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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지언니 Jul 02. 2024

도큐를 닮은 시부야

GREATER SIBUYA


나뭇잎을 닮은 나무


활엽수 나무는 평평하고 넓은 잎이 달리는 나무라고 해요. 나무를 이루는 나뭇잎은 동글동글한 게 나무의 전체적인 형태와 닮아 있죠. 침엽수 나무는 키가 끄고 뾰족하게 생겼는데, 이 나무를 이루는 침엽수 잎도 가늘고 뾰족해요. 이 이야기를 왜 하냐면요. 저는 건축과 도시가 어쩌면 이런 관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나뭇잎을 닮은 나무! 표현은 도시를 생각하며 건축에 붙여준 정체성이에요. 그레이터 시부야에도 이 이야기가 적용돼요. 그레이터 시부야를 다뤄봐야지 하고 생각했던 이유도 눈에 띄는 대부분의 건물을 도큐부동산에서 개발했고 모양과 규모는 다르지만 개발 방향의 기저를 파보면 뿌리에서 나온 생각이 보이기 때문이에요. 이렇게 시부야에는 시부야스러운 건물들이 모여 시부야의 전체적인 도시 분위기를 만들고 있어요.




그레이터 시부야 도큐부동산은 시부야역 반경 2.5킬로미터 지역을 그레이터 시부야(광역 시부야)권으로 설정 ⓒ도큐부동산



도큐 키즈는 일본에서도 도큐 철도를 생활기반으로 하는 사람들이 새로운 유행과 그들만의 문화를 발전시키며 이를 강남 키즈와 같이 도키즈라고 부른다고 해요. 그 중심이 바로 시부야이고요. 시부야는 지금도 MZ들의 쇼핑과 유행의 중심지예요. 시부야는 전철을 타고 가면 환승하다 당황할만한 곳이에요. 시부야 전철은 대형 사철들마다 다른 지하철 노선과는 직접환승이 불가능한데. 이 구조를 이해 못 하고 한국식으로 지하철 노선표를 해석했다가는 낭패를 당하기 딱 좋은 곳이에요. 일본의 부동산 회사들은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한 경우가 많다고 첫 이야기에서 살짝 언급을 했는데요. 사철이 발달한 일본은 민간 철도 회사들이 역세권 주변에 많은 땅을 가지고 있어 해당 지역을 기반으로 대형 부동산 회사로 성장하는 경우도 특이한 점이고요. 1922년 철도 회사로 시작한 도큐 그룹의 계열사인 ‘도큐 부동산’이 대표적이에요. 당장 도큐 전철의 터미널역이 시부야역이며 시부야역 근방은 전통적으로 도큐의 홈그라운드라고 볼 수 있어요.


도큐부동산은 이곳을 도시개발의 중점거점으로 삼고 있어요. 20층 이상 고층 오피스의 반 이상을 도큐그룹이 소유하고 있듯  이 구역의 터줏대감이죠. 지난 포레스트게이트 다이칸야마처럼 저층형 복합시설도 있지만 더 업그레이드된 그레이터 시부야 2.0에서는 살고 일하고 노는 (LIFE, WORK, PLAY) 생활의 3요소의 융합을 기반으로 디지털과 서스테이너블을 추가하여 시부야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시부야형 도시 생활의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하네요.



그레이터 시부야 VS 시부야 다이칸야마..크게 작게 동네마다 복제되는 도큐 DNA  ⓒ도큐부동산



혼돈의 교통인프라를 정리하며 설정한 어반 코어라는 개념도 걸어서 속속들이 느껴보기에는 생각만 해도 스케일적으로 버거웠어요. 작은 복합시설을 돌아보고 짧은 여유들을 누리며 스케일에 상관없이 일관되게 녹아든 생각들에 집중하려 했던 것 같아요. 아래 세 곳 중에 오픈한 두 곳 포레스트게이트 다이칸야마와 하라카도 도큐플라자는 이미 다뤘고 다음에는 요요기 공원을 꼭 가볼 생각이에요.



ⓒ도큐부동산



성인 기준으로 15분이면 걸어서 1km를, 자전거로는 2.5km를 갈 수 있다고 해요. 그레이터 시부야의 반경 2.5킬로미터를 파리시의 십 분 도시에 비교하는 게 억측이지만,  파리지앵은 걸어서 누리는 생활 인프라를 도큐 키즈는 자전거 정도 타줘야 하는 정도의 스케일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하지만 사실 건물 하나하나 놀고 일하고 사는 개념이 다 적용된 것이라 비교는 의미가 없어 보여요. 시부야 1.0에서는 엔터테인먼트 위주의 동네를 시부야 2.0에서는 더 복합도시의 개념으로 확장시키며 시부야 스타일의 도시생활을 재정의 하고 있어요. 도큐는 어쩌면 후발주자의 심정으로 모리사의 공격적이고 건강한 도시해석과 철학에 기반한 개발방식에 종종 위협을 느꼈을 것 같아요.



ⓒ도큐부동산



애초에 이곳을 다 들러본다는 생각은 안 했지만, 현장에서는 아예 엄두도 나지 않았어요. 작은 건물에서 느낀 일하고 살고 노는 프로그램들이 지역마다 다른 개념으로 적절하게 변화를 주고 일관된 컨셉을 유지하는 도큐부동산의 전략은 아주 살짝 간을 에 만족해요. 이곳에서 살고 일하고 노는 사람들은 체력이 재력인 것 같단 생각이 들 정도로 압도적인 스케일과 복잡함에 질린 곳이기도 해요. 언젠가 이곳을 벤치마킹하는 프로젝트들이 있을 것도 같지만요



ⓒ도큐부동산





우리의 삶의 스케일이 디벨로퍼의 스케일과 어긋나는 현상을 보았던 곳! 그렇지만 다음에는 체력안배를 잘해서  주요 건물 내부는 보고 오려고요. 앞으로 자주 도쿄를 갈 것 같은데 유심히 시부야의 신진대사 과정을 지켜보려고요.


도시는 도시의 스케일로 공부가 필요한 것 같아요. 8번째 글인 그레이터 시부야부터 건축에서 도시로 스케일이 확장되었는데요. 이어지는 마루노우치 니혼바시 이야기까지 저에게 개인적인 숙제가 되었네요. 이 도시의 이 지역의 대사를 완전히 이해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릴 수도 있겠지만 지금 서울의 건축가에게 필요한 일인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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