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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태양계 : 한 사람이 가면 한 사람이 온다

by 드작 Mulgogi

아일랜드에 오기 전 한국에서 아일랜드에서 장사를 해보기로 했다.


일 Job을 구하기 전까지 생활비를 벌 수 있는 방법으로 고안한 아이디어인데. 그렇다면 유럽에서 어떤 걸 팔면 좋을까? 아이템을 선정하다 2015년 셀피 렌즈를 강남 지하상가에서 보곤 '아! 이거다' 싶어서 100개 초도 물량을 확보하여 팔아 보기로 했다. 오늘은 아일랜드 유학생 커뮤니티에서 곧 여행을 떠나는 유학생에게 연락이 왔다. 트리니티 컬리지 Trinity College Dublin에서 한국인 유학생과 셀피 렌즈 거래를 마친 후, 한국의 서울대와 같은 명문대 트리니티 컬리지를 둘러보기로 한다.


트리니티 컬리지는 아일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으로, 1592년 영국·아일랜드 여왕 엘리자베스 1세가 옥스퍼드대학교와 케임브리지대학교를 모델로 하여 설립했으며 더블린에 기증했다. 도서관 The Old Library의 롱 룸 Long Room에는 9세기에 만들어진 복음서 <켈스의 서 The Book of Kells>를 포함하여 많은 고서가 소장되어 있다. 켈스의 서는 매년 약 500,000명의 방문자를 더블린에 있는 트리니티 칼리지 Trinity College로 불러들이는데, 아일랜드와 해외에서 온 많은 이에게 이 책은 아일랜드 문화를 상징하는 가치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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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1203.JPG 트리니티 컬리지 Trinity College Dub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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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곳곳은 트리니티 컬리지 학생뿐 아니라 관광객들과 산책을 하는 가족들, 그리고 경기장에서 경기를 즐기는 학생들의 풍경으로 활발하다. 트리니티 컬리지를 둘러보고 한국인 친구들과 잠시 만나 담소를 나눈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인연이란 게 신기해서 이곳에서 만난 한국인 친구들 중 한 명은 몇 년후. 한국에서 방송작가협회 교육원 면접장에서 다시 만나 교육원 수업을 같이 듣기도 했고, 지금도 극본 스터디를 함께 하는 동료로 서로의 글을 응원해주는 친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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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한 사람이 가면 한 사람이 온다. 태양계의 행성을 돌듯 나의 인생에 들어왔다가 이제는 궤도를 벗어난 사람들을 돌이켜 보면 그렇다. 한 사람이 머물다가 간 텅 빈 흔적을 다른 누군가가 조금씩 보태어 메어준다. 그래서 살 만한가 보다. 무얼 해도 의미 없던 나날들이 점점 의미 있는 날들로 채워지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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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서 봄꽃 소식이 들린다. 누구는 누구를 좋은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으며, 누구는 누구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는. 봄날을 설레게 만드는 누군가 있다는 것만으로 그들은 충분히 제 인생을 멋지게 살아가는 거라 여겨진다. 나 역시 늦더라도 한 걸음씩 천천히 봄날로 걸어 나가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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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제는 한국인 친구 한 명이 또 다른 한국인 친구의 집에 초대를 받았는데, 별다른 일 없으면 함께 하자고 해서 갔다. 그곳의 플랫메이트들이 모두 성격좋은 외국인 친구들이라 격의없이 인사를 나누고 맛 좋은 통 삼겹살을 오븐에 구워 먹으며 술도 한 잔 했다.


밖에는 보슬비가 내린다. 살다 보면 희희 비비 엇갈리는 일도 있을 테고, 서로의 가치관에 따라 조금은 나와 맞지 않는 사람들과 부딪히기도 하겠지. 한데 부딪힌다고 그들과의 관계를 그만 둘 게 아니라 서로의 속내를 드러내고 조금씩 이해하고 조금씩 배려해 가는 것, 그게 바로 함께 하는 삶이 아닐까 한다.


또 앞으로 헤쳐 나아가야 할 일은 많지만, 비 오는 오늘 새벽만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마냥 행복한 강아지 같은 기분, 모두 잘 되겠지. 왠지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길 것만 같은 사월의 밤이다. 기분이 좋아서 좋은 노래들을 담뿍 들으며 오늘 밤도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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