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INO DE SANTIAGO
Astroga ~ Foncebadon
+22 Day / 2016.07.26
: 26.40km (Iphone record : 31.20km)
간 밤에 잠을 푹 자서 그런지 아침 6시에 눈이 떠졌다. 조금 이른 출발을 했다. 이른 아침이지만 자그만 성당이 있어서 들렀고, 봉사자로 보이는 할머니와도 잠시 인사를 나누었다. 아침에 요거트를 먹어서 그랬는지 배가 아파 왔다. 종종걸음으로 다음 마을인 Murias(무리아스)까지 가는데 땀이 삐질 삐질 나고, 등골이 오싹해지는 초조함이 깃들었다.
족히 삼십 분은 더 걸려 마을에 도착하자,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Bar의 화장실에서 급한 볼일을 마치고 나서야, 나는 여유를 되찾고 아침 겸 커피를 한 잔 마셨다. 산티아고의 길을 걸으면서 간혹 물갈이를 하거나 장염에 걸려 고생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럴 때를 대비해 비상약을 챙기는 게 좋다. 나 같은 경우에는 별 탈없이 일정을 마쳤고 준비했던 비상약이 고스란히 남았다.
하늘이 파랗다. 오늘도 날이 좋을 모양이다.
길 위에는 나처럼 혼자 걷는 사람, 친구들과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걷는 사람들. 가족끼리 혹은 커플끼리 모두 제각각이다. 그리고 비슷한 일정인 순례자들은 길 위에서 언제고 몇 번이고 다시 만나게 된다.
해가 중천에 떠오르고 걷다 보니 목이 말랐다.
Bar에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는데 한국에서 많이 보던 폴라포가 있었다.
무더위에 얼음을 와그작와그작 씹으며 걸으니, 더위도 조금 가시는 기분이 든다.
곳곳에 수국이 활짝 핀 이 마을에 다다르자, 오늘은 이곳에서 머물까 했지만 알베르게가 마음에 드는 곳이 없어서 고민되었다. 그 찰나에 Michelle(미셀)과 Mark(마크)를 다시 만났다. 그들은 다음 마을로 간다고 하기에 나도 따라나섰다가 땀은 비 오듯 하고 햇볕이 너무 강렬해서 죽을 뻔했다.
어제 La Casa de Los Dioses(신의 집)에서 마주쳤던 스페니시 친구도 길을 걷다가 계속 만났다. 내일 일정 중 철의 십자가가 있는데, 그때 돌을 올리고 소원을 빌라고 일러주었다. 이름이 어려워 기억이 안 나는데, 다시 만나면 인터뷰도 해야지.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 Foncebadon(폰 세바 돈)에 도착했다. La Posada del Druida이라는 남매가 운영하는 알베르게에서 머물기로 한다. 시설은 조금 열악하지만, 남매들이 성심성의껏 순례자들의 편의를 봐주고 있어 편안히 쉴 수 있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빨래를 하고 점심을 먹고 휴식을 취했다. 고마운 마음에 그들에게 캘리그래피 써주고 함께 사진도 찍었다.
CAMINO DE SANTIAGO
Foncebadon ~ Ponferrada
+23 Day / 2016.07.27
: 20.40km (Iphone record : 26.50km)
남매들이 운영하는 알베르게에서 하룻밤 잘 쉬고,
이른 아침 동트기 전, 여명을 뒤로 하고 고지대로 올랐다.
멀리 철의 십자가가 보인다. 어제 내게 철의 십자가에서 돌을 놓고 소원을 빌라고 알려줬던 스페니시 친구의 이름은 Rafel(라펠)이었다. 그가 준 돌로 소원을 적어, 철의 십자가 나무에 끼어 넣고 사진을 찍었다.
늘 그렇듯 나는 가족과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이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을 적었다. 그리고 내게는 늘 작가에 대한 염원이 있다. 일 년 전 아일랜드로 떠나갔을 때도 그랬고, 산티아고의 길을 걷고 있으니 그 염원이 클 수밖에 없었다. 소원이 적힌 돌을 십자가 나무 틈새로 잘 끼어둔다. 손톱 달이 십자가 위로 예쁘게 걸렸다.
물론 인증샷도 잊지 않았다. 소원이 적힌 돌을 십자가에 넣고 있을 때, Michelle(미셀)이 찍어준 사진이다. Coucou!!! 프랑스 어로 친한 친구를 부를 때 쓰는 말이라고 한다. 일행과 헤어지고 나서 매일 Michelle(미셀)과 Mark(마크) 만나는 거 같다. 참, 고맙고 든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