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Discord 02화

#2. 회의(懷疑) 론

이런 회의는 도대체 왜 해?

by 인사부조화




"어떤 회의가 좋았나요?
어떤 회의가 실망스러웠나요?"


회사생활에서 여러 가지 비효율과 불합리를 마주할 테지만, 가장 잦은 빈도로 그리고 직접적인 것 중에 하나가 바로 ’ 회의‘에서 나온다.




나도 어떨 때는 하루종일 회의만 하다가 끝났던 날도 있고, 회의 일정 어레인지하다가 실제 회의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허비한 적도 있다. 회의에 대한 기억들을 돌이켜보면 거의(8할 이상) 불필요했거나 불만족스러웠던 것 같다. 대부분의경우는 회의 자체가 또는 그 결과물들이 대게 제자리걸음을 반복했거나 output이 미미했던 경우가 많고, 설사 의미 있는output이 있었더라도 매우 지난하고 소모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회의라는 대표적인 업무 tool이자 커뮤니케이션 tool에 대해 사실 회의적이다. 회의를 회의적으로 만드는가장 흔한 상황들은


-회의 agenda가 모호하거나, 매우 어렵거나 가치중립적인 내용을 다룰 때,

-회의 참석자가 목적에 맞게 제대로 구성되지 않거나 모이지 않았을 때 (너무 많거나 적거나, 누군가 지각하거나 회의 중 누가 나가거나),

-회의 참석자들의 준비가 제대로 안되어 있을 때, (몸만 와서 현장에서 급히 내용을 이해하려 하거나, 임기응변식의 즉흥적 아이디어만 쏟아내거나)

-회의 호스트의 효과적 퍼실리테이팅이 부재할 때, (호스트가 진행 없이 그냥 두고 보는 식의 운영. 특히 많은 상급자가 배석하는 회의에서 진행자는 숨고 어느덧 제일 상급자가 전체 주도)


이 밖에도 더 있겠지만 대부분의 회의가 저 상황 중 어느 하나에 쉽게 걸리기 마련이고, 그래서 지지부진한 과정과 더불어 흐지부지한 결론을 내기 일쑤다.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를낳는 경우도 많다.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란 장고의 회의의 종착점이 결국 원래의 주 담당자의 생각과 의견의 테두리 내에서 더 벗어나지 못하고 최초의 방안을 그저 재확인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결과다. 즉, 인력낭비, 시간낭비.

때론 입김 강한 사람의 툭 뱉은 설익은 한마디로 인해 갑자기내용이 완전히 딴판으로 가는 경우도 더러 있다.

특히, 당일날 갑작스레 ’ 자 한번 회의해 봅시다 ‘ 하며 준비 안된 사람들을 급히 불러 모아 진행하는 회의는 100% 늘 실패한다고 확신한다. 그나마도 일말의 가능성이 있었던 회의를 망치는 주범이다. 설사 그 시간 동안 회의를 주관하는 누군가는 스스로 어떤 의미 있는 인사이트를 얻어냈다 하더라도 그 회의가 만들어지기 위해 갑작스레 희생된 많은 사람들의 개인 스케줄들과 업무 리듬의 파괴를 생각해 보면 그게 과연 성공적이라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회의는 왜 하는가? 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업무를 하다 뭔가 잘 안 풀리거나 혹은 자기 생각을 확인받고 싶을 때 회의를 그냥 일종의 습관처럼 걸핏하면 불러 모으는 사람들도 있지만, 회의는 사실 굉장한 리소스를 수반하는 업무행위다. 회의 준비에서부터 물리적인 회의 참석 시간까지, 한명의 담당자가 혼자 머리 싸매고 일을 처리하는 것과 달리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상황과 리소스가 들어간다. 이러한 맥락에서, 회의가 단순히 어떠한 내용과 정보를 공유하고, 설명하고, 이해시키고, 갑작스레 아이디어를 구하고, 혹은 ’여러 의견을 모은 결과임’ (하나 내용은 변화 없음)이라는 뿌듯함과 누군가를 향하는 ‘회의했다’ 쇼 같은 목적 때문에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매우 낭비적이다.

의미 있는 회의를 만들기 위한 수많은 방법론들, 가령 회의 전 자료 공유하기라든지, 30분 시간제한이라든지, 회의가 삼천포로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한 여러 가지들도 있지만 과거에도 지금도 회의장에 가는 발걸음이 가볍지 않은 이유는 저런 운영적 기술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본질적인 무엇인가가 빠져있기 때문이다. 회의는 왜 하는가? 혼자 하는 대신에 여럿을 불러 모은다. 여럿을 불러 모아 무엇을 더 달리할 수 있는가? 흔히 하는 아이디어 회의? 회의를 열어 일일이 의견을 구하지 않아도 아이디어를 찾을 더 좋은 방법은 더 많다. 의사결정? 어차피 답정너식의 회의로 할 거면 그냥 자기 과시쇼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 대체 회의는 왜 해야 하고 언제 필요한가?

앞서 답이 다 나와있다. 여러 사람이 동시에 모여 논의가 필요하고 주제가 명확한 안건을 가지고, 이 안건에 반드시 필요한 사람들만, 회의 준비가 다 된 상태로 모여서, 효과적인회의 진행자의 리드에 따라서 회의를 할 때이다. 조건을 모두 맞추기 어려운가? 그럼 그 회의는 안하는게 낫다고 감히 제안한다.


재택이 한창 성행할 때 체감상 평소의 반의 반의 반도 회의가없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별문제 없이 많은 일들이 잘 진행됐던 걸 기억한다. 그동안 없어도 될, 안 해도 될 회의들, 그 수많은 시간들에 나는 회의적이다. 내 시간만큼 다른 사람의 시간도 똑같이 소중하게 생각해 주는 문화를 바란다.


#회사 #회사원 #회의 #조직문화 #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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