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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지언니 Jul 04. 2024

도쿄역 사이드

MARUNOUCHI & NIHONBASHI


나리타 공항에서 공항버스를 타고 한참을 졸다가 눈을 떴을 때  TOKYO TORCH Terrace가 보였어요. 엄격하고 딱딱하고 거대해 보이는 오피스와는 다르게 저층부의 돌출된 테라스가 시선을 강탈하며 환영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어요.  장면이 올해 도쿄의 첫인상이 되었네요. 맞은편 도쿄에키니혼바시구치 버스정류장에서 도착했고 내리자마자 이 거대한 메가폴리스 도쿄에 왔구나 기쁨도 잠시였어요. 복잡한 도시 속 대낮의 열기와 함께 밀려드는 나른함과 피로감 막막함이 다가왔어요. 봄날의 도쿄는 서울보다 더 덥고 금방 사람을 지치게 해요. 도쿄역을 중심으로 니혼바시와 마루노우치가 있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었지만... 걸어서 구경할 스케일이 아니란 걸 느꼈을 때 계획이 틀어졌구나... 그때는 좌절감이 밀려왔던 것 같아요. 다이마루 백화점 상층부 식당가에서 첫 식사를 했어요. 내려다본 니혼바시와 마루노우치의 압도적인 스케일, 미쓰비시지쇼와 미쓰이부동산 이 두 대기업 디벨로퍼의 위력을 맛보고 바로 아키하바라 쪽에 잡은 호텔에 가서 쉬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했죠.


도쿄역 근처 뽕끗 솟은 오피스 건물의 주인은 미쓰비시지쇼 아니면 미쓰이 부동산... 그 많은 일본의 건축가 이름은 어디에.....


서울역을 지나 광화문을 가는 버스에서 창 밖 풍경을 보며 멍 때릴 때 마루노우치를 떠올리곤 해요. 그날 걷던 거리의 초록초촉한 쉼터와 벤치, 거리의 조명, 스카이라인, 카페와 레스토랑... 아직 서울은 도쿄를 따라잡으려면 멀었구나 이제야 생각이 들어요.



미쓰비시지의 마루노우치


마루노우치는 한국으로 치면  금융사, 언론사, 대기업이 모여있는 광화문과 여의도, 서울역 앞을 합쳐놓은 곳이라고 해요. 도쿄 임대료 1위 이 지역의 지배자 미쓰비시지쇼는 마루노우치 땅의 70%를 소유하고 있고요. 아래 지도의 출처인 地図から施設を探す|Marunouchi.com에 들어가 보면 각 건물마다 즐길거리들을 잘 설명하고 있어요. '마루노우치빌딩'은 또 다른 뜻을 가지고 있는데 일본에서는 콤팩트 개발로 지어진 복합건물을 부를 때 쓴다고 해요.


地図から施設を探す|Marunouchi.com




미쓰비시지쇼는 OMY의 가장 영향력 있는 회원님


미쓰비시지쇼의 지역 활약상을 살펴보다 보니 그 바탕에  공공 및 민간 파트너십을 통한 실제 도시 계획이 있었어요. “마루노우치 재생”은 1996년 3월 일본 도시계획학회 내에 설립된 검토위원회에서 제안되었다고 해요. 제안에 명시된 공공-민간 파트너십(PPP)을 활용하기 위해 도쿄도, 치요다구, 동일본여객철도주식회사, 협의회는 1996년 9월에 공공과 민간이 지구의 미래를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는 플랫폼인 “오테마치-마루노우치-유라쿠초 지역 개발 자문위원회”를 설립하고 지금까지 이 지역의 공공민간 파트너십을 지원하고 있어요.



https://www.tokyo-omy-council.jp/en/area/redevelopment-map/


실제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자세한 개발 정보와 건물 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요. 다른 디벨로퍼들의 지역과는 좀 차이가 있어 보였고 대부분의 소유가 미쓰비시지쇼이기 때문에 이 지역의 터줏대감으로 불리는 것 같아요. 렌조피아노의 그랑루프도 있던데 건축가 소개는 빠져있네요. 현재 36개가 준공되었고 6개의 계획안이 진행 중이에요. OMY는 오테마치-마루노우치-유라쿠초의 약자고요. 도쿄역과 황궁사이 이 지역을 도려내듯 제외하고 살짝 북쪽으로 올라가면 미쓰이 부동산의 니혼바시의 세상이 펼쳐져요.



