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INO DE SANTIAGO
Foncebadon ~ Ponferrada
+23 Day / 2016.07.27
: 20.40km (Iphone record : 26.50km)
철의 십자가에 소원을 빌고,
다시 발걸음을 재촉하여 다음 마을로 향하는데 오늘은 고지대 산길의 연속이다.
아침 햇살이 찬란하다.
일출이나 일몰 때 사진이 특히 예쁘게 찍히는데,
나는 종종 민들레 갓털로 이런 류의 사진을 찍는 걸 좋아한다.
산길을 얼마쯤 걸었을까. 미국에서 온 세 자매를 만났다.
나는 바로 사람책 인터뷰를 요청했고 그들은 흔쾌히 응해주었다.
왼쪽부터 로라(Laura), 캐런(Karen), 앤(Anne)이다. 로라(Laura)와 캐런(Karen)은 생장피드포르(Saint-Jean-Pied-de-Port)에서, 앤(Anne)은 레옹(Leon)에서 순례길을 시작했다고 한다. 어떻게 세 자매가 함께 순례길을 걷게 되었는지 물었다. 세 자매 중 캐런(Karen)이 2년 전 혼자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다고 한다. 이번에 두 자매에게도 함께 걸을 것을 제안했고, 로라와 앤은 입을 모아 캐런이 옳았다고 탄성을 자아냈다. 그녀들은 산티아고의 아름다운 자연과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에 큰 기쁨을 느끼는 것 같았다.
이번엔 각자의 행복은 무엇인지 물었다. 맏언니답게 큰 언니인 로라(Laura)는 가족이라 했고, 캐런(Karen)은 신앙, 앤(Anne)은 선생님이라는 직업 때문에 새로운 걸 가르치는 것이라고 했다. 세 자매의 비슷한 듯 다른 성품에 따라 각기 다른 대답이 돌아왔다.
그리곤 앤(Anne)이 들뜬 목소리로 내게 뭘 보이겠다고 한다. 두 자매에게 뒤돌라는 제스처를 취한다. 세 자매가 나를 향해 등을 돌리더니 각자의 배낭에 Three Sisters라는 패치를 보여주었다. 앤이 손수 만든 거라 했다. 자매애가 느껴지는 깜찍한 모양의 패치다.
유쾌한 세 자매들이었다. 사람책 인터뷰를 마치고도 한동안 그들과 발걸음을 함께 했다. 내가 한국에 돌아가면 세례를 받고 싶다고 했더니, 캐런이 선뜻 자신이 걸고 있던 성모 마리아 목걸이를 내게 주었다. 이렇게 소중한 걸 날 줘도 되겠냐고 물었다. 순례길 시작할 때 산 건데 내게 선물로 주겠다고 한다. 아마 내가 세례를 받을 의지가 있다고 하니, 응원의 메시지 같았다. 순례길에서는 이렇듯 사람에게서 자꾸 감동을 받는다. 이 사람이 나를 이렇게 생각할까. 저렇게 생각할까 따위의 경계도 없이. 사람 마음을 자꾸 열게 만들고, 내게 뭔가 나누어 주려고 한다. 그래서 나 또한 사람들에게 뭔가 더 주고 싶게 만드는 그런 마력이 있다.
이들은 모닐라 세카에 머문다고 했고,
나는 순례길을 마치면 인터뷰한 영상을 메일로 보내주겠노라 하며 작별 인사를 했다.
그들이 무사히 일정을 마칠 수 있도록 부엔 카미노(Buen Cami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