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린 도착 후 아일랜드국립미술관[The National Gallery]에 처음 갔을 때의 일이다.
미술관에서는 아일랜드 화가들의 작품을 비롯하여, 르네상스 시대 화가의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유럽에 살면서 좋았던 점이 내가 좋아하는 화가의 그림의 원본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었는데,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대부분 무료이기 때문에 돈이 있든 없든 예술과 문화를 즐기기에 충분하다.
한쪽 편에서 르네의 작품을 감상하던 중이었는데, 연세가 지긋해 보이는 보안요원 한 분이 내게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물었다. 나는 짧게 한국인이라 답했다. 그러자 그는 한국을 아주 잘 안다면서 거기 H.O.T 있죠? 라고 묻는 것이다.
순간 한국을 안다는 게 너무 반가워서 "어머나 세상에. 네. H.O.T라는 케이팝그룹이 있어요."라고 말했다. 낯선 땅에서 아이리시가 한국과 H.O.T. 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것이 흥미롭고 기뻤다. H.O.T는 한국의 1세대 아이돌로 내가 십 대였을 때. High five of teenager라는 이름처럼 나의 우상이자 십 대들의 우상이었다.
이윽고 그는 H.O.T 중에서도 토니를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우와 나도 토니 오빠를 가장 좋아했는데, 이렇게 반가울 때가. 나는 아저씨에게 "그들은 한때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댄스 그룹이었다. 어떻게 그들을 아세요?" 하고 물었다.
그는 갑자기 자신의 유니폼 위의 명찰을 가리켰다. 그의 명찰에 적혀있는 이름은 다름 아닌 TONY였다. 이런 센스쟁이 장난꾸러기 아이리시 아저씨. 우리의 입가에 웃음이 소로로 피었다. 내셔널 갤러리 보안요원으로서 토니 아저씨는 정말이지 즐기면서 자신의 일을 한다는 게 느껴졌다.
보안요원 아저씨 덕분에 나는 오늘 10대 때 우상이던 H.O.T 토니 오빠는 아니지만, 토니 오빠만큼 위트 넘치는 또 다른 TONY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