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리지언니 May 23. 2024

기억속으로 사라진 테노하 스토어

FORESTGATE DAIKANYAMA


5년 시한부 삶이었던 테노하 다이칸야마


그 시절 감도 높았던 생활용품이 가득했던 라이프스타일 편집샵 테노하! 탕진잼에 불을 지르는 아기자기한 생활소품부터 작가들의 작품까지 정말 정신이 온통 팔렸 곳이에요. 입구부터 빨려 들어가게 꾸며진 정원은 다른 어떤 도쿄 매장에서 볼 수 없던 초록의 여유로움까지 더해 다이칸야마를 더 다이칸야마스럽게 기억하게 했던 곳이죠.


 이런 스토어가 왜? 작가들이 론칭한 가격대 있는 다양한 브랜드의 생활 용품을 판매하던 보기 드문 편집샵이 ? 망했을까? 왜 사라졌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호기심이 드디어 답을 찾게 했습니다. 이곳은 도큐부동산에서 2020년 개발 전  5년이란 기간 동안 운영하기로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실험적으로 운영했던 스토어였단 사실요.



ⓒ파리지언니 2018년 6월 5일 | 디자인전략팀 단체 여행



TENOHA 너의 이름은


테노하란 이름은 손바닥과 잎을 결합해 만든 신조어라고 해요. 건축공간 같은 시설을 큰 나무로 간주하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잎으로 견주어 물건을 창조하는 손과 손이 겹치는 잎처럼 퍼져서 새로운 시대를 향해 사람이나 물건, 서비스가 자라 가는 장소라는 이미지를 투사하여 지은 이름이라고 하죠. 사람들이 교류하거나 새로운 물건을 만드는 공간으로 영감을 제공하는 거점을 만들고, 사람과 함께 시설도 성장해 가는 것으로 설정하여 새로운 일과 생활 방식을 창조하는 시설의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해요.


사라진 테노하는 그동안 테노하란 브랜드의 스토리에 맞게 라이프스타일 실험을 훌륭하게 마치고 사라진 것이었어요. 2020년을 향한 도큐부동산 신규사업을 위해 그 사이 유휴 공간과 시간을 메꿔주던 사업이었던 셈이에요. 그리고 시부야&다이칸야마의 새로운 비즈니스와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한다는 도큐부동산의 목표를 위해 기존의 시설을 복합시설로 리뉴얼하여 5년 동안 운영한 것을 저만 몰랐던 것일 뿐이었죠.


상업존에서는 일본 최초로 출점되는 이탈리안 바와 카페 본격 캐주얼 이탈리안 라이프 스타일 숍 테노하&스타일 스토어는 번창하여 결국 역수출 된 것처럼 본국 밀라노에도 테노하를 입성하게 했고, 이제 일본에서는 인구소멸과 맞물려 지방에서 라이프스타일 실험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하네요. 다이칸야마를 제외하고 일본에 세 곳의 테노하가 더 있어요. 테노하 노시로와 테노하 오가는 23년 4월에 테노하 히가지 마츠야마는 2022년 12월에 오픈을 했다고 하네요. 다른 테노하는 라이프스타일 스토어나 카페 레스토랑 중심은  아니고 지방의 폐교나 유휴 공간을 활용한 공간으로 코워킹 스페이스 위주로 계획된 듯 보여요.




 와서일까... 예전 같지 않은 다이칸야마 상권


다이칸야마는 은퇴 후 반려견과 함께 살고 싶은 동네로 도쿄에서 가장 고즈넉하고 서정적인 동네 중 한 곳이라고 해요. 상업시설 운영관점에서는 유동인구수의 기복이 심한 곳이라고 하죠. 제가 방문한 날은 비 내리는 주중 아침이었고 정말 거리에 사람이 없었어요. 보슬비 내리는 스산한 분위기 때문일까... 화창한 주말의 유동인구를 못 봐서일까... 상권이 죽었나... 의심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상권 관점에서 다이칸야마는 위치적으로 시부야라는 도쿄의 중심이 되는 대상권과 한 정거장 정도의 거리에 있고, 나름 트렌디한 나카메쿠로와도 가깝고, 애비스 상권과도 인접해서 브랜드 을 다이칸야마에 하나 더 두기는 애미한 포지션이라고 해요. 이런 애매함 때문에 경기에 따라 브랜드 샵이 밀려오기도 하고 또 동시에 줄줄이 폐업을 하는 역동적이고 유니크한 상권으로 보기도 한다죠.



