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Discord 16화

#16. 그저 그런 B급이 되지 않으려면

일잘러를 가르는 4가지 Critical Point

by 인사부조화

회사에 상반된 평가를 받는 두 부류의 사람이 존재합니다. 요령 피우지도 않고 남들만큼 성실하게 자리를 지키고 시키는 일도 꼬박꼬박 다 했는데도 "열심히 한 건 알겠는데, 일을 잘하는지는... 뭔가 아쉽다"라는 평가를 받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역시 믿음직하다. 올해도 역시 기대 이상을 해주었다" 며 늘 높은 평가를 받는 사람도 있죠. 이때 우리는 흔히 '정치질'이나 '줄타기'를 의심하기도 합니다. 혹은 "이 상사는 나를 싫어해"라며 인간적인 호불호로 치부해 버리죠. 억울하니까요. 다른 이들과 똑같이, 어쩌면 남들보다 더 많은 땀과 노력을 쏟았는데 이렇게 될 수는 없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우리가 흔히 '일잘러'라 부르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격차는 기능적인 Skill에서 오지 않습니다. 그것은 일을 바라보는 '태도'의 차이에서 옵니다.


조직이 진짜 원하는 '일을 잘하는 사람'과 그저 '열심히만 하는 사람' 사이에는 잔인하고도 확실한 4가지 결정적 갈림길(Critical Point)이 있습니다.



1. 일의 정의: 일은 학교 숙제를 해가는 것이 아니다


가장 흔한 착각은 리더가 지시한 업무를 마치 '학교 과제'처럼 생각하면서, 시킨 일을 기한 내에 가져가는 것으로 '일을 잘했다'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거 이거 관련한 데이터 좀 조사해 줘"라는 지시를 받으면, 열심히 검색하고 만들고 꾸미고 완성하죠 그리고 제출하며 생각합니다. '자, 내 숙제 끝! 이제 채점해 주세요'


하지만 회사는 학교가 아닙니다. 리더가 일을 시킨 이유는 당신의 검색 능력을 테스트하고 채점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그 결과물을 통해 결국 '의사결정'을 하기 위함입니다.


일을 잘하는 사람은 단지 떨어진 문제 풀이에만 급급하지 않습니다. '출제자의 의도'를 먼저 생각합니다. "이 조사가 왜 지금 필요하지? 기존 정책에 문제가 생겼나?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려는 건가? 누구를 설득하려는 거지?"와 같은 본질(Why)을 먼저 고민합니다. 그래서 리더가 요청한 내용을 단순히 정보 나열(숙제)에 그치지 않고, 자료를 정리하면서 떠오른 자신만의 insight 혹은 더 나아가 solution까지 덧붙입니다. 이들은 선생님이 시킨 숙제만 충실히 해가는 학생이 아니라, 리더가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돕고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파트너로서 움직입니다.



2. 일의 흐름: 고인 물은 언젠가는 결국 썩는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정보를 쥐고 놓지 않는 사람들을 꼭 만납니다. 정보가 곧 자신의 권력이라 믿는 사람들이죠. "이건 나만 알고 있는 정보이고 노하우야. 그래서 이 업무는 결국 내가 없으면 안 돌아가."


이들은 정보와 자료에 대한 다른 팀원의 접근 권한을 막거나 블랙박스처럼 깊숙이 숨기고, 내가 휴가라도 가면 업무가 마비되어 기어이 나를 찾게 되는 상황을 은근히 기대합니다. 그래야 조직 내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계속 뽐낼 수 있고, 내가 이 조직에 계속 남아 있을 수 있는 이유가 되니까요. 하지만 이것은 큰 착각이자 전형적인 '자기 보신'만을 위한 편협한 생각입니다. 조직 관점에서 이러한 사람은 '우수한 핵심 인재'가 아니라, 그저 '혈관을 막고 있는 혈전'과 같은 존재일 뿐입니다. 정보 독점을 통해 조직 내 silo를 만들고, 다른 사람들이 일이 돌아가는 맥락을 파악할 수 없게 만듦으로써 조직 내 불필요한 '학습 비용'을 높이고 비효율성을 높이는 사람들입니다. 조직은 이 혈전 때문에 일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채고 언젠가는 반드시 도려냅니다. 본인도 결국 도태되지요.


일을 잘하는 사람은 일의 정보를 절대 가두지 않고 흐르게 합니다. "이 자료, 옆 팀 A가 보면 일하는데 도움 되겠는데?"라며 기꺼이 정보를 나눕니다. 내 지식을 동료에게 나누고, 유관 부서와 공유하여 전체의 파이를 키웁니다. 역설적이게도 내가 정보를 더 많이 퍼뜨릴수록, 조직 내 모든 소식과 더 많은 정보가 그 사람에게 모여듭니다. 정보라는 것도 Give & Take가 기본이니까요. 자기 능력과 무관하게 단지 직무상 맡게 된 정보임에도 이를 꽁꽁 숨기고 자기 보신에 급급해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 내 이슈와 정보, 해결책이 거쳐가고 모이는 인간 hub가 되어 신뢰 자본을 쌓고 영향력을 넓힙니다.



