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시는 ‘입체공원’이 서울 곳곳에 들어선다고 언론을 통해 발표했어요. 민간 부지 개발 시 평면적인 형태로만 조성했던 공원을 문화·사업 시설 등 다른 기반 시설이나 민간 건물 상부에도 만들 수 있게 허용한다는내용을 골자로 도쿄 시부야의 랜드마크로 떠오른 ‘미야시타 파크’를 벤치마킹했다고 덧붙였어요. 도대체 어떤 곳이기에 서울시가 대놓고 벤치마킹했을까요.
2020 도쿄 올림픽 시점과 맞물려궁금했던 코로나 시대 입체공원 도시개발사례예요. 2020년에 3월에 완성되어 8월 즈음에 상업시설을 오픈하고 지금까지 꽤 시간이 흐른 곳이지만 저에게는 이번 여행에 아자부다이 힐즈 다음으로 가장 궁금했던 곳이었어요.
ⓒ니켄세케이 홈페이지
첫 번 째 방문은 밤에 두 번째 방문은 낮에 했는데, 평일이었지만 낮과 밤의 분위기와사람들이 만드는 풍경이 달랐어요. 밤에는 시부야에서 오갈 데 없는 주머니 가벼운 친구들이 어슬렁 거리며 빼곡히 옥상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뒷골목 요코초에서 먹고 마시는 사람들의 달아 오른 분위기가 인상적이었어요. 낮에는 드문 드문 보이는 가족과 여행객의 모습, 공원의 액티비티를 제대로 이용하고 있는 마니아들이 있었고요. 확실히 낮과 밤의 사용자와 이용행태는 극명하게 차이가보였어요.
공원과 상업시설을 어떻게 즐기고 경험하나 사용자 관점과기획자 관점에서 바라본 공원은 그 간극이 컸던 것 같아요. 이렇게 기획되었는데 이 정도로 사용이 되는구나 싶을 때도 있고, 이론적으로는 완벽해 보이나 우리의 이용행태는 이론과는 무관하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찾아보고 공부하기 전까지 아쉬웠다고 생각되는 부분에 대해 내 생각이 짧았구나 싶기도 해요. 디자인 의도와 사용자 행태가 자주 어긋남을 보는 것도 도시 여행을 하며 당황스럽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한 부분임에는 분명하니까요.
미야시타 파크는 짧게 보고 왔지만 어느 곳 보다 오래 찾아보고 공부하며 오해한 부분을 이해하는 스토리로 이어질 것 같아요. 이용자의 헛헛함은 어쩌면 저의 무지였는지도 모르죠^^ 하지만 좋은 상품 디자인은 설명서를 보지 않아도 누구든 자연스럽게 작동시킬 수 있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해요.
밤시간의 콘텐츠와 활용을 위한 아이디어와 궂은 날씨로부터 보호되는 공간이 좀 더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고.... 뿌리내리지 못한 식재 때문에 아직은 완성도가...ⓒ파리지언니
시부야, 도큐와 미쓰이
시부야는 도쿄 젊은 층의 쇼핑과 놀이의 중심, 엔터테인먼트 적인 요소가 가득한 매력적인 동네라고 해요. 유행의 중심지로 발전하는 시부야 그 중심에는 도큐부동산이 있었어요. (다음에 시부야 그레이터에 대해 이야기할 예정이지만 시부야는 도큐부동산이 개발한 건물들이 군집한 도심이라 할 수 있어요.) 도큐는 도큐키즈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도큐 철도를 생활기반으로 하는 사람들이 새로운 유행과 그들만의 문화를 발전시켰기며 시부야를 키워갔어요. 이렇게 도큐의 구역인 시부야에 이례적으로 미쓰이가 완성한 미야시타 공원이 생긴 셈이에요. 미드타운을 개발한 미쓰이는 도큐색이 짙은 시부야에 공모사업권을 획득하며 출사표를 던졌어요. 미쓰이는 시부야에 새로운 형태의 랜드마크를기존에 있던 공원을 재개발해 옥상으로 올리고 그 아래 주차장과 상업시설 그리고 미쓰이가 론칭한 새로운 호텔까지 넣어 복합개발을 했어요.미쓰이는 시부야와 오모테산도의 접점에 새로운 도시여행객과 소비자를 타깃으로 시부야구와 함께 미야시타 파크를 만들어 갔어요.
