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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지언니 Jul 25. 2019

더 나은 학교를 위한 생각

새롬고등학교 교지 인터뷰



안녕하세요. 새롬고등학교 친구들

간삼건축 지윤정 실장입니다.


시청각실에서 새롬고 탄생비화를 나눈 지 벌써 일 년이 지났습니다. 얼마 전 독도지킴이 김장훈 아저씨 다녀가신 소식도 듣고, 윤재국 교장선생님께서 작사하신 새로운 교가 "레전드 오브 새롬"뮤비도 잘 보았습니다. 언제나 이런 활동의 배경이 되는 학교 공간을 보면서 뿌듯함과 보람을 새삼 느꼈어요. 저는 살면서 잊고 지내지만, 그 공간을 배경으로 살아가는 친구들을 생각하며 편지를 씁니다. 제가 있는 곳이 서울이라 만나서 인터뷰는 못 하고 아래와 같은 6개의 질문을 이렇게 글로 대신합니다. (교지편집부 김연아 학생이 보내 준 심사숙고한 질문에 대한 답장입니다.) 설계할 당시가 2014년이었으니, 5년이나 더 지난 그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이해하기 쉬운 말로 써 볼까 해요.



1. 새롬고등학교 설계를 맡아서 하게 된 계기는?

2. 평소 공간을 설계할 때 어떠한 곳에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3. 설계를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4. 새롬고등학교 설계할 때  특별히 신경 쓴 장소가 있으신가요?

5.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을 그렇게 디자인한 이유는?

6. 건축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1. 새롬고등학교 설계를 맡아서 하게 된 계기는?


어느 날 우연히? 그 일을 맡게 되었어요. 어른들의 일은 그래요. 부사장님께서 부르시더니 보람고등학교는  남자 실장님에게 새롬고등학교는 저에게 맡기셨죠. 딱히 학교 설계를 해본 적도 없고, 그 당시 제 연차에 프로젝트를 맡아서 하는 것도 드문 일이라 운이 좋았다고 할 수밖에요. 뭘 믿고 맡겨 주셨는지 감사할 따름이었죠. 막내온탑 자세로 배우면서 설계를 시작했어요. 개인적으로는 잘 몰라서 이것저것 해 볼 수 있었던 아주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해요. 그 당시 학교 설계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교과교실제 환경 구축을 위한 기본계획은 청주대 정진주 교수님께서 수행해 주셨고, 교과 교실제 자문은 한국 교육 개발원 교과교실제 연구 지원센터에서 그 외 세부 공간에 대한 콘셉트와 계획, 실시설계는 간삼건축 설계팀에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2. 평소 공간을 설계할 때 어떠한 곳에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영감이라고 물으니 조금 부끄럽기도 하지만.... 크게 보면 저 개인적으로는 여행을 다니면서 다양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그들이  모여있는 도시 그리고 도시를 이루는 건축물을 보는 것에서 얻는 것 같아요. 하지만 구체적인 통찰은 사실  드라마나 영화 (요즘은 유투브 영상에서도) 독서를 통해 내가 살아보지 않은 삶을 사는 사람들을 이해하면서 얻을 때가 많지요. 새롬고 설계할 때 보았던 영상 중에 교과교실제에 대해 인터뷰하는 영상은 지금도 잊히지 않아요. (아직 새롬고는 교과교실제로 수업을 하고 있지 않지만 설계 당시에 가장 중요한 요구 조건 중에 하나가 교과교실제에 최적화된 공간을 만드는 것이었답니다.) 영상 속 학생은 교과교실제로 바뀌면서 쉬는 시간 10분 동안 사물함에 가서 교과서를 바꾸고, 화장실을 가고, 매점을 가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려주었죠. 그 학교는 아마 맨 구석 남는 교실에 홈베이스를 만들었던 것 같아요. 이쪽에서 저쪽 끝 교실을 찾아가는 힘든 여정을 과장되게 하소연한 부분도 있었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길을 잃지 않고 달려갈 수 있게 전체 교실이 잘 보이는 구조로 만들어야겠다. 홈베이스는 학교의 중심에 개방적으로 만들어야겠다. 순환형 동선으로 효율적인 집약 배치를 해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죠.



3. 설계를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실제로 설계가 의뢰된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들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떻게 공간을 소비하고 이용하는지 관찰하는 편입니다. 좋은 점은 따르면 되지만, 공간 구조나 동선이 불편하다거나 무엇인가 잘 안 쓰이는 불합리한 공간이 보이면 그 부분을 개선하려고 많은 생각을 하는 편입니다. 무엇인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면 나름의 진단을 하고 처방을 내리는 편이에요. 저와 같은 직업인인 건축인은 대가가 아니기 때문에 사실 실제적인 쓰임에 대해 소심하게 많이 고민하는 편입니다. 살아갈 사람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4. 새롬고등학교 설계할 때  특별히 신경 쓴 장소가 있으신가요?

5. 그렇게 디자인한 이유는?


공간 하나하나 같이 설계했던 김혜지 팀장님과 고민을 참 많이 했어요, 2차원 평면뿐만 아니라 3차원 입체로 그려보면서 실제 공간감과 쓰임에 대해 구체적으로 상상하면서 말이죠.