3. 일의 경계: 선을 긋는 순간, 성장도 그 선까지다


"그건 제 담당 R&R이 아닌데요?" 직장인 사이에서 '사이다 발언'으로 종종 칭송받는 말입니다. 물론 부당하고 과중한 업무 지시는 거부해야죠. 하지만 습관적으로 내 일과 남의 일에 대한 경계선을 긋고, 협업이 필요한 순간에도 기계적인 업무 분장 뒤에 숨어버리는 태도는 스스로를 '딱 거기까지인 사람'으로 가두는 한계가 됩니다. 칼같이 선을 긋고 방어막을 치면 당장은 몸이 편할지 모르지만 결국 알 거 다 아는 동료들은 함께 일하기를 꺼리게 됩니다. 결국 본인이 도움이 필요할 때 되려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고립무원의 처지가 됩니다.


회사 일에는 반드시 누구의 일인지 애매한 '회색지대(Gray Zone)'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보통 그러한 일들은 매년 반복되는 루틴 한 일이 아니라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일, 급히 떨어진 어려운 이슈일 가능성이 높죠. 일을 잘하는 사람은 이렇게 일과 일 사이에 빈 틈이 보일 때, 기꺼이 그곳으로 발을 내딛습니다. "이건 제가 챙겨서 유관부서와 조율하겠습니다." 라며 기꺼이 복도에 떨어져 있는 휴지를 먼저 줍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업무 범위를 미리 한정 짓지 않고, '일이 되게 만드는 전체 과정'으로 확장합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조직 내 영향력이 커지고, 기회를 더 많이 얻고 자연스럽게 리더십을 인정받습니다.



4. 일의 해결: 폭탄을 던지는 자와 정답을 제안하는 자


리더에게 문제를 보고하는 순간은 이 직원이 조직 내에 짐(burden)인지 힘(asset)인지 차이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순간입니다.


조직의 짐이 되는 사람은 문제가 생기면 있는 그대로 들고 가서 그냥 툭 던져 놓습니다. "팀장님, 이런 일이 생겼는데요, 어떻게 해야 될까요? 전무님이 지시하신 보고서 있잖아요, 그건 어떻게 정리할까요?" 언뜻 보면 즉시 보고하는 성실한 태도 같지만, 실상은 자신의 고민과 책임을 리더에게 그대로 전가하는 무책임한 행위입니다. 그 순간 리더는 문제 파악부터 대안 수립까지 모든 인지적 노동을 되려 강요당합니다. 이런 직원은 리더를 피로하게 만듭니다. "그 문제를 해결하라고 네가 있는 건데..."


조직에 힘이 되는 사람, 일을 잘하는 사람은 문제가 생겼을 때 바로 달려가기 전에 최대한 스스로 먼저 고민을 해보고 객관식 문제로 바꿔서 들고 갑니다. "팀장님, 이런 일이 생겼는데요, 제가 좀 생각해 봤는데 해결 방안으로는 1안과 2안이 있을 것 같고 지금 상황에서는 1안이 더 현실적입니다. 컨펌해 주시면 바로 실행하겠습니다." 리더는 a to z를 모두 다 고민할 필요 없이 제시된 보기 중에서 '선택'할 수 있게 됩니다. 리더의 시간을 아껴주고 불확실성을 제거해 주는 사람, 그리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도 생각하고 문제해결하는 힘을 기르는 사람이 조직에 더 필요한 사람입니다.


글을 읽으시면서 공감하셨다면, 그것은 우리가 성장할 준비가 충분히 되었다는 긍정적인 signal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사에서 흔히 말하는 '센스 있다', '일 머리 좋다'는 사람들의 비밀은 따지고 보면 대단히 거창한 능력이 아닙니다. 일을 보고 생각하는 관점을 '나'라는 좁은 틀에서 벗어나 '조직과 타인'으로 더 넓게 확장하는 기본적인 태도의 변화에서 시작됩니다. 치열한 직장 생활 속에서 길을 잃은 기분이 든다면, 오늘의 이 4가지 질문을 매일 스스로에게 되물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나는 주어진 숙제를 해가는가,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있는가?"

"나는 정보를 내 안에만 가두고 있는가, 조직에 흐르게 하고 하는가?"

"나는 칼같이 선을 긋는가, 구멍과 빈틈을 메우고 있는가?"

"나는 이슈를 주관식으로 위로 던지는가, 객관식으로 정리해 제시하는가?"


#HR #인사 #조직문화 #일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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