는 것이 최선일까?

이 후보자를 반드시 채용해야 하나?

비싼 인건비를 써서 주재원을 보낼 필요가 있나?

법인카드를 이렇게 써도 괜찮나?


수학문제처럼 정답이 하나로 딱 떨어지면 좋겠지만. 하지만 대부분의 현실 문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여러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정답 답안지도 깔끔하게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결정이 필요할 때 제가 스스로 자주 되묻고, 도움도 가장 많이 되는 질문은 바로 이것입니다.



이게 내 회사였어도 과연 이렇게 했을까?



나중에 가면 모르겠지만 일단 당장은 큰 문제가 안되니 적당히 덮고 결정은 최대한 미루기

최선은 아니라도 익숙하고 편하고 서로 잘 알고 있는 업체와 계약 맺기

아주 특출 나지도 원하는 fit에 딱 들어맞지 않지만 당장 일손이 급하니 적당한 사람으로 채용하기

똑같은 일이지만 현지 local 인력보다 몇 배 비싼 인건비를 들여 일하기 편한 주재원 파견하기



지극히 일부 분야의 작은 예시들일 뿐이고, 사실 이와 유사한 혹은 더 심한 일들이 분야를 막론하고 많이 있을 것으로 생각해요.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의사결정을 내릴 때 '이게 내 회사라면, 내 돈을 직접 쓰는 일이었다면'이라고 한 번만이라도 되물어 생각했었다면 아마 다른 결정을 내렸을 것 같아요. 보다 더 객관적이고, 합리적이고, 보다 냉철한 방향으로 말이죠.


그런데 한편으로, 이렇게 반문하실 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막말로 내가 오너도 아니고, 사장도 아닌데, 사장처럼 생각하면서 일할 필요가 뭐 있나"

"어차피 월급쟁이인데, 받은 월급만큼만 기여하면 되지. 더 앞서가는 건 오만이고 오버하는 거다"


네 맞습니다. 우리가 오너도, 사장도 아니고요. 각자에 맡겨진 권한과 책임은 다르죠. 그러기에 서로 할 일이 다르고 급여도 다른 것이니, 괜히 허세 부리고 선 넘을 필요도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말하고 싶은 건 단순히 투박한 ‘주인의식' 타령이 아닙니다. 사실 그 반대입니다. 오히려 내가 진짜 사장이 아니기 때문에 이 질문은 기능적으로 더 유용해요. 만약 진짜 오너였다면 굳이 저런 질문을 묻고 따질 필요도 없이 자신만의 생각과 판단, 고집에 따라 더 손쉬운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평범한 직원이기 때문에 이 질문을 할 수 있고, 한 걸음 물러나 그들이 얻지 못한 넓고 객관적인 시야를 가질 수 있습니다. 보다 깊이 사고하고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시간과 여유까지도요.


오너처럼 똑같이 주인행세를 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일을 더 잘 해내기 위한 자기 검열 같은 겁니다.


원래 주인이 되면 일 잘 안 해요



#인사 #HR #주인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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