출처 : https://blog.naver.com/sje_go_kr/221403126576


최애 공간 : 아뜨리움과 원형계단

8자 동선과 집약 배치로 생긴 두 개의 중심 공간 중 한 곳을 실내 활동을 할 수 있는 아뜨리움으로 만들었습니다. 대부분의 학교는 건물과 건물 사이 툭 터진 외부공간이 있는데 실제로 잘 쓰이지 않는 공간으로 보였습니다. 차라리 건물로 위요된 실내로 만들면 쓰임이 좋겠다 싶었고, 그 공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기능적이고 예쁜 수직 동선을 고민하다 원형계단을 그리게 되었지요. 밝고 환한 공간으로 아늑한 느낌도  내고 싶어 박공 모양의 천창을 그렸습니다. 비주얼 담당으로 신경을 가장 많이 쓴 공간이지요. 정적인 공간의 이미지가 컸는데 아뜨리움에서 찍은 플래시몹과 종이비행기 날리는 영상을 보고 감동을 받았습니다.



교실 풍경의 변화를 위한 시도 :  문 앞 알코브 공간, 세로 창

공립학교는 교실 크기와 비례가 비슷해요. 정해진 크기와 창문의 모양 칠판 방향 앞문 뒷문 위치 등 사람만 바뀌었지 20년 전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나 지금이나 비슷하더라고요. 모듈화란 생산적인 개념으로 획일화된 공간을 만든 곳 중 하나가 교실이 아닐까 싶지요. 청주대 정진주 교수님께서 더 세심하게 새로운 교실 레이아웃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하셨어요. 교수님이 생각하신 다른 학교와 다른 시도들을 교육청과 협의하면서 지켜나가는 부분도 사실 쉽지는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혼자 뿌듯해하는 공간이지요. 교실 내부 문 사이 창문 아래 쑥 들어간 부분은 수업시간에 쓰이는 집기들을 놓는 곳이에요. 복도에서 보면 튀어나온 부분처럼 보이지요. 상대적으로 앞문 뒷문은 복도에서 보면 살짝 물러서 보이는데 전속력으로 복도를 달리는 친구들을 살피는 공간으로 쓰이기 좋지 않나요? 문을 열자마자 상황 파악하기 좋은 공간이랄까요?



꾸안꾸 정면 없는 학교

과하지도 비싸지도 않으나 격이 있어서 오래 봐도 질리지 않고 세월이 지나도 유행타지 않은 무난한 학교의 얼굴을 그리는데 시간을 많이 들였습니다. 어떤 상황에도 주변 사람에게 늘 다정한 표정으로 대하는 사람처럼 사면의 표정들에 신경을 썼지요. 교실 내부에 빛이 깊숙이 들어오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만든 세로 창은 다른 학교와 다른 창의 비례로 살짝 이국적인 느낌도 주었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서 학교 세로 창이 좋은지 궁금하긴 하네요)



인싸들 모여라 : 강당과 음악실

실제로 공연장 뒤에는 후무대라고 하는 무대를 준비하는 공간이 있거든요. 그런 용도로 강당에서 공연 시 쓰이길 바랬어요. 흘러나오는 노랫소리 악기 소리를 들으며 체육수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이라 생각했었어요. 기본설계를 함께 하신 정진주 교수님께서 일본 학교를 답사하시고 소개해주신 공간으로 계획 때는 정말 좋은 공간이라 생각했지요. 시공상 미흡한 부분이 있었나 봐요. 소음에 관해서 음악 선생님의 고충을 듣기 전까지는 잘 몰랐습니다. 준공사진 촬영 날 들은 오카리나 소리는 너무 좋았거든요. 여하튼 새롬고 댄스 동아리가 유명하던데 강당 무대에서 멋진 퍼포먼스 기대하겠습니다.



6. 건축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무엇인가를 구축하는 사람이 ARCHITECT이죠. 그중 건물을 구축하는 사람을 건축가라고 해요. 건축가 ARCHITECT는 건물 짓는 작업에 관계된 전문직만을 지칭한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제가 했던 일의 대부분은 도면을 그리고 공사비를 맞추고 기술적인 협의를 하는 실무였지만, 새롬고 설계할 때도 사실 가장 중요했던 것은 지금 여러분이 학교를 어떻게 사용하느냐를 상상하고 그려보는 것이었으니까요.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을 구축하는 사람이 건축가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가끔 어떤 공간은 아무런 장치 없이 비워져 있기도 해요. 그래서 뭘 만드는 기술적인 지식도 중요하지만 삶의 모습을 디자인할 수 있도록 사람과 현상에 대한 관찰과 이해가 필요한 직업이지요. 혹시 건축가를 꿈꾸는 학생이 있다면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하기보단 당장 내 주변의 사람 내 주변의 현상과 사건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다정한 관찰자?가 되어 보라 말해주고 싶어요. (진로가 고민될 때일 텐데 별로 도움이 안 되는 말 같네요.) 두루두루 주변 사람들을 살피고 사랑하는 친구들이 되길 바래요.^^ 앞으로 펼쳐질 여러분의 미래를 응원하겠습니다.

 



과거 우리의 학교 설계는 재미없으며 연구하지 않고 아무나 설계할 수 있는 분야로 여겨져 왔었다. 이런 인식이 고착된 것에는 몇 가지 이유가 생각되지만, 그 중에서도 획일화된 교육방식에 따른 공간구성이 그 주된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설계사무소의 설계나 교육청의 시설 행정이 그러한 방식을 개선하고자 하는 의식이 없이 관행대로 진행되어 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학교건축의 발전에는 이런 관행적 과정을 비롯한 여러 분야의 개선이 필요하지만, 그 보다도 학교건축은 학습의 공간·성장의 공간교류의 공간이라는 인식으로의 전환과 그러한 공간의 설계는 교육과 교사아동의 자주성, 전문성, 개성, 다양성, 공공성을 키우며 아동들의 성장과 사용자들의 커뮤니티의 발전을 촉진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그 무엇보다도 절실하였다.

출처 : 미래교육환경학회 / 미래교육환경 창출을 위한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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