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Discord 05화

#5. 호구탈출 메뉴얼: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나는 너를, 너는 나를 믿을 수 있을까?

by 인사부조화


"회사 동료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으세요?"




MBA 첫 학기에 들은 여러 가지 수업 중 Strategy Formulation에서 게임이론에 관한 수업 시간이 있었다. 학부 때 경제학 수업에서도 그 내용과 개념에 대해서 배운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그저 강의 슬라이드에 녹아져 있는 텍스트에 지나지 않았지만, 사회에서 몇 년 구르고 난 지금은 보다 더욱 실감 나게 다가왔다.

게임이론에 나오는 가장 고전적이고 유명한 주제인 '죄수의 딜레마'는 '협력과 배신'의 두 선택지에 놓인 두 사람이 스스로에게는 가장 최선의 선택지인 '배신'을 선택하면서 실제로는 둘 다 손해를 보는 이유를 설명한다. 죄수인 공범 두 사람이 잡혀서 부인(협조)이냐 자백(배신)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1) 상대가 부인(협력)할 때 : 이때 나도 함께 부인(협력)하면 함께 경미한 처벌만 받지만, 상대를 자백(배신)하고 뒤통수치면 나는 무죄를 얻음 (상대는 큰 처벌)
2) 상대가 자백(배신)할 때 : 이때 나만 부인(협력)하면 나는 죄를 뒤집어쓰고 나만 큰 처벌을 받지만, 나도 같이 자백(배신)하면 처벌을 줄일 수 있음 (상대도 같이 처벌)



이처럼 상대방이 어떤 액션을 취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상대가 어떻게 나오든, 즉 협력하든 배신하든 각 개인들의 최선의 선택지는 '배신'을 때리는 것이다. 사실 전체적인 관점에서 보면 둘 다 배신하지 않고 협력하는 것이 모두의 이득을 최대화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하지만 많은 인간관계가 그러하듯 상대방이 어떻게 나올지, 어떻게 변심할지 사실상 알 수 없는 상황에서는 (상대방에 무한한 신뢰가 없는 이상) '배신'이라는 스스로에게 '아주 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모두가 손해를 보는 결과를 맞이한다.

현실 사회에서 이 같은 '죄수의 딜레마'와 같은 상황을 마주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기껏 열심히 도와줘도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이 자기가 혼자 한 것처럼 시늉한다 거나, 리더가 부하 직원의 아이디어나 성과를 자기가 한 것처럼 가로채 포장한다 거나, 동료를 험담하고 깎아내려 그에 따른 고과평가 등 인사상 반사이익을 노린다 거나, 일하는 사람 따로 챙겨주는 사람 따로 같은 일들은 회사 생활하면 빠지지 않는 단골 주제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그 이기적 선택의 결과는? 죄수의 딜레마의 죄수들처럼 결국 나중에 가서는 둘 다 폭망하고 서로 손해만 입을 뿐이다. 어찌어찌 본모습을 잘 숨기고 감춰 날 도와준 상대방을 속여 넘기는 데 성공하고, 성과와 이득을 독차지했다고 하더라도 고작 그 한 턴뿐이다. 배신당한 걸 알아차린 상대방도 그다음 턴에는 똑같이 배신을 하기 때문이다. 배신의 달콤함은 결국 한 턴을 더 넘기지 못한다.

서로 배신이 난무하고 협력이 사라진, 죄수들만 우글대는 조직이 성장하고 성공할 리 만무하다. 서로에게 상처만 남는다. 하지만 딜레마가 괜히 딜레마겠는가? 같이 협력하는 것이 모두에게는 더 나은 선택지인줄 비록 머리로는 알고 있더라도 이 균형이 쉬이 바뀌진 않는다. 나만 놓고 생각하면 '배신'하는 것, (배신이라는 표현이 다소 자극적이지만) 다시 말해 결국 '다른 사람이 어찌 되든 나만 잘 먹고 잘살면 최고야'라는 마인드가 모든 선택과 행동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 '나는 원래 사람 안 믿어', '회사 생활에 네 편 내 편이 어딨어, 어차피 혼자 남는 거야'. 모두 살면서 한 번쯤은 들어본 말은 아닐지, 결국은 이 같은 '나만 잘 먹고 잘살면 돼' 같은 생각들이 모여 '나만 아니면 돼, 나 때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까지 파생되어 조직의 치부를 감추고 폭탄은 뒤에 올 이름 모를 누군가에 미루거나, 단기 성과에 목숨 걸고 미래를 위해 준비해야 할 재원까지 소진시켜 한몫 단단히 챙겨버리는 것과 같은 후진적인 문화를 지속 양산한다.