ⓒ도큐부동산




테노하 스토어가 사라져도 계속되는 도큐부동산의 실험


도큐부동산에서는 시부야역을 중심으로 하는 반경 2.5킬로미터의 지역을 그레이터 시부야 (광역시부야권)으로 설정하고 전략적으로 이곳을 도시개발의 중점거점으로 삼고 있어요. 다이칸야마는 시부야를 비롯해 비스, 나카메구로와도 도보로 연결되는 권역으로 설정하여 광역 시부야의 맥락을 이어가며 연결하고 있고요. 더 업그레이드된 그레이터 시부야 2.0에서는 살고 일하고 노는 (LIFE,WORK,PLAY) 생활의 3요소의 융합을 기반으로 디지털과 서스테이너블을 추가하여 시부야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시부야형 도시 생활의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하네요.


사라진 테노하도 이런 큰 맥락 속에서 기획되었어요. 원래부터 다이칸야마 특유의 저층 건물의 사이즈와 분위기를 품고, 예전부터 주민들에게 휴식의 장소를 제공하던 곳으로, 건물은 그대로 외관을 보존하고 풍부한 그린으로 정원을 계획하고 내부은 세련된 공간으로 기획했다고 해요. 그리고 5년의 한정시설로 자리매김해 샵, 카페, 레스토랑, 코워킹스페이스 등  비즈니스와 라이프 스타일의 양면에 있어서 새로운 생활방법의 새로운 모델을 발견 구축할 수 있는 장소로 다양하게 실험적 서비스를 진행했던 곳이 되었고요. (이렇게 인큐베이팅했던 사실을 진작에 알았다면 본격 개발 전 유휴지 활용법 사례로 좀 써볼 걸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네요. 항상 라이프스타일 샵 사례로만 언급했거든요.)




쿠마겐고가 쌓아 올린 나무 상자


2023년 10월! 이제 이곳은 성수동에 지사까지 낼만큼 한국의 오피스 설계에 열을 올리고 있는 쿠마겐고가 설계한 새로운 집이 공개되었어요. 나무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건축가가 나무상자를 쌓아 올린 듯한 형태로 만든 조형이 돋보이는 이라고 하죠. 작은 상자에 담긴 그린이 입체적인 숲을 만들고 이런 초록의 기운이 다이칸야마의 거리로 퍼지는 느낌으로 디자인한 듯 보여요. 실제 외장재는 나무패턴이 입혀진 알루미늄 외장재여서 실망했지만... 그 이유가 쿠마켄고 홈페이지에서 이 작품이 아직 검색되지 않는 것과 아무 상관이 없길 바랄 뿐이에요.





집은 메인동과 테노하동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사실 테노하라는 이름은 아직 남아 있더라고요.) 메인동은  임대주택, 공유오피스, 상업시설로 구성되어 살고 일하고 노는 (LIFE,WORK,PLAY) 행위를 새롭게 해석하여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의 시설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해요. 그레이터 시부야의 개념과 같죠. 나무를 닮은 나뭇잎처럼 도시와 건축의 개념은 언제나 닮아 있어요. 테노하동은 카페와 이벤트 동으로 구성되어 환경을 생각하는 지속가능한 활동 거점으로 다양한 경험을 공유하는 곳이라고 해요.


메인동의 세부시설은 57호의 임대주택과 지하 1층~2층 상업공간 3층 공유오피스로 구성되었어요. 공유오피스는 도큐부동산이 도내를 중심으로 전개하는 회원제 오피스로 브랜드는 비즈니스 에어포트 다이칸야마예요. 상업시설은 내추럴하고 심플한 디자인으로 고저차가 있는 대로와 연접해 있고요. 비즈니스 존과 상업존을 일관된 콘셉트로 융합시켜 새로운 생활방법을 제안한다고 해요. 비즈니스 존은 공유 오피스나 크리에이터가 자유롭게 인테리어를 할 수 있는 구조로 인큐베이션 기능을 갖추었다고 하고요. 사람들의 교류의 장소와 새로운 생활방법의 발견의 장소로 향후 여러 가지 워크숍이나 이벤트를 전개해 나갈 예정이라고 해요.


MAIN동

주소:도쿄도 시부야구 다이칸야마초 20번 23호
부지 면적:약 4,084㎡
연면적:약 21,096㎡
구조 규모:철근 콘크리트조 일부 철골조 지상 10층, 지하 2층
용도 :임대 주택, 점포, 사무소, 주차장
기본 설계 : 쿠마켄고 건축 도시 설계 사무소
실시 설계 : 주식회사 다케나카 공무점·주식회사 도큐 설계 컨설턴트 공동 기업체
시공자 : 주식회사 다케나카 공무점
랜드스케이프 : 주식회사 DAISHIZEN
디자인 매니지먼트 : 주식회사 닛켄 설계, 마이오 건축 연구소