ⓒ미쓰이 부동산
미야시타 파크 개발 배경의 두 축
미야시타 파크처럼 도시의 공원과 상업적 시설을 입체적으로 혼용하여 개발할 수 있는 근간은 일본의 두 가지 공원 관련정책을 통해 시작되었다고 해요. 첫 번째는2004년 제정된 입체도시공원제도이고, 두 번째는 2017년 도시공원법이 개정되며 마련된 공모 설치 관리 제도 (Park-PFI)에요.
첫 번째 입체도시공원제도로 토지를 입체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각종 시설과 공원을 결합해 도시 내 공원 비율을 높이고 자체 조달이 어려운 공원 개발 유지비용은 공원과 복합화해 설치된 상업적 시설을 통해 충당하는 방식을 적용하는 제도라고 해요. 대표적인 성공 사레는 단연코 미야시타 파크가 되겠죠
두 번째 공모 설치 관리 제도(Park-PFI)는 민간이 낙후된 공원에 카페같은 편의시설을 만들고 그 임대료로 공원을 유지, 관리하는 공모설치관리제도라고 해요.
기타야 파크 작은 공원에서 눈으로 확인한 Park-PFI, 관리가 안 되는 공원이 있다면 카페를 활용해 공원과 민간이 서로 윈윈해보면 어떨까? ⓒ파리지언니
두 번째 공모 설치 관리제도는 입체도시공원제에 비해 덜 알려졌지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은 공원을 지속가능하게 유지 관리 하는데 민관이윈윈 하는 제도이기 때문이에요. 미야시타 파크 사례에서는 잘 느껴지지 않아 근처의 기타야 파크 사례를 들어볼까 해요. 도심 소규모 근린공원이지만 감도 높은 블루보틀이 입점해 있는 정말 코지하고 아담한 공원이었어요. 이 공원은 이 지역 터줏대감 도큐가 지역활성화 차원에서 민간개발 사업자로 선정되었다고 해요. 경사진 지형을 활용해 이벤트를 위한 계단식 공간을 만들었고 블루보틀의 야외석인지 공원인지 크게 구분이 안 되게 카페뜰처럼 꾸며졌어요. 방문한 날은 점심시간이었는데 귀욤뽀짝한 푸드트럭에서 도시락을 팔고 있었고, 길 건너 편의점에서 먹을 것을 사 온 직장인이 삼삼 오오 모여서 점심시간을 보내는 곳으로 아주 잘 활용이 되고 있었고요. 블루보틀에서 매장처럼 관리를 하니까 청결하고 조경도 잘 관리되어근처 직장인들에게 사랑받는 공원처럼 보였어요.
미야시타 파크 과거와 현재
이곳은 1964년 주차장 위에 만들어진 도시형 공원으로 시부야 구역에서 몇 안 되는 공공녹지를 제공했었다고 해요. 1990년 대 후반부터 밤이 되면 노숙자들이 점령하고 불량한 청소년이 떼 지어 다니어 시민들이 가기 꺼리는 장소였다고 하죠. 이를 2014년 민관협력방식의 PPP(Public Private Partnership) 사업자 공모를 통해 미쓰이부동산이 개발 주체로 선정됐고 니켄설계와 타케나카 공무점이 기본설계와 실시설계를 진행했어요.
미야시타 파크는 기존 공원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면서 새로운 시설인 상업시설, 호텔, 주차장을 옥상공원과 일체화시킨 복합시설이에요. 부지 면적 1만 740제곱미터, 총길이 330m의 저층복합시설로 4개 층에 걸쳐 90개의 숍들이 자리하고 있어요.
상업시설 레이야드 파크, 생각보다 힙한 매장보다 고급 브랜드가 많았음
시부야 요코초는 최북단 홋카이도부터 최남단 오키나와까지 각 지방에서 엄선한 19개의 스트리트형 매장 ⓒ미쓰이부동산
옥상에는 일본 스트리트 패션의 선구자인 '후지와라 히로시'가 기획한 유명한 스타벅스가 있어요. (충전이라는 컨셉으로 주유소와 커피 매장을 섞은 컨셉에 반했고, 너무 기대를 해서인가 생각만큼 확 느껴지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옥상에는 호텔을 공공공원에 접목한 일본 최초의 호텔이 있어요. 옥상에서 바로 호텔 로비와도 연결이 되는데 이 호텔이 레이트 체크아웃으로 기획된 시퀀스 호텔이에요. 옥상 공원의 면적은 약 1만 제곱미터로 출입과 활동이 자유롭게 허용되는 넓은 잔디밭과 스케이트보드장, 샌드 코트, 암벽 등반을 즐길 수 있는 볼더링 장 등 다양한 어반스포츠 시설을 갖추고 있어요. 특히 스케이트 보드장은 과거 버전의 미야시타 파크에서도 사랑받던 시설로 재개장 시에도 명맥을 유지했다고 해요.
