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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선인장 Jun 21. 2022

홈스테이를 떠나기로 결정하다

케이프타운에서 집 찾기


 

우여곡절 끝에 어느새 남아공에 온지도 3주일. 학원도 어느 정도 적응, 헬스클럽에서 운동하고 있으면 모두가 나만 쳐다보는  같던 어색한 느낌도 덜해졌. 학원은 유키가 떠났지만 새로운 사람들로 채워졌는데, 이번엔 2달씩 머무는 친구들이 생겨 조금  오래 친해질  있을  같았다. 헬스클럽에서도 요가, 필라테스, 수영, 헬스  있는 프로그램이란 프로그램은  들어가서 이런 사람 저런 사람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해졌. 더불어 우연히 아침 등굣길에 친구가  흑인 아주머니와 99 할아버지 덕분에 참새가 방앗간 들리듯 학원이 끝나면 자연스레 발걸음이 향하는 곳도 생겼다. 공부, 운동, 현지인 친구. 부족할  없는  일상인 듯했다. 사는 곳만 빼고.

 

한국에서 홈스테이를 계약할  우선 1달만 부탁을 드렸. 짧게 1, 2 머무는 것이라면 몰라도 6개월은 나름  수도 있는 시간인데 혹여나 홈스테이 사람들과 맞지 않으면 낭패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상은 안타깝게도 빗나가지 않았다.


처음에는 할머니가 나쁘거나 내가 잘못한 것이 있을까 수없이 돌아지만, 나중에는 할머니가 나쁜 것도 내가 특별히 잘못된 아이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는  외의 다른 학생들과는  지내셨던  같고,  역시 할머니 외의 다른 사람들과는  지내는 듯했다. 그저 나와 할머니가  맞지 않은 합이었다고, 할머니를 미워하기보다는 그냥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도 할머니의 잔소리 덕분에 나는 의도치 않게 케이프타운에 온지 3주만에 동네 헬스클럽의 열성 회원이 되었다. 가끔 피곤한 날에는 집에서 샤워할까 생각하다가도 그렇게 되면  무슨 소리를 들을까 싶어 악착같이 헬스장을 찾아가곤 했다.  할머니의 차가운 음식 덕분에 나는 바깥에 있는 길거리 음식점, 또는 저렴하고 있는 체인점들도 남들보다 조금  빠르게 아나서게 된 것 같았다. 더불어 현지 물가를 조금씩 알고 나니 무엇보다 3000 정도면 과일과 요거트, 잡곡 호밀식빵 등을   있어 3일은 거뜬히 버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굳이 할머니의 통조림 음식과 샤워 잔소리를 들으면서까지 홈스테이에  필요는 없다는 결론에 다달았고, 자연스레 다른 집을 찾기로 했다. 다만  다른 집을 10 내에 찾아야  했지만 말이다.

 

 

1) 어학원에서 연장하기

 

이제 새로운 홈스테이를 구해야 한다. 다른 친구들의 홈스테이는 어떨까? 나만 이렇게 불평인걸까? 학원 친구들에게 넌지시 물었다. 제각각 다른 대답들이기는 했지만 모두들 만족하는 분위기였다. 홈스테이 가족들과 주말이면 근처의 와인농장에서 와인 테스트를 하며 포도밭을 누빌 거라는 , 룸메이트 친구들과 함께 펍에 가서 럭비 경기를  거라는 . 영어가 자유로워서인지 홈스테이 주인 가족들과  어울려서인지 오해보단 소통이  가득한 관계 같았다. 더불어 대부분의 친구들은 길어봤자 2, 짧으면 2 정도만 머무는 일정이라 호스트들과의 관계가 그리 문제가  정도는 아닌 듯했다. 그래서 학원에 다른 집으로 옮길  있는지 물었다.


