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왜 하세요?
"왜? 왜 그게 하고 싶어?"
"나중에 커서 뭐가 되고 싶니?"
어릴 때 수백 번은 족히 들어봤을 이 질문에는 그 뒤에 항상 빠지지 않고 따라 나오는 세트 질문이 있다.
"왜? 왜 그게 하고 싶어?"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아이는 아이들을 사랑해서, 경찰이 되고 싶다는 아이는 사람들의 생명을 지켜주려고, 의사가 되고 싶은 아이는 아프고 다친 사람을 치료해주고 싶어서 등등 어떤 직업과 일이 있다면 으레 그 일을 하고자 하는 이유든 목적이든 있기 마련이지만, 나 같은 평범한 수많은 회사원들은 과연 어떨지.
"왜 회사원이 됐는지, 이 일을 왜 하는지"라는 질문에 즉시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막상 대답하기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아니, 애초에 회사원들에게 이런 질문을 굳이 던질 필요가 있을까?
사실 채용 면접에서도 "왜 이 일을 하시게 됐나요?", "왜 이 일을 계속하세요?" 같은 질문은 거의 묻지 않는다. 설령 묻더라도 "대학에서 전공이 어땠고, 친한 선배가 어땠고" 같은 형식적인 답변으로 가볍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어차피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회사원으로서의 삶이 어떤 의미인지 굳이 물어볼 필요가 없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 '왜 일을 하는가'라는 질문이 단순한 선문답이 아니라, 정말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는 좋은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왜 일을 하는가 = 목적 = 방향"
'왜 일을 하는가'라는 물음은 결국 일을 통해 어떤 목적/뜻을 이루고자 하는지에 대한 물음이다. 이는 곧 다시 우리의 삶과 행동이 향하는 방향과 맞닿아 있다.
회사라는 공간에서 '무엇인가를 향하는 방향'이라 하면 대개 그 '무엇'은 다음 중 하나일 것이다.
"나(+가족)를 향해, 임원/CEO 등 자기가 모시는 상사를 향해, 회사를 향해, 회사를 넘어선 더 큰 세상을 향해"
여기서 어떤 것이 더 나은 방향이고 더 위대한 삶인지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2025년을 살아가는 지금, "나보다는 회사를 우선시하라", "나라를 위해 헌신하라" 같은 해묵은 가치관은 더 이상 사람들의 마음속을 울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의 목적과 방향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그 사람을 이해하는 강력한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알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지,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를 가늠할 수 있다.
'나 자신을 향해 일하는 사람'은 늘 자신을 최우선으로 여긴다. 단체 야유회 같은 활동은 이들에게 있어 비효율적이고 번거로운 일이다. 조직을 위해 개인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말들은 이들의 사전에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반대로 자신의 이해관계와 연결된 일이라면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또 '임원/CEO, 즉 상사만 바라보며 일하는 사람'도 있다. 이들에게는 상사의 말과 의중이 최우선이며, 자신의 생각과 의견은 거추장스러운 것일 뿐이다. 모든 일의 초점이 그분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일들로 귀결된다. 상사가 바뀐다 한들 사실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시 새로운 사람을 바라보면 되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가장 투명한 사람들이다. 회사를 또는 세상을 향하는 사람들은 또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자기를 희생하고 더 큰 공익에 헌신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때론 신념과 이상에 사로잡혀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고 피곤하게 만들기도 한다.
각자의 선택한 삶을 두고 어떤 쪽이 더 낫다고 누구도 단언할 수 없다. 다만, 각자가 선택한 '일의 목적과 시야'는 그 사람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어떻게 행동할지를 여실히 드러낸다. 심지어 본인도 자각하지 못하더라도 그 화살표는 분명히 나타난다.
그러니 가끔은 어린아이에게 하는 것처럼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나는 왜 일을 하는가? 왜 하고 싶은가? 나의 화살표는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방향에 따라 드러나고 있을 각자의 모습을 한 번쯤 돌이켜보자. 내가 원했던, 바라던 모습이 맞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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