대로변의 매스 뒤로 배치된 공원의 1층 뒷골목에 가짜로 만들었지만 외국인의 눈에는 되게 일본스러워 보였던 공간 시부야 요코초 ⓒ파리지언니
옥상 공원 아래 3개 층은 아웃도어 쇼핑몰로 구성되어 있어요. 상업시설의 이름은 레이야드 파크로 1층에는 루이뷔통, 구찌, Kith 등 명품 하이엔드 브랜드 대형 플래그십이 들어서 있어요. 다시 오프라인 매장으로 사람을 불러 모으는 전략으로 일본에 처음 상륙하는 해외 브랜드 매장이나 지역의 강호이지만 아직 도쿄에 진출하지 않은 매장, 이미 여러 곳에 입점해 있는 브랜드지만 실험적으로 기획한 플래그십 매장, 새롭게 기획해서 론칭하는 매장 등 매장선정 시 네 개의 암묵적인 공식이 깔려 있다고 해요. 접지층에서는 도로에 의해 북쪽 남쪽 블록 두 개로 나뉘지만 3층부터 연결되어 있는 구조로 테라스를 통해 대부분의 매장을 배리어프리로 연결하며 자연스럽게 옥상 공원까지 이어지는 구조예요. 그리고 뒷골목엔 시부야 요코초라는 식당과 술집이 있는데 기획의도는 시부야에서 약속을 잡을 때 첫 번 째 만남의 장소 역할을 하는 곳으로 설정했다고 해요. 요즘 요코초 인기가 살아나자 새롭게 요코초 스타일 테마푸드홀을 만들어 성공한 '하마쿠라 상점제작소'는 시부야 요코초도 기획하여 성공했다고 해요. 밤에 가보니 뒷골목 요코초는 직장인 회식이나 퇴근길 아재들이 점령할 것 같은 술집 느낌이 생각보다 덜했고 외국인 여행객과 가족 방문객들이 많아서안전하고 건전해 보이기도 했어요.
거리에서 옥상 공원으로 바로 올라갈 수 있는 코어는 다섯 군데로 계획. 50미터 이내로 접지층 어디에서든 접근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었다는 ⓒ미쓰이부동산
코어와 연결된 다섯 군데 이벤트 스페이스. 좁고 긴 태생적인 형상 때문에 어쩔 수 없었을까. 조금 더 공원을 상업시설에 흩뿌렸으면 어땠을까 ⓒ미쓰이부동산
앞으로의 공원
공원에 도서관을 만들 수 없다면 도서관에 공원을 만들겠다고 세계에서 가장 마법 같은 도서관을 만든 건축가가 있어요. 실내에초록초록한 식재를 들여서 공원 같은 분위기를 만들었죠.코로나 이후 자연친화적 웰니스적 삶이 더 우리의 삶에 스며들면서병원도 호텔도 상업시설도 학교도 초록초록한 공간을 어떻게 품을지가 하나의 미션이 된 것 같아요.
지금은 공원에 상업시설을 만들 수 있는 세상인데 상업시설에 공원 같은 느낌이 없다면무척 아쉬울 것 같아요.미야시타 파크는 번잡한 시부야에서 그나마 숨통이 트이는 공원이었지만 더 입체적으로 만들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어요. 공원을 그냥 떠서 공중에 올려 예전의 콘텐츠를 담고, 아래는 수익시설인 고급 브랜드의 상업시설로 빡빡하게 채운 느낌은 지울 수가 없었어요. 코어와 동선의 접점에 어정쩡하게 이벤트 스페이스를 후행적으로 만든 느낌도 들었고요. 아직 식재들도 깊게 뿌리내리지 못한 공원은 썰렁해 보이기도 했지만 식물은 곧 자라고 성장하겠죠. 개발이라는 것이 공공성을 통해 사업성 또한 담보해야 하는 어려운 게임을 인정해요. 하지만사업성 다음에 좀 더 나은 환경을 만드는 것은 디자이너의 만의몫인 것일까 생각해 보게 되네요.