Why not. No problem. 문제  것은 없었다. 비싸다는  빼고. 학원에서 소개해 주는 홈스테이 비용은 개인적으로 알아보는 집값보다 2, 3배는  비싼  같았다. 소개비 성격의 커미션과 아침저녁 밥값, 빨래비, 각종 공과금, 나를 보호해주고 신경 써주는 비용 등등을 모두 청구하는 느낌이다. 가격엔 모두 포함됐지만 내가 그렇게 느끼지 못하는 비용을 내고 싶진 않았다. 이제는 제법 대중교통을 타고 가고 싶은 왠만한 곳들은 혼자서도   있었고, 친구들과도 점심 저녁 약속 정도는 잡을  있었고, 빨래  보따리를 짊어지고 세탁소에 가도 겨우 20 란드 정도만 내면 곱게 개진 상태로 가져올  있다는 것도 알았. 그래서 케이프타운에 오래 머문 한국인 유학생들은 굳이 어학원을 통해 집을 찾기보다는 따로 홈스테이를 알아보거나 신문이나 광고지에서 집을 나눠  사람을 찾아 함께 사는 경우많았다.

 


2) 지인을 통해 알아보기

 

지난번 한국인 유학생 모임에서 만난 부산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20 남짓 되었던 사람들 중에 지금 살고 있는 집 근처에 사는 언니 오빠가 1명씩 있었다. 그날 연락처를 받고 문자만 주고받다 처음 전화를 하는 거라 나를 기억하지 못하면 어쩌지 싶었는데 언니의 목소리가 밝았.


“언니, 언니. 저 당장 다음 주에 집 나가야 하는데 아직 집을 못 구했어요. 금방 구해지는 거 아니에요?”


“여기서 집 구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데. 나도 3주째 돌아봤는데 맘에 드는 곳이 없다. 적어도 2~3주 전에는 준비를 해야지. 어휴..”


언니 2, 3 전이면 저는 남아공에서 겨우 발을 처음 디딘 네안데르탈인 수준 뿐이었다고요. 기본적인 의식주해결하기 위한 영어도 못했는데 어떻게 집을 구해요. . 언니 어떡해요. 보고 싶어요. 이번 주에 만나면  돼요? 우리 맛있는  먹어요. 어디가 맛있어요 언니?”


언니가 피식 웃었다.


“그래, 주말 씨포인트의 멕시칸 음식점에서 점심 같이 먹자.”

 

이젠 자신 있게 혼자 밥도 먹으러 다닐  있고, DVD 빌릴  알고, PC방도   있다고 장담했는데 언니 앞에선 하룻강아지. 여전히 음식점에 들어가면 무얼 먹어야 하는지 메뉴를  번이나 들여다봐도 모르는 음식들이 더 많았, 포크와 스푼이 3 이상 나오면 어느 것을 먼저 잡아야 하는지도 헷갈. 이런 불안한 상황에 포크가 젓가락 같고 피클이 김치같이 익숙한 누군가가 옆에 있다면 흐르는 강물에 몸을 맡긴 것처럼 마음이 편안해진다. 부산 언니가 .


언니도 마침 집을 새로 구하려던 터라 가지고 있던 주간지  개를 챙겨. 원래는 머물고 있는 집을 나오기 2 전에는 적어도 찾아놔야 옛날 집주인이나, 새집 주인 모두 서로 준비할 시간이 생기는데 나는 이사를 오자마자 다시 나가려고 하니 이런 룰을 알지 못했었다. 다만 홈스테이 할머니에게 방을  거라는 것은 미리 말을   상태였다.

 

아이폰과 구글과 페이스북이 없던 시절엔 한국도 아닌 외국에서 어떻게 집을 찾고 연락을 했을까 싶겠지만, 사실 인류는  기술들이 있던 시간보다 없던 시절을  오래, 나름  살아왔다. 언니와 나는 지역신문을 보면서 어떤 집이 좋을지  군데 정도 체크해본 뒤 전화해서 직접 찾아가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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