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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지언니 Aug 15. 2019

유토피아의 추억

임대아파트 현타 올 때 안구정화가 필요해


사진은 Laurent Kronental의 작품으로 파리 근교의 *임대아파트 단지에 사는 노인들의 삶을 기록했다. 적어도 30-40년의 세월을 견뎌 냈을 사진 속 임대아파트는 젊은 시절 꿈을 안고 파리 근교로 이주한 노동자, 이민자들과 함께 나이 들어가고 있다. 그들은 어쩌면 사회적 약자이고 부유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지만 살아온 환경만큼은 평화롭고 아름다워 보인다. 그들과 반평생을 함께한 임대아파트는 중에는 유명 건축가가 설계한 곳도 있다. 가치를 인정받아 보존해야 할 문화유산이 된 곳도 있고, 시대의 요구에 따라 철거의 위기에 놓인 곳도 있다.


프랑스의 젊은 사진작가는 젊음에만 초점이 맞춰진 시대에 번번이 소외되는 도시 가장자리의 노년층을 조명하고 싶었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임대아파트에 대한 저평가된 프레임이 있기 때문에 나이 듦의 쇠퇴함과 쓸쓸함을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사진속 주인공들은 오히려 멋들어진 다른 삶 다른 무엇인가를 보게 만든다. 사는 집이 어떠하던 한 곳에서 멋지게 늙어가는 것, 그리고 모두 함께 나이 든다는 사실이 무척 부럽게 느껴진다. 사람의 수명보다 집의 수명이 길다는 것이 부럽다.


집의 미래의 거주자는 설계에 전혀 참여하지 못하는 현실은 시대가 달라도 같았을 것이다. 그 시절엔 어떠한 통찰과 지혜로 미래 거주자를 위한 디자인을 했을까? 며칠 전에 강남 재건축 단지 기사를 봤다. 23개의 동 중에 임대동 2개 동만 땅딸막하게 다른 색 다른 어휘 다른 외장재로 지어 놓았다. (어쩌면 나도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소셜믹스를 외쳐도 차별에 가까운 구별 가운데 사연이야 많겠지만 앞으로의 디자인은 함께 나이 들어가는 평등한 삶의 배경이 되면 좋겠다.


*비교하기 편하게 임대아파트라고 썼지만, 사회주택으로 프랑스 공공임대주택이다.



Le Pavé Neuf, Noisy-le-Grand, Seine-Saint-Denis

건축가 Manuel Núñez Yanowsky (1981~1985)


Le Pavé Neuf, Noisy-le-Grand, Seine-Saint-Denis (2015) © Laurent Kronental




Les Espaces d’Abraxas, Noisy-le-Grand

건축가 Ricardo Bofill (1978~1983)


Les Espaces d’Abraxas, Noisy-le-Grand (2015) © Laurent Kronental



Joseph, 88 ans, Les Espaces d’Abraxas, Noisy-le-Grand (2015) © Laurent Kronental


"제가 미래의 기억 중에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가 조셉의 사진이에요 그가 사는 노이지 그랑은 극장을 연상시키는 특유의 곡선을 가진 아파트고, 그는 관객처럼 발코니에 서 있죠. 그리고 위풍당당하게 서서 세상을 응시해요. 유토피아의 추억을 갖고, 느리게 나이 먹은 세계를 말이죠"

 Laurent Kronental



Joseph, 88 ans, Les Espaces d’Abraxas, Noisy-le-Grand (2015) © Laurent Kronental




Les Arcades du Lac, Montigny-le-Bretonneux

건축가 Ricardo Bofill (1978~1982)


Roland, 85 ans, Les Arcades du Lac, Montigny-le-Bretonneux (2015) © Laurent Kronental



Jacques, 82 ans, Le Viaduc et les Arcades du Lac, Montigny-le-Bretonneux (2015) © Laurent Kronental




Les Tours Aillaud, Cité Pablo Picasso, Nanterre

건축가 Émile Aillaud (1973~1981)


Les Tours Aillaud, Cité Pablo Picasso, Nanterre (2015) © Laurent Kronental



Les Tours Aillaud, Cité Pablo Picasso, Nanterre (2015) © Laurent Kronental.




Les Damiers, Courbevoie


건축가 Jacques Binoux, Michel Folliasson, Abro et Henri Kandjian (1976)


José, 89 ans, Les Damiers, Courbevoie (2015) © Laurent Kronental



Paulette, 83 ans, Les Damiers, Courbevoie (2015) © Laurent Kronental



Alain, 80 ans, Les Damiers, Courbevoie (2015) © Laurent Kronental







몇몇 예외를 제외하고는 일반(비전문적) 미디어들은 건축을 주제로 다루는 경우가 극히 적다. 그런 경우에라도 건축을 현대 예술의 한 분야로 취급할 뿐이며, 비대해진 자아가 두드러지는 몇몇 스타 건축가들의 모습을 보여 주는 데 그친다. 그리고 그들의 작품은 무엇보다 세상의 강한 자들을 위한 것이기 십상이다. 화려한 저택들, 대기업의 본사들, 럭셔리한 매장들과 일류 호텔들. 저명한 건축가들이 공공 주문을 받아 보통의 시민들을 위한 건축을 할 경우에도 자신들의 건축물이 자리하게 될 배경과 그 속에서 살게 될 사람들에게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


집의 미래 거주자는 건축에 전혀 참여하지 못할뿐더러, 누군가가 그에게 의견을 구하는 일도 없다. "누군가가 그에게 자녀를 몇이나 두기 원하는지, 그의 어머니나 누이, 동생이 그와 가까이 살기를 바라는지 물어본 적이 있던가? 그가 대대로 물려받아 애착을 느끼는 가구들(그것들의 크기와는 상관없이)이 있는지, 혹은 그가 현기증을 자주 느끼는지 등을 궁금해한 적이 있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 집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웃고 울고 두려워하고 사랑하고 아이들을 키우고 기념일들을 축하하고 친구들과의 모임을 가질 것인가? 시장이 건축허가를 내주고, 부동산 개발업자가 출자하고, 건축가가 설계하고, 기술자, 장인, 노동자가 함께 짓게 될 그 집에서. 어떤 순간에라도 그의 의견을 구하지 않은 채."

 



참고 :  지금 살고 싶은 집에서 살고 있나요? / 모나 슐레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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