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한국에서 친구들이 지원 사격으로 필요한 책과 물품, 그리고 음식을 잔뜩 보내준 것이다.
아일랜드는 한국의 택배 시스템과 달리 우체국 배달 기사님이 하루에 한 번 방문한다. 언제 배달을 할지 시간도 알 수 없는 데다, 배달 기사님이 방문했을 때 부재중이면 한국처럼 문 앞에 놓고 가는 것이 아니라, 관할 우체국 보관소로 찾으러 오라는 공지만 띡 붙이고 가버리기 때문에 난감하기 짝이 없다. ㅡ 2015'-2016년' 기준.
한국의 빠르고 신속한 택배 물류 시스템은 외국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한국에서는 부재 시, 문 앞에 택배를 놓고 가도 아무도 타인의 택배를 탐하지 않는 한국인의 정직한 민족성도 한몫하는 듯하다. 여하튼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의 택배 시스템에 익숙한 나로선, 택배 배달 시간을 놓쳐 루아스 Luas를 타고 몇 정거장이나 관할 우체국으로 무거운 택배 박스를 찾으러 가는 일부터 난관이었다.
루아스를 타고 세 정거장 가서 또 15분가량 걸어서 도착한 관할 우체국에서, 겨우 택배를 찾았는데. 반가운 만큼 그 무게도 상당했다. 다른 유학생들의 경험담을 들어보면, 캐리어를 끌고 가서 언박싱하여 캐리어에 물품을 담아 온다고도 하던데. 나는 호기롭게 캐리어도 없이, 혼자 가서 택배 박스를 끌어안고 다시 루아스 역까지 몇 번에 걸쳐 바닥에 택배 박스를 내렸다 쉬길 반복하며 왔는지. 지금 생각해도 식은땀이 뻘뻘 흐른다.
고진감래 끝에 끙끙거리며 집에 도착 후, 언박싱을 해본다. 아일랜드에서 만 원이 훌쩍 넘는 소주부터, 최근 시작한 영국~아일랜드 관광 가이드 공부를 위한 먼 나라 이웃나라 영국 편, 김소연 시인의 시집까지. 늘해랑 독서모임에서 인연이 된 은선 양이 보내준 택배.
현직 군인인 친구가 피엑스 PX에서 저렴하다며 홍삼 건강 음료와 일용할 양식을 보내준 택배. 친구들의 정이 느껴져 반갑고, 기쁘면서 가슴 뭉클하게 감동. 만감이 교차했다. 가난한 유학생이 되고 보니, 친구들이 필요한 거 없느냐 물었을 때. 두 번 생각도 않고 넙죽 받아들인다. 좀 뻔뻔해졌다고 해야 할까. 얼굴이 두꺼워졌다고 해야 할까. 보내준 음식 잘 먹고, 물품들은 요긴하게 잘 쓰고 한국에 돌아가면 꼭 보답하리라 다짐하며, 고마운 마음을 대신한다. 다시 한번 정말 고맙다. 친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