미쓰이 부동산의 니혼바시


니혼바시는 도쿄가 사실상의 수도 기능을 하기 시작한 에도시대부터 도쿄의 대표적인 중심 상업지역이었다고 해요. 1980년대 이후 거품경제의 붕괴 이후 노포들이 많았던 니혼바시는 더 올드한 지역의 이미지를 갖게 되어 한 물 간 곳이 되었고요. 과거의 니혼바시를 다시 살리기 위해 나선 주체는 이 땅을 기반으로 창업하고 성장하여 일본 최대 대기업 계열 디벨로퍼가 된 미쓰이부동산이에요. 미쓰이 부동산은 니혼바시다움이라는 전통성에 주목했고 에도시대의 중심지였던 동네를 살리기 위해 이 지역에 남아있는 전통적 자산을 깊이 살피고 재창조하며 미래를 향한 새로운 가치를 제안하며 이 지역을 변화시켰어요.


도쿄역 좌측으로 마루노우치 우측 상단으로 니혼바시가 위치  좌 : 니혼바시와 도쿄역을 연결하는 보도 네트워크 / 우 : 워터프런트와 도심을 연결하는 수로 교통망 ⓒ미쓰이부동산



니혼바시 곳곳에 COREDO


COREDO라는 이름은 CORE중심과 EDO에도를 조합하여 지은 것이라고 해요. 미쓰이 부동산은 지도에 보이듯이 코레도라는 네이밍을 재개발 상업시설에 일관되게 사용하여 지역 전체를 일체감 있게 리브랜딩 했다는 평가도 얻고 있어요. 광화문 프라임 오피스 디타워의 1층부터 5층까지의 계단식 상업시설의 이름을 따로 네이밍을 했지만 잘 생각나지 않는 것과는 차이가 있네요. 여러 번 뚝심 있게 반복해야 오피스 저층부 상업시설 브랜드도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미쓰이 부동산이 니혼바시 개발 빨간색 개발완료 노란색 향후 개발예정 ⓒ미쓰이부동산

 


남겨두면서 살려 가면서 창조해 간다


남겨두는 것은 역사적인 건축물 (일본은행 본점, 니혼바시 석조다리, 미쓰코시 백화점 본점, 미쓰이 본관, 니혼바시 다카시마야 백화점)이고 살려가는 것은 노포를 포함한 니혼바시 골목문화이고, 창조해 가는 것이제까지 니혼바시 지역에 없었던 최신 설비의 오피스를 지은 후 기존 산업기반을 활용해 새로운 기업들을 유치하는 것이라고 해요. 건축가의 관점에서 각 오피스 건물마다 설계된 시기에 따라 어떤 스펙을 갖게 되고 어떤 기술적인 진보가 있었는지 궁금하지만 그건 내년의 숙제인 것 같아요. 참고로 아래 지도와 같이 생명공학 라이프 사이언스가 모여있는데 이는 역사적으로 니혼바시가 약종 도매상이 모이는 곳이었고 지금도 많은 제약 기업이 본사를 짓고 있고 기업은 물론 대학이나 연구기관이 모여 생명과학 기지가 되었다고 해요.


ⓒ미쓰이부동산






도쿄는 건물도 도시도 서울의 스케일을 약간 튀겨 놓은 듯한 크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지역의 범위도 넓고 건물도 더 높고 이상하게 뚱뚱하게 느껴지고 구성 자체에서도 독특한 문법이 보여요. 가로를 강조하여 저층부 매스인 포디움에 변형을 주어 독특한 어반레이어 켜를 만드는 방법도 평범한 듯하나 도시적 맥락을 일관되게 품고 있고요. 세련되기도 하고 투박하기도한 알 수 없는 비례를 가진 입면과 매스를 보면 도시계획과 건축의 속도 차이를 느끼기도 해요.


올해는 높은 곳 식당가에서 여유롭게 박희윤 작가님의 도쿄를 바꾼 빌딩들을 읽으며 이곳을 알아가고 상상했어요. 내년에 갈 일이 있다면 몇 가지 기준에 부합하는 오피스 몇 군데를 실제로 천천히 답사해 볼 예정이에요. 그 기준은 여러 오피스 프로젝트를 거치며 드는 의문들로 천천히 정리해 볼까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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