TENOHA동 (TENOHA 다이칸야마)

주소 : 도쿄도 시부야구 다이칸야마초 20번 12호
부지 면적 : 약 422㎡
연면적 : 약 198㎡
구조 규모 : 목조 2
용도 : 점포, 집회소
기획 : RGB Inc.
설계 : 일급 건축사 사무소 SUEP.
시공자 : 주식회사 아오키 공무점


무상한 숲 아래 새로운 만남,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건물사이 중정과 내부길이 화각에 잘 안 잡히니까... 서울의 사운즈 한남이 생각났어요.(사실 개발 프로그램도 비슷해요.) 이 집은 서울의 시그니엘 월세보다 2.5배나 비싸다는데... 담치고 살지 않는 것과 블루보틀 커피집과 빵집, 꽃집, 밥집... 중앙의 아담한 마당을 중심으로 소담하게 자리 잡은 분위기가 좋았어요. 대로변과 지하철역을 연결해 주는 통로길을 과감하게 두어 누구든 가로질러 가면서 감도 높은 샵과 푸릇한 오솔길을 느낄 수 있게 배려하고 있는 점도 훌륭했고요.



@파리지언니 2023년 4월 30일




사실 이름이 남아 있는 테노하동, 그 테노하가 아닐지라도


테노하동은 카페와 이벤트 스페이스로 구성되어  지구와 기후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이나 단체의 활동이 이어지는 곳으로 예전 스토어의 흔적은 사라지고 약간은 노잼의 공간이 된 것 같았어요. 환경을 생각하는 이 활동은 도큐부동산의 장기 비전 WE ARE GREEN을 구현하는 것이라고 해요.






쿠마켄고는 메인동을 목구조가 아닌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설계하고 유지관리가 편한 나무문양의 알루미늄 외장재를 허락했지만 테노하동은 딱 봐도 다른 건축가가 디자인한 듯이 보였어요. 찾아보니  SUEP가 설계했고, 벌집 모양의 목구조 건물로 지었다고 해요. 설계를 맡은 SUEP를 잠깐 소개하면 도쿄와 후쿠오카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건축가라고 해요. 자연과 건축이 공생하는 새로운 시대의 환경건축을 세 가지의 순환으로 설명하고 있어요


첫 번째

숲과 도시의 순환  

삼림업자와 제휴하여 솎아베기식으로 간벌한 목재를 사용해 도시 한가운데 건물을 만드는 것


두 번째

건축자재 순환

해체 가능한 공법으로 건물을 설계하고 건물 해체 후에도 이전하여 재건축이 가능한 구조 시스템 사용


세 번째

에너지 순환

텃밭에 우수를 재활용하고, 벌집과 분자구조를 형상화한 육각형 조합으로 테노하동을 설계하여 이것 또한 건축이 자연과 사회와 연결되면서 공생한다는 메시지를 표출 


이런 심오한 철학을 모르고 건물을 지나치다 보면... 임시건물로 오해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예요.



ⓒ파리지언니 2023년 4월 30일




그리고 무엇보다 이 집의 중요 포인트는 도큐부동산의 환경에 대한 철학이 담긴 집이라는 것


도큐부동산은 2021년에 장기비전 GROUP VISION2030을 발표했어요. 다양한 그린의 힘으로 2030년에 이루고 싶은 비전을 실현해 나가는 자세를 담고 있는 WE ARE GREEN을 슬로건으로 환경경영과 DX에 중점을 두고 있고요. 그 일환으로 2022년 말에는 사업소 및 보유시설의 100% 재생 가능 에너지로의 전환을 완료했다고 해요. 포레스트게이트 다이칸야마도 배출되는  음식쓰레기나 유기물을 퇴비나 열원으로 재사용한다고 해요.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적극 권장하고 입주민도 이런 도큐사의 철학에 공감하는 분들로 선별을 했다고 하네요.  


공식적으로 보이는 도큐 부동산은 전국의 사업지에서 각 지역의 과제 해결이나 활성화를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지역과의 공생을 고민하는 디벨로퍼라는 인상을 주고 있어요. 그리고 그 활동의 무대를 테노하라고 명명하고 우리의 삶에 파고들고 있고요. 아주 전략적인 디벨로퍼 회사인 듯 보여요.











ⓒ파리지언니 2024년 4월 30일


재개발 검토를 진행하는 5년 동안 기간이 한정의 복합 시설로 운영을 이미 예고했으니... 머리로는 사라진 테노하 스토어에 섭섭해할 이유가 없었네요... 언제든 그 실험은 복제되어 어디에서든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을 새롭게 검증할 테니까요.



이전 02화 테마파크 안에 있는 듯한 모던 빌리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