이러한 정글 같은 현실 속에서 최소한 나 스스로가 죄수의 딜레마와 같은 상황에 빠졌을 때 나름의 생존전략이라고 생각해 왔던 것이 있었는데, 첫 학기 수업에서 그게 실제 하는 어떤 이름 있는 방법론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호의가 계속되면은 그게 권리인 줄 안다"는 어느 영화 명대사처럼, 사회생활 인간관계에서 나의 호의가 언제까지고 마냥 좋기만 한 결과를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죄수의 딜레마의 사례에서 처럼 내가 내 동료를 위해서 입을 닫고 의리를 지킬 때 저 친구도 함께 침묵해 주고 의리를 지키면야 함께 화를 피할 수 있겠지만, 우리는 눈앞의 알량한 이익 때문에 때론 동료를 버리고 자기만 이득 보려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사실 그리 어렵지 않게 마주하기도 한다.

요즘 다시 화재가 되어 많은 사람들을 가슴아프게 하는 직장 내 괴롭힘처럼 정말 심각한 상황이 아닐지라도, 별 시답지 않은 이유들로 아니꼽게 바라보고 험담하여 곤경에 빠뜨리거나 피해자 모르게 뒤에서 교모하게 피해를 주는 행동들은 누군가의 호의를 내가 가진 권리로만 누리려는 이기적인 모습들이 아닐지.

우리는 어릴적 누구나 배웠고 또 안다. 착하게 살아라, 남을 괴롭히지 마라, 거짓말 하지 마라 등등 어쩌면 뱃속에서 태교들을 시절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얘기들. 하지만 현실은 더 차갑고 삭막하고 냉혹하기에, 그래서 저런 얘기를 누군가 귀에 못이 박히도록 계속 했어야만 했던 이유도 까닭도 알게 되었다. 사실은 하기 힘들고 어려운 일이니까.

함께 일하는 동료 선후배들에 대해 완전한 호의나 신뢰, 믿음을 기대할 수 없을 때,

힘껏 애써준 누군가에게 되려 이용만 당하거나 일방적으로 착취받는다는 느낌을 받을 때,

이런 상황에서 마저도 내가 계속 호의적이고 협조적으로만 행동한다면 나는 영원히 감옥 속에서, 상대는 감옥 바깥세상에서 내가 누려야할 몫의 권리마저 누리며 살아가는 꼴을 기어이 보고 만다.

내가 아무리 천사표여도 다른 사람까지 내가 천사로 만들수는 없는 일. 천사가 아닌 사람을 마주하게 되면 나는 어떻게 대처해야할까?

이러한 죄수의 딜레마의 늪을 빠져나올 수 있는 효과적인 생존전략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대응하는 것이다. 이를 'Tit for Tat'이라 한다.

Tit for Tat 전략은 문자 그대로 아주 단순하다. 받은 만큼 그대로 돌려주는 것이다. 상대방에게 호의를 계속 베풀다가도 어느 순간 상대방이 나에게 비우호적으로 변하거나 나에게 해를 끼치는 행동을 하기 시작하면 나도 호의를 멈추고 그대로 똑같이 갚아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상대 입장에서는 나를 더 이상 이용해먹지 못하고, "둘 다 배신하고 둘 다 손해 보는 것"과 "둘 다 같이 협력해서 함께 이득을 얻는 것", 이 두 개의 선택지만 남게 되기 때문에 끝내 죄수의 딜레마 상황을 면할 수 있다.


상대가 나와 같은 행동(그대로 돌려주는 것)으로 나오게 되면, 협력-협력(둘다 1년), 배신-배신(둘다 3년)에서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이 전략의 또 하나의 중요한 point는 "한번 적은 영원한 적이지, 우린 파국이야"로 기어이 끝장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다시 우호적인 스탠스로 돌아선다면 나도 상대를 용서하고 다시 협력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는다면 또다시 제2차, 제3차의 죄수의 딜레마가 반복되고 너도 나도 서로 파괴하고 같이 손해만 보는 것이기 때문에이 점을 항상 기억하자. 더 이상적인 것은 처음부터 상대가 나를 배신하고 해를 끼치기 전에 "나는 너에게 협력하지만 도중에 네가 나를 배신하고 피해를 입히면 나도 가만 있지 않겠다"는 확실한 경고 signal을 미리 보내는 것이다.

사회 초년생의 좌충우돌을 겪고 난 이후 언제부터인가 받은대로 돌려주는 것에 더 나아가 "받은 것의 1.5배, 2배로 돌려주자"는 신조로 살았는데, 그간 호의를 베풀고 돌려줘야 하는 상황들이 훨씬 훨씬 더 많았던 것에 다행이고 감사함을 느낀다.



#회사원 #조직문화 #죄수의 딜레마 #협력 #H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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